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장은행 출범 9주년…벌금제 개혁 촉구
[앵커]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들 가운데 돈이 없어서 감옥에 갇히는 현대판 장발장들.
이들이 마지막 희망을 걸고 찾아가는 곳, 바로 장발장은행입니다.
문을 연 지 아홉 해를 맞았는데 벌금조차 내지 못하는 이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윤재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장발장은행 대출 담당자에게 보낸 편지글입니다.
벌금 100만 원을 다시 대출받게 해달라는 간곡한 호소가 눈에 띕니다.
장발장은행의 대출은 무신용, 무담보, 무이자로 어떠한 문턱도 없습니다.
대출 심사에서 보는 건 신용도가 아닌 절실함입니다.
<오창익 / 장발장은행 대표>
"대출해 드리겠다고 전화를 드리면 많은 분들이 그 자리에서 울거나 아이고 살았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뭐 이런 분들이 되게 많아요. 그냥 그냥 저절로 나오는 소리들이죠. 그럴 때 보람을 느끼죠"
장발장은행이 문을 연 지 만 9년.
지금까지 천 3백 명 가까운 이들에게 대출한 금액은 모두 22억여 원.
매달 천원 씩이라도, 길게는 6-7년에 걸쳐 대출금을 모두 갚은 사람은 3백 명이 넘습니다.
<오창익 / 장발장은행 대표>
"형편이 여의치 못해서 제때 못 갚는 분들도 계신데요. 그런 경우엔 저희가 기다려 드립니다. 그래서 이번 달에 못 갚았으면 뭐 다음 달이나 그 다음 달에 갚을 수 있도록 또 목돈이 어려우시면 좀 나눠서 갚을 수 있도록 안내해 드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벌금을 내지 못해 감옥에 간 사람은 5만 명에 이릅니다.
2년 전에 비해 배가 늘었습니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생계가 어려워지고 형사처벌도 늘었기 때문입니다.
부자 감세의 어두운 면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오창익 / 장발장은행 대표>
"벌금을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두기 시작하면 벌금 납부율이 올라가거든요. 그러니까 국고가 튼튼해지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이런 것을 통해서 세수를 확보해야 되느냐, 그건 아니라는 거죠"
현대판 장발장들의 현실은 여전히 가혹하기만 합니다.
<오창익 / 장발장은행 대표>
"그래서 햄을 훔쳤다가 바로 체포되고 훔친 햄보다 훨씬 많은 벌금을 내게 됐는데 이분에게 벌금을 빌려드리고 또 고기를 몇 달 동안 한 번도 못 먹었다고 그래서 저희가 뭐 후원을 좀 받아서 고기를 많이 보내드렸어요"
가난한 장발장들이 불필요한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무엇보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오창익 / 장발장은행 대표>
"저희가 바라는 벌금제 개혁은 소득과 재산에 따라서 각각 다른 벌금을 매기자는 거예요. 국민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의 경우에 다른 액수를 내잖아요.소득과 재산에 따라서 그래야 공평해질 수 있거든요"
이 제도는 현재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운영하고 있고, 핀란드는 1921년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CPBC 윤재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