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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다르게 봐야 달라진다(정수용 신부,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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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말과 행동에서 남북의 대치가 고조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하여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하겠다”고 연설했다. 물론 “만일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핵위기 사태”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언론은 일제히 북한이 핵전쟁으로 남한 전역을 평정하는 전쟁을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 발언의 조건절에 주목할 때, 체제를 위협하는 위기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한반도 핵전쟁 가능성은 조절될 수 있음에도 언론 보도는 마치 북한이 핵전쟁 준비를 결심한 듯한 인상을 강조하는 듯했다. 물론 이 발언이 가볍거나 우리가 용인할 수준이란 말은 아니다. 한반도에서 아무리 조건절을 붙였다 해도 남북의 전쟁 가능성을 고조시키는 발언은 단호히 반대한다. 그러나 갈등의 책임을 일방에게만 몰아붙이는 것은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말뿐 아니라 구체적인 군사 행동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1월 5일 북한은 서해 군사분계선 황해도 장산곶과 등산곶 일대에서 해안포를 발사했다. 200여 발의 포탄이 발사되었는데 우리 군과 민간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포탄은 대부분 북방한계선 북쪽완충 구역 내에 떨어졌다. 우리 군은 즉각 대응 사격을 했고, 연평도 등 서해5도 주민에게는 인근 대피소로 이동하라는 안내가 내려졌다. 물론 인천과 백령도를 오가는 여객선 역시 통제됐다. 언론은 최근 몇 년간 북한이 서해안에서 해안포 사격을 중단했다 갑자기 군사 ‘도발’을 감행했다며 일제히 북을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 냈다. 그런데 그보다 앞선 1월 1일, 철원 지역에서 우리 육군은 K-9 자주포 포격을 실시했고, 2일에는 동부 전선과 서부 전선에서 포병과 기갑부대의 기동이 있었다. 1월 3일에는 해군이 동서남 전역에서 해상 기동을 실시했고, 지난해 12월 29일부터 7일 동안은 한미연합군의 전투 사격도 있었다. 그리고 언론은 이 모두를 “훈련”이라 표현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의 서해 해안포 사격은 우리 군의 군사 행동에 대한 대응적 성격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아무런 자극이 없었는데 갑자기 북이 “도발”한 것이 아니라 우리 군의 “훈련”에 따른 반응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언론은 앞선 우리 측 움직임은 충분히 분석하지 않았고, 북의 해안포 사격만 강조했다. 물론, 우리 군의 훈련이 뉴스거리가 되지 않고, 북의 군사 행동이 뉴스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언론 보도에서 북의 모든 군사 행동을 도발이라 표현하는 것 역시 책임을 일방에게만 몰아붙이는 형국이 된다. 시선이 바뀌지 않으니 분석도 단편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말이든 행동이든, 한쪽의 행동이 다른 쪽 대응을 불러일으키는 게 지금 한반도의 현실이다. 남북의 말과 행동은 당연히 상대를 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쪽 언행은 무엇이든 방어적이고 합법적 군사 “훈련”인 반면, 상대의 것은 공격적이고 비난받아야 할 군사적 “도발”이라는 인식은 고착화된 갈등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갈등 상황에서 내집단은 착하고 피해자이지만 외집단은 나쁘고 가해자라는 기계적 도식이 작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행동을 도발로만 표현할 수는 없다. 그보다 “저강도 군사 행동”, 혹은 “고강도 군사 행동” 등으로 표현하며 객관적 판단과 분석이 이루어져야 갈등은 관리될 수 있다. 고정된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상황을 분석하면 관계는 변화를 만들 수 없다. 갈등 상황에서 우리의 시선과 우리가 사용하는 표현을 바로잡는 것이 평화를 구체화할 수 있는 첫걸음이 아닐까?



정수용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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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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