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 예수님!
수원교구 소속으로 현재 남미 페루에 있는 시쿠아니교구에서 선교 사제로 활동 중인 차명준 헨리코 신부입니다. 지난번 ‘모든 것이 불편하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던 시쿠아니교구 성지순례’ 글을 통해 한 번 인사를 드렸습니다. 글재주가 없어 형제자매 여러분에게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과 지구 정반대 편에 있는 페루의 신자들은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고 하느님을 만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기회가 되길 희망합니다.
‘선교 사제의 삶 알리자’ 다짐
신학생 때부터 선교에 관심을 갖고 해외 선교 사제를 희망하고 있었던 저는 활동에 앞서 몇가지 다짐을 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제가 앞으로 하게 될 선교 사제의 삶을 많은 분께 조금이나마 알리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저와 같이 선교를 희망하는 신학생들과 신부님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아지기를 희망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해외에서 하느님 일을 하는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그리고 평신도 선교사님들을 위해 많은 형제자매께서 영적, 물적인 후원을 하고 계십니다. 후원의 열매가 어떻게 맺어지는지 전한다면, 후원자께서도 선교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부족한 능력이지만 유튜브 채널 ‘미션 차서블_Mission chasible’을 개설해 선교지 모습을 전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미션 차서블_Mission chasible’ 운영
이렇게 저를 포함한 모든 선교사는 영적, 물적으로 후원해 주시는 형제자매님이 계시지 않다면 많은 것이 어렵고 불가능할 것입니다. 후원자분들께서 매일매일 선교사들을 위해 바쳐주시는 기도의 힘으로 저희는 세계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 후원자분들의 물적인 후원으로 인해,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 나가며 하느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선교사들은 많은 분의 관심과 기도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후원에 관해 이야기한 이유는 제가 소속돼 있는 수원교구에서도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일환으로 지난 10월 17~23일 수원교구 교구장 대리 문희종 요한 세례자 주교님께서 이곳 페루로 사목 방문을 오셨습니다. 수원교구 분당성요한본당 주임 신부님과 상임위원분들도 함께 오셔서 선교지 모습을 직접 보고, 저희를 격려해 주셨습니다.
주교님 일행 고산병 걸리지 않을까 걱정
사실 주교님의 사목 방문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걱정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고산병’입니다. 이곳 시쿠아니교구는 해발 3500m에 자리 잡고 있기에 고산병 대비를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주교님과 함께 오신 신부님들, 분당성요한본당 주임 신부님과 신자분들 모두 큰 고산병 없이 잘 지내다 가셔서 하느님께 감사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시쿠아니교구에 도착하신 뒤 먼저 제가 맡고 있는 본당 중 하나인 성 바오로 본당 공소를 방문하셨습니다. Suruhuaylla(수루와일야)라는 이름의 공소로 해발 3700m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공소가 경당 앞까지 차로 갈 수 없고,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주차해 둔 뒤에 걸어서 경당까지 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 Suruhuaylla 공소는 다른 공소들에 비해서도 걷는 거리가 좀 있고, 언덕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주교님께서도 힘드시지 않으셨을까하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듭니다. 공소에 도착하자, 공소 사람들은 주교님을 환영하기 위해 바닥에 꽃잎을 깔고 도열한 뒤 주교님을 맞았습니다. 평상시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 공소에서 미사를 봉헌했고, 시쿠아니교구의 주교님도 아닌, 페루 주교님도 아닌, 한국의 주교님께서 스페인어로 미사를 주례해 주시자 많은 신자가 좋아했습니다.
문 주교님은 미사를 마치고 저녁때가 되자 제가 맡고 다른 본당인 성 베드로 본당 공소를 방문하셨습니다. Ccocha(꼬차)라는 공소로, 경당 주변에 아무런 불빛도 없어 밤에 미사를 주례하러 가면 무수히 많은 별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주교님께서 방문하신 날에는 구름이 껴서 많은 별들을 보진 못했지만, 별보다 더 빛나는 눈을 가진 어린아이들이 미사에 많이 참여해 공소를 방문한 주교님과 신부님들의 마음을 밝혀주었습니다.
문 주교님은 이어 주일에 성 베드로성당과 성 바오로성당에서 교중 미사를 주례하셨습니다. 역시 페루와 정반대 편 한국이라는 나라의 주교님이 미사를 집전한다는 소식에 많은 신자가 미사에 참여했습니다. 두 성당에서는 주교님과 신부님을 환영하며 준비한 페루의 전통 물품들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또 성 바오로성당 청년들은 주교님을 위해 한국어 성가를 선물했습니다. 많은 분께서 저에게 여러 가지를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제가 준비한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선물도 주교님을 환영하는 마음에 각 공동체에서 스스로 준비한 것이었고, 청년들 또한 제게 먼저 와서 주교님께 한국어 성가를 불러드리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매주 토요일마다 성가를 알려주긴 했지만, 머나먼 한국에서 온 주교님과 신부님들을 맞이하기 위한 신자들의 열정에 오히려 제가 감동했습니다. 이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사목으로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교님 미사 집전 소식에 많은 신자 참여
일주일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제가 맡고 있는 공동체 신자들은 너무나 기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문 주교님께서 한국에서부터 준비해온 선물을 받은 것도 기쁨의 이유가 되겠지만, 오늘날 전 세계인은 물론, 페루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한국의 주교님과 신부님들이 오신 것 자체가 신자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국 주교님과 신부님들이 이들과 함께하며 페루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자신들의 언어로 함께 미사를 봉헌한 시간은 이들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큰 추억이 됐을 것입니다.
저 또한 한국에서 저를 위한 ‘응원군’이 온 것처럼 마음이 더욱 든든해졌습니다. 페루에 홀로 떨어져 지내고 있지만,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는 많은 분이 계심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시작하며 말씀드린 것처럼 저를 포함한 많은 선교사를 위해 영적, 물적으로 후원해주고 기억해주시는 많은 분께 다시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Muchsima gracias!”(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