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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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한국 천주교회 코로나19 팬데믹 사목 백서」 무엇을 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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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회 코로나19 팬데믹 사목 백서」(이하 사목 백서) 제4편은 각종 통계와 설문 결과, 전문가들의 사목 전망을 7개 관점에서 종합하고 팬데믹 체험을 바탕으로 한 미래 교회 사목 비전을 제안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사목의 통합, 신앙에 바탕을 둔 공공성 실천과 주변부 사람들을 환대하는 교회 구현, 생태적 회심의 시대적 필요성 등 팬데믹 이후 교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백서의 내용을 토대로 소개한다.



4.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목을 통합하는 교회

온라인을 이용한 성사 전례와 사목 활동이 대면 사목을 약화시킨다는 우려도 있지만 앞으로의 기술 수준이나 사회 변화 양상으로 볼 때 온라인 영역을 무시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특별히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기술적으로 더 발전하고 영역이 넓어진 비대면 정보 기술을 활용하는 신앙생활 영역, 방송 미사와 온라인 미사 등에 대한 신학적 사목적 정립이 필요하다. ‘대면과 접촉’, ‘비대면과 접속’의 신앙생활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도 과제로 남아 있다. 단지 도구적 차원만이 아니라 속지적 교회를 넘어서는 교회의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실천적 차원에서는 온라인 신앙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개발, 보급할 필요가 있다. 신자들은 온라인에서 더 강화됐으면 하는 콘텐츠에 대해 ‘가톨릭 교리’(27.2), ‘성지 순례 프로그램’(26.9), ‘기도와 영성 강좌’(24.5) 순으로 답한 바 있다. 이런 면에서 팬데믹 기간 내내 신자들의 신앙 교육에 일조한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의 ‘가톨릭 영상 교리’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5. 신앙의 공공적 실천을 심화하는 교회

팬데믹은 신앙이 개인의 사적인 영역만이 아니라 더욱 공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일깨워 줬다. 종교와 신앙을 개인적 신념이나 취향으로, 그리고 교회의 활동을 비정치적인 부분으로 한정하려는 세속화의 물결을 넘어 사회적 논의에 참여하고 그 책무를 다하는 교회로 나아가야 한다. 설문 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팬데믹 이후 교회는 지역 사회에 더 깊이 투신하고 육화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특별히 본당을 중심으로 속지적 사목 방식을 채택하는 교회는 지역 사회 속에서 하나의 ‘섬’이 아니라 ‘목마른 이들을 위한 지성소’이며 ‘사람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서 살아 있는 친교와 참여의 장소’(「복음의 기쁨」, 28항)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목 백서를 위한 설문 조사에서 비신자 일반 국민이 교회에 바라는 종교의 사회적 역할로 가장 먼저 거론한 것은 ‘사회적 갈등의 해소와 사회 통합 노력’이었다. 교회는 이 세상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향한 여정에 시민을 동참시키고 사회 공동선 실현에 이바지해야 할 사명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시민의 일상적 삶의 자리에서부터 일상의 문화를 어떻게 복음화할 것인지 생각하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 자신을 동일시하신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도움과 보호 등을 통해 좀 더 근본적 차원에서 사회 통합의 길로 나서야 할 것이다. 본당을 중심으로 한 매일의 일상에서 신앙의 공공적 성격을 살아내려 노력할 때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은 더 큰 설득력을 얻을 것이고, 한국 사회의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 아래서도 그 고유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6.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고립된 가난한 사람들을 포용하고 함께하는 교회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한 것처럼 팬데믹 이후에도 그리스도인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역할을 ‘지금 당장 여기서’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특별히 팬데믹 기간 물질적으로 가난하고 사회 변두리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지원이 부족했던 것을 생각하면 교회가 먼저 나서 무관심과 각자도생의 일상을 떨치고 나가도록 해야 한다.

교회 안에서도 교리나 기타 사유로 발생하는 배제의 문제들에 대해 사랑과 자비의 관점에서 포용하고 받아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열린 교회의 모습을 지향하고, 주변부 사람을 환대하는 교회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나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은 혐오와 배제의 정서를 다시 불러오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이유로 사회에서 차별받는 이들이 교회에서도 차별받고 배제되는 현실을 직시하며, 교회는 그들의 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을 복음의 정신으로 환대해야 한다. 한국 사회 안에서 주변부에 해당하는 사람을 본당에서 적극적으로 환대하고 본당 가족으로 자리 잡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회는 무관심의 바이러스와 개인주의적 자기 집착을 버리고 주변부 사람들과 연대하는 교회로 나아가야 한다. 모든 사람이 잠재적 감염자인 세상에서 역설적으로 공동체와 연대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 것이야말로 코로나의 역설이다.

7. 생태적 회심으로 나아가는 교회

프란치스코 교황이 팬데믹 한가운데 발표한 회칙 「모든 형제들」은 팬데믹과 포스트 코로나 세계에 대한 사목적 성찰을 담았다. 코로나19가 만들어 낸 배제와 격리의 시기를 통해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과 더 긴밀히 연결돼 있으며, 온 우주를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일구고 돌보는’(창세 2,15)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함을 깨닫고 있다.

또한 교황은 회칙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류가 깊이 절감하고 있는 위기들 앞에서 모든 종류의 ‘장벽 없애기’와 ‘연대의 공동체’ 건설에 대한 인식 제고와 실천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를 위해 더 깊은 생태적 회심이 필요하며 교회의 전례와 일상적 사목 활동에서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말씀을 인용해 전한 미래 교회의 비전은 팬데믹 이후 교회의 생태적 회심과 관련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미래 교회는 더 작아지고, 많은 특권을 잃고, 더 겸손하고 진실하며, 본질적인 일에 에너지를 쏟을 것입니다. 그 교회는 더 영적이고, 더 가난하고, 덜 정치적인 교회, 곧 작은 자들의 교회가 될 것입니다. 그 작은 교회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준비합시다.’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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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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