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 1주기를 맞아 미사를 통해 유가족들과 손잡고 연대한 교회는 1월 10일에는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하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수용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치의 역할을 환기했다.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신앙적 위로를 넘어 올바른 정치적 선택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교회. 그리스도인들은 왜 성당 울타리를 벗어나 정치가 실행되는 국회의사당 앞에 선 것일까.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수용 촉구 성명서를 발표한 10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JPIC, 남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정의평화위원회는 “정치는 인간 공동체와 제도를 설립하는 데 근본이 되는 수단”이라며 “때문에 정치인들은 정치활동을 공동체에 대한 봉사로 여겨야 하며 그렇지 않을 때 정치는 억압과 소외와 심지어 파괴의 수단이 된다”고 우려했다.
정치와 종교 사이에 놓인 견고한 벽을 깨고 나가야 하는 이유는 그리스도인에게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이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하고 실천해야 할 의무’(「사목헌장」 4항)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 공동체의 최종 목적은 공동선의 실현이다. 공동체와 개인의 선을 모두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수행하지 못했을 때 교회는 정치에 관여할 수 있고 정책을 비판하고, 신앙적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이때 정치에 대한 관여는 소속과 이념에 따른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가 아닌 복음의 기준에서 그리스도인의 양심에 따른 선택을 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교회는 세상 안에서 공적 역할을 해야 하며 교회의 복음화 사명은 사회적 차원을 지닌다”(176항 참조)라고 강조했다. 또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는 “교회는 정치의 자율성을 존중하며, 종교 교역자들이 정당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금하고 있지만, ‘존재의 정치적 차원’을 포기하지 않는다”(276항 참조)고 설명하고 있다.
세상 안에서 공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기준을 알려 주는 것이 사회교리다. 인간존엄성·공동선·보조성·연대성의 원리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교리는 약자와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함으로써 자유와 정의를 실현하고 모두가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사회 건설을 위해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복음 말씀은 그리스도인들이 어떤 자리에서 어떤 실천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가톨릭문화와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요한 사도) 신부는 “신앙의 본질은 공적 신앙, 즉 삶의 모든 자리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시선과 방식으로 삶을 살아내는 일”이라며 “종교인들의 선포와 선언은 언제나 실천 속에서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