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신학원이 시작됩니다. 통신 성경 공부를 지금 시작하세요.’ 교회 영성 프로그램 안내서가 본당으로 자주 온다. 처음에는 자주 홍보도 하고 주보 내용을 통해 공지했지만, 어느 순간 외면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평일 미사에 오는 것도 힘든데, 어떻게 한두 시간을 나가서 수업을 들을까. 유튜브 링크 하나 걸어 보시라고 해도 찾기 힘든데 어떻게 통신 성경 공부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교회의 무수한 영성생활 중 어느 하나 접할 기회가 흔하지 않아 아쉬운 마음은 항상 있었다. 그래서 직접 시작해 보았다. 창세기와 탈출기 성경 공부, 성체조배회, 미사 영성 강의, 성무일도, 성지순례, 주일마다 피피티 작업 등!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시도했다. 오기도 생겼다. 살림은 어렵지만 남의 집 자식들처럼 다해주고 싶은 아버지 마음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다 보니 나도 지치고, 교우 분들도 살짝 지친 것 같다. 농사일에 종일 바쁘고 지친 그들을 괜히 초짜 신부가 잡아두는 것만 같은 미안함이 들기 시작했고, 하나 둘씩 줄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작은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고해성사 내용이 깊어지고, 면담이 잦아지고, 개별 묵상 글들이 풍성해졌다.
농촌 사목의 아쉬운 점 하나는 교회의 보물인 다양한 영성에 대한 배움의 기회 부족이다. 그래도 요즘 어르신들은 유튜브를 자주 접하셔서 유명한 신부님 강의를 보거나, 교회 방송과 신문을 통해 읽을거리, 볼거리를 챙겨 보시기도 한다. 하지만 영성의 보물을 간직하고 사는 수도자들의 이야기를 접하기는 어렵다.
남들보다 8년 늦게 신학교에 입학했다. 그때 지금의 내가 있는 곳으로 이끌어준 계기는 창세기 성경 공부였다. 성경 공부를 하고 다시 창세기를 처음 읽었을 때 그 느낌은 지금도 강렬하다.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창세 1,1) 맙소사. 그분은 언제나 그곳에 계셨구나! 가톨릭 영성의 보화들이 더 많은 곳에서 울려 퍼지길 기도한다.
이선찬 신부 / 청주교구 학산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