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상 주교는 주교직을 수락하는 순간 주한 교황대사관 소성당에서 짧은 성체조배를 했다. 그리고 “순명으로 응답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냈다. 십자가의 무게감이 엄습했지만, 감사와 순명의 마음이었다.
그 성체조배의 순간 머릿속에 흐르는 한 구절은 이 주교가 늘 열쇠말로 삼는 ‘Vivero in Corde Jesus’, 즉 ‘예수 마음으로 살기’였다.
2월 26일 정순택 대주교 예방 후 교계 기자들과 인터뷰 자리를 마련한 이 주교는 “대주교님을 잘 보필하는 것이 주 관심사”라며 “맡겨 주시는 일에 힘을 싣겠다”고 말했다.
알려진 대로 이 주교는 교구의 학교법인과 병원 사목에 오래 헌신했다. 이런 사목 경력이 보좌주교 역할 수행에 어떻게 작용할 수 있을까. “그 경험에서, 성직자가 직접 나서기보다 전문가를 잘 활용하는 것이 업무 효율성과 합리성을 극대화하고 목표를 성공으로 이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직자다운 투명성과 절차의 객관성이 확보돼야 하고, 그래야 설득력이 있어서 운영이 원활합니다."
이 주교는 “여러 단계에서, 그리고 서로 다른 여러 분야에서 서로 소통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모여 기관이나 공동체가 운영된다”며 “한마디로 경영은 설득인데, 교구장님께서 강조하시는 시노달리타스에 비슷한 요소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40년 가까이 사제로 살아오면서 그가 뚜렷하게 ‘본분’으로 가슴에 품고 있는 것은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어머니인 교회 안에서 전하는 것”이다. “정순택 대주교님의 사목 표어 ‘하느님 아버지, 어머니 교회’처럼, 천주 성부의 사랑을 전하러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셨고 그 사랑이 교회 안에서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인 이 주교는 “우리 마음이 예수 마음과 같아져서 진리와 하나 되어 자유로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주교는 “소임이 맡겨지면 주어지는 일에 기도하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교구 사제들과 교구장님의 중간 역할을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사제 생활을 하면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성소에 갈등을 겪거나 슬픔에 빠져 있거나 여러 가지로 어려운 시기를 지내는 사제들에게 신경쓰는 역할을 하면 사제들과 교구장님께 그리고 궁극적으로 하느님 백성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모습의 주교가 되고 싶은지’라는 질문에,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노고와 애환을 함께 느끼고 공감하는 감수성과 연민을 가진 주교이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선후배 사제들에게 “행복한 사제 생활로 신자들에게 기쁨을 주자”고 당부한 그는 신자들에게는 ‘하느님은 사랑’이심을 기억하자고 했다. “창조주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무지무지 사랑하십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