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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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걸어서 성당에 갈 수 있는 것도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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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신부님! 여기는 평일 미사에 사람이 많네요~ 우리 본당도 이래야 하는데?.”

어느 날, 외지에서 평일 미사에 참여하러 오신 자매님이 미사를 마치고 하신 말씀이다. 자매님이 어쩌다 오신 그 날은 사실 자식을 많이 둔 형제님의 삼우 미사였다.

사정을 설명할까 했지만, 선종한 고인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그렇고, 내용도 길어서 “아, 네”하고 답했다. 코로나 이후로 주일 미사 참석자 수도 줄고 있는데, 평일 미사 참석자 수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시골 본당은 코로나 이전부터 평일 미사 참여는 어르신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들은 ‘교통 약자’들이기 때문이다.

면 단위 본당은 대부분 부락으로 구성돼 있다. 차가 없으면 당연히 미사 참여가 어렵다. 미사 시간을 버스가 다니는 시간으로 바꾸자 했더니, 그나마 평일 미사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해가 뜬 낮에는 농사일로 바쁘니 저녁 시간이 편하다고들 하신다. 노인 운전면허 반납신청을 받고 있는 요즘, 시골에서 차가 없는 어르신들의 불편함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새벽 3시경 한 자매님이 전화를 주셨다. “신부님, 저희 남편이 병원에서 돌아가셨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지체없이 자매님을 모시고 읍내 병원으로 갔다. 멀리 떨어진 자식들을 함께 기다리면서 장례 준비를 도와드렸다.

택시가 있지만, 대부분 운행이 제한된 콜택시다. 버스를 타기 위해서도 멀리까지 나와야 하고, 배차 간격도 꽤 심하다. 그렇다고 지자체에서 빈 버스를 여러 번 운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여느 시골 본당처럼 주일날 반드시 차량 운행을 해야 한다. 하지만 운전 봉사자분들도 고령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니 평일 미사는 생각도 할 수 없다. 걸어서 성당에 갈 수 있다는 것도 사실 참 큰 행복이다.

봉성체 숫자가 많이 늘었다. 대부분 몸이 불편한 분들이지만, 교통 약자 분들도 계신다. 가끔 오순도순 구역 미사를 하면서 내가 부지런 떨면 “이분들도 자주 평일 미사를 봉헌하실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하지만, 쉽사리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본당에 매일 미사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고, 평일 미사에 참석하지 못하지만 미사 지향을 종종 부탁하신다. 그리고 사제 역시 함께하는 마음으로 미사를 봉헌한다.

이선찬 신부 / 청주교구 학산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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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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