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종교시설인 진도 ‘팽목성당’. 손인성(스테파노)·김영예(바울라)씨 부부는 세월호 참사 발생 후 10년을 하루같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 집에서 차로 한 시간 걸리는 거리지만, 이들은 매일 오후 2시면 어김없이 팽목성당에 도착해 초에 불을 밝힌다. 사건의 직접적 관계자는 아니지만, 10년째 유가족의 손을 잡아주는 치유의 동반자가 되고 있다.
10년째 공소 예절과 기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기도로 시작하는 공소 예절. “삶의 아픔과 고통의 십자가를 지고 가신 예수 그리스도님, 진도 앞바다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다 죽어간 수많은 영혼들을 당신 품에 받아주소서…. 유가족들이 아픔의 상처를 딛고 굳건히 일어설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소서.” 10년째 바치는 한결 같은 지향의 기도다.
“처음엔 교구장 주교님도 오시고, 교구 내 본당이 돌아가면서 미사를 바치니까 참여했죠. 막상 와서 보니까 너무 슬픈 거예요. 우리 기도가 필요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땐 며칠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그렇게 한 달, 두 달, 1년, 2년…. 10년이 돼버렸네요.”
작은 ‘공소’인 팽목성당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 공간이다. 참사 후 추모로 가득했던 팽목항에서 1년 뒤 개신교와 불교 등 타종교 시설은 모두 떠났다. 2017년 세월호 선체가 인양돼 목포 신항만으로 옮겨지면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발길도 줄었다. 현재는 유가족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팽목항을 지키는 이들은 손씨 부부뿐이다. 2년 전에는 팽목성당도 철거될 위기에 처했지만, 유가족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서 지킬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힘으로 한 게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하신 일이죠. 세상의 시선으론 돈도 시간도 다 희생하는 거잖아요. 근데 하나도 아깝지가 않아요. 슬픔에 빠진 고장에 가서 기도해 주라는 주님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팽목성당 자리는 참사 당시 희생자 수습을 기다리던 대기 장소였다. 당시에는 천막성당이었지만, 진도군 요청으로 5차례 자리를 이동한 끝에 진도 진길본당에서 사용하던 컨테이너를 고쳐 지금 자리에 설치했다. 성당 안에는 부부의 사비로 구입한 커피와 물, 사탕 등 간식이 한 꾸러미다. 이는 매월 팽목항까지 도보순례를 하고 팽목성당을 방문하는 유가족과 시민단체, 그리고 현장을 방문하는 추모객을 위한 배려다. 10년이 지난 지금, 유가족에게 팽목성당은 더없이 소중한 안식처가 됐다.
유가족을 위해,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저 기도하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흘렀네요. 제대로 꽃 피우지 못한 아이들, 희생자들이 하늘나라에서 편히 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저희가 바라는 건 그뿐입니다. 유가족들에게도 힘이 됐으면 하고요. 사람들도 잊지 않고 기억해서 더 안전한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지금처럼 기도하면서 이곳을 지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