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미사 전 고해소를 나오면 항상 인사를 나누는 친구가 있다. 인사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여주거나, 받아쓰기 내용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올해는 “너 신부님과 기도문 받아쓰기해야 돼!”라고 놀리고 있는 중이다.
본당의 유일한 초등학생이자, 올해 첫영성체를 앞둔 이 친구가 요즘 고민이 생겼다. 한 명뿐인 동성 친구가 전학을 가서 본인도 전학을 갈까 고민 중이다. 친구들이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려면 차를 타고 20~30분 나가야 한다. 버스를 타고 다닐 수 있지만, 결국 생업이 바쁜 부모님의 고민이 더 크다.
농촌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의 고충은 도시보다 놀 거리, 배울 거리의 부족함을 넘어 친구가 사라지는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농사 말고는 일자리가 없는 농촌에서 청년들이 없는 것은 당연하고, 아이들이 너무 귀하다.
그래도 우리 본당은 5명의 중고등부 친구들이 있어서 매주 토요일, 주일 미사에 복사를 서주고 있다.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묵묵하게 봉사하는 친구들을 보면 존경심과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학산본당은 3개 면을 관할하고 있다. 관할 내 초등학교 3곳, 중고등학교 2곳, 어린이집 1곳이 있다.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초등학교 한 곳은 이제 분교로 바뀐다고 한다.
유일한 어린이집은 본당에서 운영하고 있다. 25년 전 아이들이 넘쳐나는 그때, 농사로 바쁜 부모님들을 대신해 성당에서 아이들을 돌봐줄 어린이집을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선생님 두 분과 일곱 명의 아이들만이 남아있다. 뚝심 있는 원장님은 어린이집 살림은 어려워도 부모님과 아이들이 남겠다고 하면 끝까지 지킨다고 한다.
본당 공동체는 남아있는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자는 마음으로 어려운 재정이지만 관내 모든 학교에 장학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그 장학금은 어떤 날 아이들의 손편지나 카네이션으로 바뀌어 온다. 작고 서툰 사랑 속에서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본다. 이미 아픈 현실을 마주하고 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의 기도와 관심은 멈출 수 없다. 단 한 명의 아이를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