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특집-독자들에게 띄우는 아이들의 부활 축하 편지
주님 부활 대축일, 신앙 안에서 살아가는 세계 각국의 한국인 가정 아이들이 부활 축하 인사를 건넵니다. 혼인과 출산의 기쁨이 사라져가는 저출산 시대, 하나된 보편 교회 신앙 안에서 사랑으로 어울려 사는 가족 이야기를 전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정에 접시가 날아다녀도 가정은 희망의 공장”이라며 “가정에는 항상 십자가가 있지만, 십자가 다음에 부활이 있다”(2015년, 미국 필라델피아 세계가정대회)고 말씀하셨습니다. 신앙 안에서 살아가는 네 가정의 일상은 ‘참된 인류애’를 그려나가는 아름다운 조각들입니다. 아이들이 보내온 부활 편지로 시작합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예수님 오시면 초콜릿 맘껏 먹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프랑스 리옹에 살고 있는 9살 줄리엣, 6살 에블린이라고 해요. 저희 엄마는 한국 사람이고 아빠는 프랑스 사람이에요. 프랑스에서는 부활이 큰 축제예요. 2주 동안 부활절 방학도 하거든요. 저희는 같은 가톨릭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그래서 목요일 아침 교리 시간에 사순에 대해 배웠어요.
줄리엣과 에블린
사순은 예수님의 부활을 기다리는 거래요. 그런데 어떻게 기다려야 하느냐 하면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걸 조금 참고 덜 하고 덜 먹으면 된대요. 그래서 저희는 아침을 먹을 때 핫초코에 설탕을 두 숟가락 넣고 싶은데 한 숟가락만 넣고, 또 매일 아이스크림을 디저트로 먹고 싶지만, 예수님의 부활을 기다리면서 주말에만 먹어요. 부활절이 되면 할머니 댁에 가서 달걀 초콜릿을 정원에 숨겨서 찾는 놀이를 할 거예요. 그리고 초콜릿을 맘껏 먹을 거예요. 예수님 빨리 오세요! 그리고 부활을 축하합니다!
부활을 기다리며 줄리엣과 에블린
엄마 뱃속에 임마누엘이 자라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미국 버지니아주에 살고 있는 6살 권아인 첼리나, 5살 권오민 에단, 2살 권오현 엘리야입니다. 요즘 아인이 누나는 성당에서 첫영성체 교리를 듣고 있어요. 수업에 가면 만들기도 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주셔서 교리에 다 같이 따라가고 싶어요. 빨리 교리를 다 배우고 예수님 몸을 모시고 싶어요.
미국의 권오민(에단, 5)·권아인(첼리나, 6)·권오현(엘리야, 2)
신부님께서는 우리가 Lent(사순 시기) 동안 노력해서 잘 깨어 살면 부활을 더 기쁘게 맞이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우리 가족은 사순 시기를 어떻게 잘 살 수 있을지 각자의 결심을 적은 종이를 화초에 걸어 두었어요. ‘어린이 성경 동화 읽기, 단것 먹지 않기, 미사 시간에 집중하기, 매일 저녁 기도 하기’ 등을 적고 지켰어요. 막내 오현이는 아직 어려서 우리가 대신 ‘자리에 앉아서 밥 잘 먹기’를 적어주었고요.
작년에 우리는 건강하고 예쁜 넷째 동생이 오길 함께 기도했어요. 그래서 엄마 배에는 지금 새로운 동생 ‘임마누엘’이 자라고 있어요. 동생이 태어나면 누나가 우유를 먹이고, 오민이 형이 재워준다고 했어요. 오현이는 유모차를 양보해줄 거래요. 새 생명이 태어나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잖아요. 그래서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신 부활도 기뻐요.
학교는 부활절을 맞아 일주일을 쉬고, 동네에서는 부활절에 Easter egg hunt(부활 달걀 찾기)를 해요. 부활 토끼가 와서 알록달록한 달걀을 숨겨 놓고 가면 친구들과 숨겨 놓은 달걀을 찾는 놀이에요. 달걀 안에는 초콜릿이나 작은 인형 같은 선물이 숨겨져 있어요. 매년 봄이 되면 부활절이 많이 기다려집니다. 온 세상 사람들과 함께 부활을 축하하고 싶어요!
아인, 오민, 오현 드림
부활 달걀 찾을 생각에 설레요
알렐루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엄마.아빠와 살고 있는 태오라고 해요. 이제 곧 만 3살이 되지요. 저는 중장비 친구들을 매우 좋아한답니다. 제가 가진 모든 것에 중장비 친구들이 있어요. 옷과 신발에, 이불에, 물병까지요.
캐나다에서 최태오 알로이시오
저는 엄마가 만들어 주시는 낫또밥을 아주 좋아해요. 하얀 밥 위에 낫또와 계란후라이를 올려서 비벼주면 정말 맛있어요. 엄마.아빠가 곧 부활절이 된다고 했는데, 작년 부활절 생각이 나요. 성당에 예수님이 계신 십자가가 보라색 이불로 덮여있어서 아빠한테 “예수님이 왜 이불 덮으셨냐”고 물어보았죠. 아빠는 예수님이 돌아가셔서 덮어놓은 거라고 했는데, 부활절에 갔더니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셔서 이제 이불이 없다고 말해주셨어요. 이해는 잘 안 됐지만, 성당 사람들 모두 기쁜 얼굴을 하고 있어서 부활절이 기쁜 날이라는 건 알아요.
캐나다에서는 주님 수난 성금요일부터 부활절 다음날인 월요일까지 부활 방학을 해요. 성당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부활절을 짧은 명절처럼 지내지요. 저 같은 어린이들은 Easter Bunny(부활절 토끼)가 숨기고 간 알록달록한 부활 달걀을 찾아 바구니에 담는 놀이를 한답니다. 올해도 저는 친구들과 부활절 미사를 드리고, easter egg hunting(부활 달걀 찾기)할 생각에 설레요.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캐나다에서 최태오(알로이시오) 드림
예수님 되살아나실 부활절이 기다려져요
안녕하세요. 저는 부활을 맞아 이 글을 쓰게 된 허윤 요한 바오로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이고, 첫째 동생은 2학년 허솔 프란치스카, 막내 동생은 1학년 허별 스텔라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글 쓰고 책보기입니다.
한국의 허별(스텔라, 초1)·허윤(요한 바오로, 초5)·허솔(프란치스카, 초2)
제가 가장 의미 있게 보낸 부활은요. 학교에서 ‘나의 달걀 찾기’를 한 날이었습니다. 동생들도 성당에서 달걀 찾기를 한 것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달걀이 부활의 상징인지 아시나요? 바로 ‘죽음’이라는 껍질을 깨고 병아리가 나온 달걀이 부활과 비슷하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그때 아주 재미있었고, 예수님의 부활을 즐거움으로 잘 남긴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활의 의미는, 우리를 위해 목숨 바치신 예수님의 부활을 가족들과 아주 즐겁고 기쁘게 보내고, 축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이 글을 쓰기 위해 동생들에게 부활이 뭐냐고 물었는데요. 동생들은 엄마에게 “엄마, 부활은 예수님이 돌아가셨으니까 슬픈 건가? 아니지? 기쁘게 기다리는 거지?”라고 다시 물었어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것을 생각하면 분명히 슬픈 일인데, 기쁘게 부활을 기다린다는 것이 조금 이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그럼~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돌아가셨다가 되살아나신 거니까 기쁘게 기다리는 거야~”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부활을 축하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4학년 때 쓴 시를 부활 선물로 드리고 싶습니다. 부활을 축하합니다~!
제목 : 저 하늘은
하늘을 본다. 하늘의 해는 두 개. 강물에 비친 것 하나. 맑은 하늘에 있는 것 하나. 밤 하늘을 본다. 밤 하늘에 별 하나. 강물에 비친 별 하나. 내 마음에 별 하나. 하늘은 파랗지만 검을 때도 있다. 내 마음은 기쁘지만 슬플 때도 있다. 하늘은 마음과 같다. 마음은 하늘과 같다. 모든 것은 1로부터 시작된다. 모든 것은 하나다.!
허윤, 허솔, 허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