[우리 가운데 계시도다] 가톨릭 유아교육기관이 사라진다
교구와 수도회가 운영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폐원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7년 전국 345개에 이르던 시설은 2023년 212곳으로 줄어들었다.
영유아들의 전인적 발달을 돕고 그리스도교의 진리를 전해온 가톨릭 유아교육기관의 장이 사라지고 있다. 교구와 수도회가 운영하는 전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최근 6년 사이 38.6가 폐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중 4곳이 문을 닫은 것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저출생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문을 닫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가톨릭 교회도 저출생 여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천주교장상연합회 유아교육분과위원회가 작성한 ‘한국 가톨릭 유아교육기관 현안에 관한 보고’에 따르면, 2017년 345곳이었던 어린이집ㆍ유치원은 2018년 303곳, 2019년부터는 281곳으로 떨어져, 2023년 3월 현재 212곳으로 감소했다. 유아교육분과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2021~2022년 사이 문을 닫은 18곳의 유아교육기관 중에서 ‘원아 감소’ 때문에 폐원한 곳은 14군데로 나타났다. 나머지 기관은 성전 재건축, 파견 수도자 부족, 일반 원장 전환 등의 이유로 폐원 절차를 밟았다.
가톨릭대 아동학과 신유림(플로라) 교수는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유치원들은 새벽에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할 정도로 지역 사회에서 신뢰가 높고 평가가 좋았다”면서 “원아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치원들을 보면서 열기가 이렇게 빨리 꺾일 줄 몰랐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 안에서 믿고 맡길만한 교육기관으로서 신망이 두터웠지만 저출생 여파와 코로나19 시기를 지내면서 가톨릭교회가 유아교육기관을 운영하는 데에 많은 현실적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유아교육을 담당할 수도자 고령화 문제, 성소자 급감, 유아 신앙교육에 관심 없는 본당, 시설 노후화에 따른 재정적 지원의 한계 등이 문제로 떠오른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유아부 담당 박종수 신부는 “많은 유치원들이 정원 미달을 겪은 지 4~5년은 됐다”면서 “이제는 작고 열악한 군소 유치원을 없애고 큰 유치원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유림 교수는 “가톨릭 유아교육기관의 폐원은 가톨릭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교구마다 청소년국 유아부가 담당해오던 부모교육과 신앙교육을 장기적으로 더 활성화하는 방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