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후 관련 법안 중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이하 탄소배출권할당)과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안 이하’(CCUS) 등 주요 법안이 계류되다 결국 의결되지 못한 채 올해로 넘어왔다. 이 법률안들은 오는 4월 10일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22대 국회가 들어서는 순간, 계류된 법안 발의를 한 의원들의 임기만료로 모두 폐기된다. 결국 22대 국회에서 새로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한 문제는 EU에서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응할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CBAM에 따르면, EU에 수출하는 모든 국가의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전기에 대해 수출국에서의 탄소배출량과 부과되는 탄소세 등을 EU에 신고하도록 되어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탄소국 경세를 징수할 예정이다. EU는 현재 생산되는 철강제품의 탄소발생량에 대해 100 유상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현재 탄소발생량 중 90 이상을 무상으로 하고 있다. EU보다 POSCO(포항제철)의 생산규모가 더 커서 100 유상으로 할 수 없다 하더라도, 이러한 느슨한 정책으로 인해 탄소배출권 거래가격은 곤두박칠쳐서, 결국 국내 업체들은 탄소배출량 저감에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된 결과를 초래했다. POSCO는 오히려 무상으로 배당받은 탄소배출량을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 팔아서 2015~2020년에 무려 1119억 원을 벌어들였다.
‘탄소배출권할당’은 이러한 탄소배출권 비율을 그나마 75로 조정하자는 법안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에서 100 유상인 업체와 25만 유상인 업체의 경쟁력은, 자국이 아닌 국제적 관점에서 보면 후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EU의 이러한 정책을 미국도 조만간 적용하게 될 것이고, 결국 중국도 적용할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온실가스 증가율이 세계 1위이지만 신재생에너지 생산 역시 세계 1위이다. 결국 해외 수출과 관련해서는 중국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이 문제 해결에 외교부가 나서서 조정을 해보겠다는 너무나 안이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문제의 근본은 객관적으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다. 수치로 나오는 문제를 외교적으로 푼다는 것은 정부의 무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POSCO보다 중소 철강업체들은 해외수출을 할 때에 거의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EU 거래처에 탄소배출량 측정자료를 제출할 능력도 없으며 대행업체 수수료 부담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다 하청업체에 대한 관련 자료도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대응 미비와 함께 입법기관인 국회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여야 정쟁을 하더라도 국회입법이 예고된 탄소 중립 관련 법안조차 180석의 야당이 처리하지 못했다는 것은 절대적 직무유기다.
탄소 중립을 위한 지구온도 1.5℃ 도달이 2050년보다 훨씬 앞선 올해 넘어설 것이라는 학자들의 의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은 “예수께서 하느님과 한 본체로서 만물을 창조하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제자들이 예수께 어디에 묵고 계시는지 물었을 때 “와서 보아라”(요한 1,39) 하셨다. 당신의 말씀과 삶을 보고 따르라는 이 말씀이다. 그러므로 무능한 정부와 정치인들이 만들고 있는 기후 위기상황에서 창조주가 만드신 세상으로 되돌려놓기 위해서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다.
김사욱 시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