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남매 키우는 김누리·나상호씨 부부
11살부터 갓 돌이 지난 아이 여섯 명을 키우고 있는 김누리·나상호씨 부부. 아이들에게 형제자매가 많아서 좋은 점을 물으니 “재미있어요! 신나요! 즐거워요!”라고 답했다. 사진은 최근 있었던 막내 돌잔치. 김누리씨 제공
11살 큰 아이부터 돌 지난 막내다자녀 키우며 힘들 때 있지만
한 아이 태어날 때마다 웃음 더해져 아이들 사랑에 평화와 기쁨 가득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때 행복해요. 아이들에게서만 나오는 ‘까르르’ 웃음소리를 들을 때 기분이 좋아요. 아이들을 통해 많이 웃게 되고, 생각지도 못한 모습에 감동하고요. 반복적이고 지루할 수 있는 인생이 다채롭고 더 풍부해졌어요. 그냥 지금 이 삶이 행복하다고 느껴요.”(김누리·나상호씨 부부)
두 사람이 결혼해 한 명도 아이를 낳지 않는 저출산 시대. 1980년대에 태어나 여섯 자녀를 낳아 키우는 이들이 있다. 김누리(사라, 40)·나상호(요한 사도, 43, 대전교구 세종성바오로본당)씨 부부다. 2011년 혼인한 부부는 연서(끼아라, 11)ㆍ현서(소피아, 9)ㆍ현승(실바노, 7)ㆍ유진(스텔라, 5)ㆍ하진(안젤라, 4)이와 갓 돌이 지난 막내 하나양을 키우고 있다. 딸 다섯, 아들 하나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2년 터울로 네 아이가 차례로 태어나고, 다섯째는 그 이듬해에, 여섯째는 숨 좀 돌린 4년 후에 태어났다. 11년에 걸쳐 6번의 임신과 자연분만, 모유 수유, 산후조리를 반복했다. 이 정도면 ‘질풍노도의 시기’가 될 법하지만, 이들 부부는 다르다. 한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웃음소리가 더해진 것에 초점을 둔다.
이들은 식당이나 유치원, 어린이집에 오가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애국자다, 대단하다”는 칭찬을 자주 듣지만, 부부는 자신들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부부가 먹고 자는 공간을 내어주고, 먹는 것을 같이 먹였다. 삶과 생활을 공유했을 뿐 크는 것은 아이들 스스로 해낸다고 믿는다.
엄마 김누리씨는 “여섯 아이가 한꺼번에 우르르 태어난 게 아니라 한 명씩 태어나다 보니 양육 비결도 차곡차곡 쌓였다”면서 “넷째부터는 발로 키운 거 같다”며 웃었다.
아이들이 많다 보니, 형제자매끼리 다투거나 투닥거릴 때도 잦다. 김씨는 “서로가 원하는 것을 조금씩 채울 수 있는 방향으로 중재하지만 쉽지는 않다”면서 “하지만 마무리는 서로 꼭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며 안아주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첫째(연서)와 셋째(현승)가 싸운 후 연서가 현승이에게 “사랑해”가 아닌 “사랑했었다”라고 말해 웃음바다가 됐다.
여섯 아이를 키우며 가장 흐뭇한 점은 먼저 태어난 아이들이 뒤에 태어난 아이들을 돕고, 서로 아끼는 것을 보는 일이다. 부부는 아이를 키우며 가장 큰 어려움을 ‘변수’로 꼽았다.
“여행을 계획했는데 누군가 아파서 취소해야 하는 상황, 유치원 등원 길에 거의 도착한 시점에 집에 가서 무언가를 가져와야 한다고 떼를 쓰는 상황들이 생기더라고요. 다양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느냐’면서 제 의견을 밀어붙이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어른인 저도 제 의견만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더라고요.”
아빠 나상호씨는 “조금씩 마음을 비워내기 시작했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화내지 않는 ‘허허허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부부는 “생명과 안전에 위험한 일이 아니면 조금 귀찮더라도 아이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려 노력한다”면서 “힘들고 짜증 날 때도 있지만, 아이들을 먼저 사랑하고 나면 마음에 평화와 기쁨이 가득해지는 경험을 통해 ‘변수’에 강해진다고 느낀다”고 털어놨다.
저출산 시대에 정부가 각종 복지제도와 지원금으로 결혼과 출산을 독려하는 사회 분위기를 언급하자, “수혜자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보겠다”며 입을 뗐다.
“사람들이 ‘아이가 많으니까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돈도 많죠?’라고 묻지만,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크지 않습니다. 아이를 키워보면 아이가 클수록, 많아질수록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데 정책 대부분은 그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들어갈 때, 자녀가 아무리 많아도 맞벌이 부부의 자녀가 가장 점수가 가장 높거든요. 정책은 자녀 수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원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어 김씨는 “정부는 결혼과 출산을 계획하고 있는 젊은 세대가 저출산 정책의 타겟이라고 생각하는데 제 생각에는 자녀를 키우고 있는 기성세대에 대한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면 더 낳아 키워보자는 생각과 사회적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결혼과 출산을 고민하는 청년 세대에 자연스럽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남편은 지난해 회사에서 ‘화목상’을 받았다. 나씨 가정을 위해 회사에서 처음 만들어준 상이다. 창고형 대형할인점에서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쓸어 담다시피 장을 보는 부부에게도 식비와 생활비 걱정이 없지 않다. “그러나 소소하게 먹고 사는 일 정도는 걱정할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며 웃었다.
“다 같이 둘러앉아 맛있는 밥을 먹으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때 즐겁고 기분이 좋아요. 다들 말이 많아서 매우 정신없고 시끄러울 때도 있지만, 모두가 즐거워 보이는 모습을 볼 때 행복하죠.”(아내)
세탁기 14kg, 건조기 9kg, 냉장고 854L를 쓰는 김씨는 “아이가 많아지기 전에 샀던 것을 쓰고 있어 아직 일반 가정집 용량이랑 비슷하지만 요즘은 코인 워시 세탁기와 중국집에서 쓰는 큰 프라이팬이 탐이 난다”며 웃었다.
부부는 매일 저녁 아이들과 함께 초를 켜고 감사 기도를 바치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들은 주일이 되면 모두 주일학교로 향한다. 엄마 김누리씨는 “너무 힘들 때 하느님이 우리 부부에게 왜 여섯 아이나 주셨을까 생각해봤는데, ‘우리가 감당할 수 있으니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아이들에게 “너희들과 함께 가족이 되어 살아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준다. “물론 포기해야 하는 부분들도 많지만 언제나 밝고 활기차고,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아이들에게서 오는 행복이 더 크다”고 털어놨다.
“아이들에게 ‘밝고 긍정적인 부모’가 되고 싶어요. 아이들이 스스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 스스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고 믿어요.”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