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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걷고 기도하고] (3) 제주 새미 은총의 동산 십자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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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변덕스럽다. 어제는 더없이 푸른 하늘과 옥색 바다가 맞닿은 자리에 유채꽃이 피어 탄성이 절로 나오더니, 오늘은 한치 앞 보이지 않는 안갯속이다. 검은 먹구름에 부슬비까지 더해 우중충하기까지 하다.

변덕으로 치면 그때, 예루살렘 군중들도 만만치 않았다. 예수님 향해 ‘호산나’라 환호하며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던 그들은 금세 돌변한다. ‘십자가에 못 박아라’ 소리친다. 조롱한다. 침을 뱉고 뺨까지 때린다. 인간들이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사순 시기의 시작. 한라산 중산간 마을 금악에서 환호와 조롱의 두 얼굴 가진 예루살렘 군중과 수난의 길 걷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다. 예루살렘 입성과 최후의 만찬, 그리고 겟세마니 언덕을 지나 사형선고, 십자가의 길까지…. 예수님 고통의 여정이 오롯이 조각으로 기록된 새미 은총의 동산 십자가의 길을 걷는다.

짙은 안개 머금은 삼나무 숲길에는 십자가의 길 열 네 편의 이야기가 걸음마다 자리하고 있다. 사형 선고를 받는 예수님 가시관에는 빗방울이 매달려 있다. 예수님의 눈물이다. 십자가 진 어깨에는 인간의 죄에 대한 ‘대신의 희생’이 스며있다.

예루살렘 여인들을 향해 손 내미는 예수님에게서 오늘도 인간을 향한 사랑을 멈추지 않는 주님 마음을 떠올린다. 그리고 골고타 언덕. 세 십자가가 순례자를 내려다보며 서 있다. ‘어둠이 온 땅에 덮이듯’(마르 15,33), 먹구름과 안개로 뒤덮인 그곳에서 십자가 위 예수님이 입을 여셨다.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백인대장의 탄식을 순례자 또한 기도로 되뇌어 본다.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마르 15,39)


■ 순례 길잡이
새미 은총의 동산에는 예수님의 탄생과 공생활의 특별한 사건과 기적들이 실제 사람 크기 조각품으로 표현되어 있는 ‘예수 생애 공원’,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십자가의 길’, 산책하며 묵주기도를 할 수 있는 ‘묵주기도 호수’, 야외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 ‘성모 동굴’ 등이 조성돼 있다. 삼위일체 대성당에서는 ‘성모의 밤’과 ‘묵주기도의 밤’ 행사 등이 열린다. 새미 은총의 동산 십자가의 길은 조각가 박창훈(요한)씨 작품이다.

※순례 문의: 064-796-7191 새미 은총의 동산 성이시돌센터(제주시 한림읍 금악북로 353)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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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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