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잖아요. ''가려진''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데 큰 의미를 느꼈어요.”
세월호 10주기를 앞둔 4월 7일, 인천 부평동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에는 인천 숭의동본당(주임 임현택 안드레아 신부) 청년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일반인 희생자 42명, 참사 당시 구조작업을 펼치다가 사망한 민간 잠수사 2명이 안치된 이곳에서 청년들은 “10년간 참사 자체가 많이 잊힌 지금, 교회와 사회에 일반인 희생자들을 많이 알릴 필요성을 느꼈다”고 역설했다.
청년들은 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지훈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이하 정평위)가 올해 참사 10주기를 맞아 3~4월 교구 청소년·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프로그램을 통해 추모관을 찾았다. 정평위는 10년 동안 세월호가 많이 잊힌 시점에 희생자 대다수를 차지하는 단원고등학교 학생 및 교사들에 가려져 소외된 일반인 희생자들의 존재를 환기시키고 안산이 아닌 인천에도 추모관이 있음을 교회에 널리 알리고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희생자 유해와 영정이 모셔진 안치단에서 청년들은 “알 수 없는 연결감을 느꼈다”고 표현했다. 그들은 전국 일주 중이던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 함께 추억 여행을 온 초등학교 동창생들처럼 언제든 우리 곁에서 찾아볼 법한 지극히 평범한 이웃들이었다. 전무상(요셉·35)씨는 “참사 7분 전의 모습을 담은 CCTV 영상 속 희생자들은 너무나도 평온해 더욱 가슴이 미어졌다”고 말했다.
추모관에 전시된 사고 해역에서 수습된 유품을 보며 청년들은 하루아침에 좌절된 이웃들의 미래에 마음 아파했다. 직장인이었던 희생자의 사원증에는 그가 가족들과 못다 이룬 단란한 삶의 꿈이 서려 있었다. 그는 힘들게 번 돈으로 제주도에 집과 농장을 마련해 가족들과 그곳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모두에게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 청년들은 그 위기에서도 살신성인의 정신을 발휘했던 의인들의 이야기에 먹먹한 감동을 느꼈다. 20대 청춘에도 구명조끼를 학생들에게 양보하고 배에 남아 구조를 돕던 승무원과 선사 노동자들 사연에는 눈시울을 붉혔다. “참사 후 자진해 바다로 뛰어들어 실종자 수색을 벌이다가 목숨을 잃은 민간 잠수사 고(故) 이광욱·이민섭씨는 사회가 함께 기념할 분들”임에는 한목소리를 모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금 인지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묵념을 마친 청년들은 안치단에 “단원고 희생자뿐 아니라 일반인 희생자분들도 잊지 않겠다”는 추모 메시지를 봉안당에 붙였다. 이파란하늘(마리아·19)씨는 “어린 학생들을 더욱 안타깝게 조명하느라 정작 일반인 희생자들은 외면받았던 것 같아 미안하다”며 추모의 꽃을 봉헌했다.
청년들과 동행한 정평위 정정민(오틸리아) 사무국장은 “더 많은 사람이 추모관을 찾아 이들의 존재를 기억하고 기도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