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국회서 관련 법안 논의조차 안 돼... 총선 이후 심사 방침…사실상 폐기 수순
양육비해결모임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양해모 카페
한부모에게 양육비 일부를 먼저 주고 비양육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돌려받는 ‘양육비 선지급제’가 사실상 폐기 수순인 것으로 드러났다. 총선을 앞두고 여성가족부가 최근 양육비 선지급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해 기대를 모았으나, 표심 잡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2월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양육비 선지급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3월 초 민생 토론회에서 관련 내용이 나온다고 해 더욱 관심을 모았지만, 한부모들의 바람은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왔다. 양육비 선지급제가 시행되려면 관련 법안이 먼저 마련돼야 하는데, 2월 23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여야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인 4월 말에서 5월 초 관련 심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지만, 5월 29일 제21대 국회 임기 종료까지 본회의를 통과하기는 촉박하다.
한부모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19년 동안 양육비를 못 받은 김모씨는 “선거 때만 되면 농락하는 것도 아니고, 기대만 심어줬다가 남는 건 무력감뿐”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양육비 이행절차 간소화도 마찬가지다. 그동안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비양육자에게 법원이 양육비 이행명령을 내려도, 당장 운전면허정지 등과 같은 제재를 할 수 없었다. 이는 감치명령이 있어야만 가능했는데, 감치는 신체를 구속하는 조치라 소장이 직접 전달돼야만 한다. 위장전입 등으로 소장을 피해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 있는 한부모들을 구제하기 위해 양육비 이행절차 간소화 내용을 담은 법안이 국회 상임위에서 의결됐으나, 이마저도 법무부가 “헌법상 최소 침해의 원칙 등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구 배드파더스) 구본창 대표는 “양육비 선지급제든 이행 절차 간소화든 진짜 실현할 의지가 있었다면, 그동안 발의돼 있던 많은 법안을 통과시켰어야 했다”며 “배곯는 한부모들을 두 번 울리지 말고 행동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예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