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의 창세기를 보면, 하느님께서는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고, 빛과 어둠을 가르시며, 낮과 밤을 만드시고, 식물과 동물 그리고 절기와 날을 만드시고, “번성하라”고 축복하셨다. 창조의 마지막 날에는 인간을 창조하시고 인간이 먹을 수 있는 풀과 과일나무를 창조하신다는 이야기다.(창세 1,1-31) 이는 창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구성 요소들, 생명체와 무기물의 집합체인 ‘시스템’을 창조하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번성’하라는 이야기다. 번성한다는 것은 생명체들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증가할까? 바로 먹이를 풍부하게 해주면 늘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농부들은 작물을 키울 때 퇴비나 비료를 풍부하게 뿌려서 작물이 잘 자라고 과일이 많이 달릴 수 있게 한다. 식물이 많으면 이를 먹이로 하는 초식동물이 늘어나고 초식동물이 많으면 육식동물이 늘어나며 동시에 인구가 증가하게 된다.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가장 기본이 되는 식물에서 시작하여 육식동물이나 인간의 방향으로 먹이사슬에 따라 ‘퇴비’와 ‘초지’ 그리고 ‘먹이’라고 정의되는 ‘에너지 이동’이 일어나 번성하게 된다. 이러한 에너지 이동은 ‘열의 이동’이며 오직 한 방향으로만 이동하여 에너지 피라미드를 형성한다. 생물학에서는 이를 ‘열역학 제2법칙’으로 부른다. 열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데 뜨거운 열은 온도가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결국 소비자의 개체 수는 하위 생산자 및 하위 소비자의 개체 수에 의해 자연적으로 조절되어 평형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인간은 예외라는 점이 생태계의 평형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지구에 생명체가 살기 적합한 환경 구성은 지구 자기장의 작동과 공전과 자전에 있다. 지구 자기장은 대기 중 성층권에 있는 오존층, 대기권이 지구를 이중삼중으로 둘러싸서 우주로부터 오는 방사선과 태양풍에서 지구의 생명체를 보호한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으로 지구 전체 평균온도를 일정하게 하는 ‘메커니즘’이 작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의 근원은 무엇일까?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 berg)는 과학의 첫 잔을 마시면 무신론으로 귀결되지만, 그 잔을 다 마시고 난 바닥에는 하느님께서 기다리고 계신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은 만물을 창조하시면서 만물의 각각에 부여한 내적 법칙에 따라 발전하도록 하셨다고 발언하였다. 결국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시스템과 함께 이러한 내적 법칙이 포함된 메커니즘을 창조하셨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하느님이 창조하실 때 가장 마지막으로 창조한 인간이, 하느님이 만드신 메커니즘을 교란시키며 붕괴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는 깊이 성찰해야 한다.
성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 찬가’에서 주님은 창조되기 이전에 하느님과 함께 계셨으며 만물이 그분 안에서 창조되었다고 고백하였다.(콜로 1,16-17) 또한 어떠한 처지에서도 만족하는 법을 배웠으며 비천하게 살 줄도 안다고 하셨다.(필리 4,11-12) 이 말씀은 하느님과 예수님 안에서 창조되었고 그분을 ‘향해’ 창조되었음에도 인간의 과욕으로 빚어진 기후 문제에 대한 해법을 성 바오로 사도의 실천적 삶 안에서 보여준다. 그러나 기후 문제의 현실적 정책 주도자인 22대 신자 국회의원들의 기후정책이 보이지 않아 하느님 창조를 유지시키는 메커니즘의 붕괴가 지속되고 있다. ‘경제적 풍요’가 새로운 ‘신’으로 등장하여 하느님을 대체하는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김사욱 시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