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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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을 닮은 사람만이 하늘 향해 팔 벌리고 기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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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1] 십자가 처형 : 템페라, 85 x 52cm, 1500년경, 트레챠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디오니시 작품, 여기서 키를 크게 그린 것은 거룩함, ‘하느님과 가까이 있음’ 즉, ‘하느님과 닮음’을 표현한 것이다. 이콘 그림 중간에 천사가 붉은 옷을 입은 자를 십자가 쪽으로 밀어 신약이 시작되었음을 나타내고, 다른 쪽의 천사는 이제 구약이 끝났으므로, 구약을 밀어냄을 표현하고 있다. (이사 43,18-19, 2코린 5,17)


등장인물 몸체 길게 그려 거룩함 강조
옷과 사물 표현할 때 직선·호·평면 사용



3. 서 있는 모습을 왜 길게 그릴까

사람들은 큰 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요즈음은 키 크는 약을 먹거나 운동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더 크려고 노력합니다. 독일 유학 시절, 집 도배를 하려고 건축 백화점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카트가 식료품 마트 것보다 더 크고 무거웠으며, 바퀴가 잘못 돌려져 있으면 어느 한 방향으로 돌아가 버리기 십상이었습니다. 그날따라 물건을 싣고 계산대로 가려는데, 카트가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 버려 빨리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조금 힘을 주어 돌리려고 하는데, 계산대의 뚱뚱하고 키 큰 아줌마가 성큼성큼 와서는 카트를 돌려주면서 한마디 하였습니다.

“아유, 작은 동양 남자가 끌기에는 이 카트가 너무 무겁지”하는 것이 아닙니까! 나는 감사하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 나도 남자인데 이 정도도 못 할까 하며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키가 크면 우선 높은 선반에 있는 음식을 몰래 꺼낼 수 있고, 건방진 생각이지만 다른 사람들도 내려다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콘은 물론이고 일반 성화도 사람 눈높이보다는 약간 올려서 걸 필요가 있습니다. 성화는 올려다보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눈을 내려다볼 수는 없으니.

사람은 서서 위를 바라보고 기도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또한, 기도를 노래로 부르면서 찬양도 하고, 둘이서 맞추어 이중창을 부르기도 합니다. 여럿이서 합창도 하며, 다양한 종류의 악기로 화음을 넣어가며 더욱 아름답게 노래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피조물의 본능으로 동물적인 면도 있지만, 지성으로는 원리를 깨닫고, 그 원리를 찾기도 하며, 거룩한 분을 향해 감사하기도 합니다. 사람만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신이 존재함을 알고 내면적으로 그분과 대화도 하고, 그분을 향해 찬양하고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넓으면 웅장함을, 높으면 숭고함을 느낍니다. 이콘에서 키가 크다는 것은, 그 사람을 더 높인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특별히 만물의 영장으로 만드셨습니다. 서서 마주 보고 이야기하고, 웃으며 사물을 내려다볼 수 있으며, 노래도 합니다. 하늘을 향해 손을 벌리고 기도하는 자세는 ‘하느님을 닮은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거룩하다’는 것은 어떤 걸까요? 국어사전에는 ‘성스럽고 위대하다’고 표현합니다. 성스럽다는 것은 ‘거룩하고, 고결하여 엄숙하다’고 해석합니다. 성스럽다, 위대하다, 고결하다, 엄숙하다는 표현은 하느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보이지 않는 전체적인 분위기입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그 닮음은 인간의 의지(뜻)와 하느님의 의지가 서로 통해야만 가능합니다. 알렉산드리아의 성 치릴로 주교(375?~444)에 의하면 의지가 통한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신비입니다. 인간으로 오신 하느님께서 자기 비움과 낮춤으로 즉, 인류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십자가에서 죽음을 택하신 것을 말합니다. 그 사건은 인간이 하느님을 닮게 창조되었기에 하느님을 닮으려는 길로 들어가도록 도와주는 ‘거울’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것은 하느님을 닮아가는 지극히 거룩한 표본이 되었습니다. [작품1]

이콘에서는 우리가 그리스도를 닮아야 한다는 믿음을 표현하기 위해 ‘정면의 모습’으로 하느님과의 만남을 주선합니다. 또한, 몸체를 길게 표현하여 등장인물들의 거룩함을 강조합니다. 아울러 그 모습은 하느님과 많이 닮아있는 성덕의 표현입니다. 구약에서는 하느님을 볼 수 없었지만, 신약에서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새롭게 하느님의 선하신 사랑과 성스러움, 거룩함, 고결함, 엄숙함을 표현합니다.





4. 탈 물질화를 위한 구성

먹을 갈아 대나무를 그린다면 초록색이 없으니 잘못된 그림일까요? 초록빛이 없어도 그런 그림을 보면, 눈 내린 고향 초가집이 떠오릅니다. 댓잎으로 돛단배를 만들어 실개천에 띄웠던 추억에 잠깁니다.

우리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무언가 느끼게 합니다. 그 그림을 통해 내용과 그 어떤 무엇을 유추하게 됩니다. 이럴 때 사실적 표현보다는 어떤 느낌을 줄 수 있는 그림(형상 언어)을 사용합니다.

하느님의 세계를 표현할 수 없지만, 그 성스러운 표현을 위해서 이콘은 독특한 형상 언어를 사용합니다. 옷과 사물을 그릴 때 직선(直線)과 호(弧)와 평면(平面)을 사용합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사람이나 자연 등 모든 물질을 탈 물질적으로 표현합니다. 탈 물질은 눈에 보이는 자연 상태 모습에서 직선이나 호·평면을 사용하여 명암을 표현하면서 앞서 말한 먹으로 그린 대나무처럼 물질에서 얼마간은 벗어나는 형태입니다.

한 예가 이전에 설명했던 ‘블라디미르 성모님’ 이콘의 한 부분입니다. 아기 예수님은 아기답게 한 손은 어머니의 목을 감고 어머니와 뺨을 맞대고 있습니다. 그분의 옷은 수난을 상징하는 갈색이며, 거룩하신 분을 상징하는 금사(金絲)로 짜여 있습니다.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레 접혀 구겨진 옷자락을 둥글게 표현하지 않고 모두 직선 또는 꺾인 직선으로 표현하였고, 반사하는 빛은 직선의 금선으로 찬란한 명암을 표시합니다.
 

[작품 2] 블라디미르 성모님 이콘 부분

 


성모님은 검은 자주색의 겉옷(마포리온)을 입고 있습니다. 자주색은 여왕을 상징합니다. 머리 부분에 자연스레 접힌 수건 모양의 옷자락 끝에 갈색의 끝동이 있습니다. 금사로 수놓인 부분은 둥글게가 아니라 직선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어깨에서 팔뚝으로 내려진 마포리온에는 금사로 화려하게 장식한 끝동이 있고, 금으로 만든 장식 사슬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아름답게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굽이치는 끝동 옷자락이 모두 직선으로 꺾여 연결되어 빛나고 있습니다. 소매 부분에서 밑으로 내린 긴 옷자락은 직선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어깨와 머리 부분의 별 무늬는 성모님의 동정성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작품2]
 

 

[작품 3] 성 요한 세례자 이콘 부분

 


성 요한 세례자가 문서를 들고 하느님과 대화를 하는 장면입니다. 그의 옷 주름을 보면 허리에서 하체까지 직선이나 호(弧)처럼 완만한 둥근 선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엉덩이와 고관절 부위, 하반신 부위의 넓은 부분의 명암을 네모 또는 세모진 평면으로 세 단계 즉, 밝음, 중간 밝음, 어두운 단계로 표현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속 옷은 낙타 털옷으로 검푸른 색이고 두 가닥의 흰빛으로 명암을 표시하였습니다. 앞으로 튀어나온 바위의 입체감도 자연의 바위가 아닌, 평면으로 나뉘어 바위의 명암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작품3]

이러한 표현은 보기에 따라서 인간이 육체적·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표현에서 벗어나 좀 더 가볍고 약간은 반 투명한 느낌과, 보다 영적(靈的)이고 단순하면서도 정돈된 느낌이 들게 합니다.

김형부 마오로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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