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체험수기는 고통과 감동을 동시에 안겨준다. 수기를 읽는 일은 고통스럽다. 수상작을 가려내는 일 또한 고통스럽다. 응모자들이 겪어낸 고난과 극복을 등위로 매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공모엔 모두 158편이 응모했는데, 병마와 싸워온 기록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최첨단 기술문명이 ‘AI 시대’를 열었지만, 인간 삶의 고통과 슬픔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고통은 더욱 고통스러워졌고, 우리의 갈등과 고독, 소외가 더욱 깊어진 듯했다.
이들 수기는 대략 세 단락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닥쳐온 재난, 고통 속에서의 깨달음, 그리고 깨달음을 실천하는 모습이 그것이었다. 심사위원들은 특히 깨달음의 실천, 다시 말해 신앙인으로 거듭난 발자취를 살피고자 했다. 그 결과, 자못 놀랍고 가슴 뭉클한 감동에 가슴이 먹먹했다.
대상 수상작으로 뽑은 김유영(미카엘)씨의 ‘믿는 만큼 더 가까이’는 간경변 환자의 투병기다. 행복한 가정의 가장이 마주했던 죽음 앞에서의 공포와 통회, 기적처럼 성사된 간이식 수술 과정이 절박하고 진솔하게 나타나 있다. 두 사람의 간을 이식시켜 새 삶을 얻게 된 환자는 ‘병원 또한 기도와 선교의 터’라며 이웃 환자를 위한 봉사활동을 펼쳐나간다. ‘신앙의 힘’과 ‘믿음의 공동체’를 증명해 보인 글이다.
특별상(학교법인 가톨릭학원상)엔 박온화(루시아)씨의 ‘단 하나의 노을빛 사랑’이 선정됐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집안의 온갖 고난을 혼자 떠맡아야 했던 여성의 기구한 일생이 담겨 있다. 뇌진탕으로 쓰러진 뒤 줄곧 병마에 시달렸던 남편을 간병해야 했던 세월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 남편이 치매 증세로 입원한 요양원에서 이웃 환자의 몸을 닦으며 자기 영혼의 때가 씻겨 내려가는 걸 느꼈다는 장면이 눈물겨웠다.
우수상을 받게 된 김혜영(사비나)씨의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그것을 알지 못하느냐’는 방송국 신입 PD인 아들을 잃게 된 어머니의 비통하기 이를 데 없는 기록이다. 드라마 제작 현장의 현실을 고민하고 부조리에 항거하다가 자살한 것이다. 어찌 주님을 향한 원망(怨望)이 없겠으랴. 하지만 자살자 유가족을 위한 봉사활동에 나서는 한편, 자살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일에 동참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장려상 수상작은 두 편. 이정희(헬레나)씨의 ‘하느님은 이렇게 일하시는구나’는 유방암 4기 환자의 투병기이자 신앙일기이다. 그 믿음이 이뤄낸 변화가 놀랍기 그지없다. 성지순례 등 몸으로 실천하는 신앙생활을 행함으로써 비신자인 남편의 마음을 움직여 세례를 받게 하고 연령회 회원이 되게 한다. 그 자신은 기적처럼 암 완치 진단을 받게 되고 성가족을 이루게 된다. 서지현(아네스)씨의 ‘하느님을 만나면서 삶은 다시’는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고 딸은 시각장애인이 되자 독일로 이민 간 어머니의 신앙고백이다. 한국식당을 운영하며 새 삶을 개척하고, 나아가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통해 하느님의 현존을 깨닫는 과정이 감명 깊다.
이렇듯, 저마다의 십자가를 지고 여기까지 걸어온 이들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그 믿음이 진실했기에 귀하고 눈부셨다. 나직하게 기도하듯 때로는 울부짖듯 써 내려간 이들의 글을 통해 우리는 삶의 고난을 헤쳐나갈 힘을 얻었다. 응모하신 분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드리고, 수상자들에겐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