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견 작가인 공지영 마리아 씨가 이스라엘 순례기를 펴냈습니다.
예수의 발자취에서 느낀 묵상부터 작가로서 번아웃에 시달린 사연까지.
공 씨의 진솔한 고백과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김혜영 기자가 공지영 작가를 만나봤습니다.
[기자] 노란 밀랍초 불빛이 아늑한 기도방.
공지영 작가는 매일 새벽 기도방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2년 전 문득 예루살렘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이 기도방에서였습니다.
<공지영 마리아 / 작가>
“아주 굉장히 강렬했어요. 그래서 이거는 드디어 때가 왔나보다. 부르심인가보다 생각하고…”
당시 공 씨는 작가로서 번아웃 상태였습니다.
글을 쓰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떠난 순례.
예리코, 나자렛, 베들레헴, 예루살렘 등을 순례하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공지영 마리아 / 작가>
“하느님 어떻게 할까요? 더 쓸까요? 욕을 먹든 누가 뭐라든 쓸까요? 아니면 조용하게 살다가 죽을까요? 난 이것도 되게 좋은데. 너는 외로워질 것이지만 두려워하지 마라. 그런 대답을 아마 얻었던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례지는 여행사 일행을 떠나보내고 홀로 찾은 ‘주님 무덤 성당’입니다.
<공지영 마리아 / 작가>
“그 무덤 성당에서는 특별히 그런 어떤 손끝의 기도 같은 것들이 되게 많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너무 좋았어요.”
하지만 순례 1년 후 터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
공 씨는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공지영 마리아 / 작가>
“수렁으로 빠지는 거죠. 증오의 수렁으로. 수렁은 너무 깊고 끝도 없고. 지금 이 순간에 당장의 용서와 화해 외에는 아무 방법이 없다고 이미 예수님, 부처님, 온갖 분이 다 말씀하셨는데 어리석은 인간들이 들을까. 그러나 끝나겠죠 언젠가.”
3년 만에 나온 산문집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는 환갑을 맞은 공지영 작가의 신앙수기이기도 합니다.
<공지영 마리아 / 작가>
“(신앙은 저에게) 전부에요. 하느님이 안 계시다면 제가 지금 살아있을 아무 이유도 없고, 의미도 없고, 그냥 이 자리에서 공기방울로 하얘진대도 상관 없어요.”
매일 성무일도를 바치며 큰 은총을 받았다는 공 씨.
<공지영 마리아 / 작가>
“성무일도 하다가 정말 많이 울었거든요. 지금도 눈물나려고 그런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위로와 진짜 격려 그리고 말씀이 힘이 된다는 게 무슨 소리인지를 저는 성무일도를 하면서 알았어요.”
서울 생활을 접고 지리산 자락인 경남 하동으로 내려온 지 3년여.
처음으로 혼자 살면서 외로움 속의 자유를 느끼고 있습니다.
<공지영 마리아 / 작가>
“진작 올 걸 그랬다 싶고. 정말 너무 너무 잘한 결정 중에 인생에 몇 안 되는 결정 중에 하나다.”
공 씨는 이 책이 외로운 이들에게 위로가 되길 희망했습니다.
<공지영 마리아 / 작가>
“죽음을 거쳐온 사람들, 사랑에 상처 입은 사람들, 주린 이들과 배고픈 이들, 그리고 샘물을 갈망하는 사람들, 밤새 광야를 헤맨 사람들에게 내 책을 전하고 싶다. 그들은, 아니 어쩌면 그들만이 이 글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나의 벗이다.”
CPBC 김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