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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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작은 일에 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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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홈을 하면서 장애인 친구들과 외부 일정을 다녀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시설에 근무하는 담당자가 쉬는 날도 있고 해서다.

잘 아는 신부님이 본당 행사에서 운동하다 다친 일이 있었다.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해 본당 일정을 부탁받았다. 마침 발달장애인 친구 두 명과 함께 있어서, 본당의 편의제공을 사양하고 양식을 직접 준비해 가 손님방에 머물렀다. 낯선 곳에서 잠자는 게 어려운 한 친구는 내 팔을 얼마나 꽉 붙들고 자는지, 새벽 미사를 하는 날은 미사 때까지도 팔이 저리기 일쑤였다. 성당 주변 바닷가를 산책하고 산길을 오르내리는 일은 두 친구에게도 큰 ‘힐링’ 시간이었다.

맨 앞줄에서 정성스럽게 미사에 참여하는 친구들 모습이 연세 드신 시골 신자분들에겐 기특하게 보였나 보다. 약속이나 한 듯 반찬과 간식거리를 들고 오시고, 노인대학이 끝나고 식사하는 날에는 두 친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곤 하셨다. 자상한 어르신들의 사랑 덕에 준비해 간 음식을 냉장고에 보관만 하다 도로 들고 올 정도였다.

한날은 오전 미사를 마치고 셋이서 주변 둘레길을 땀에 흠뻑 젖도록 길게 산책을 하고 식당을 찾았다. 평화롭게 파도치는 바다 풍경을 보며 꿀맛 나는 바지락 칼국수를 쉬엄쉬엄 먹고 계산을 하려니, 이미 우리 몫을 계산한 사람이 있었다. 성당 신자라고만 말하고 조용히 나갔다는 게 식당 주인 얘기다.

캘커타의 성녀 데레사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저는 큰 사랑을 할 줄 모릅니다. 그러나 작은 일에 큰 사랑을 갖고 할 따름입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작은 일에도 정성을 품으면 큰 사랑으로 남게 되지만, 작은 것을 소홀히 여기고 큰 것을 찾다 보면 준비되지 못한 마음에 돌아서는 일이 적지 않다. 시골 바닷가에서도 생각지 못한 일에 미안함과 고마움을 연일 경험하는 것이다.

공동체 생활을 하는 사제가 휴가라 하더라도 일부러 시간을 마련해 일상을 멀리 떠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몇 걸음이면 바닷가에 닿을 본당에서 한여름을 보낸 일은 휴가 그 이상의 감사와 축복이 동반된 ‘힐링’ 시간이 됐다. Deo Gratias!(하느님 감사합니다)

배수판 신부 / 도미니코 수도회 한국 로사리오회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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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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