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 교회는 지난 2021년 10월 9일부터 2023년 9월 말까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참여·사명’이라는 주제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의 여정을 걸어왔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4~29일, 바티칸에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회의 제1회기 여정을 마무리하면서 최종적으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며 사명을 수행하는 교회’를 제목으로 20개 안건이 담긴 ‘종합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이 보고서는 도입, 본문(제1부-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의 얼굴, 제2부-모두 제자며 모두 선교사, 제3부-유대를 만들고 공동체를 구성하기), 결어(여정을 계속하기 위하여)로 구성되어 있다. 도입과 결어를 제외한 본문만 20항 271조항으로 되어있다.
이 중 본고에서는 본문 1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의 얼굴, 4항 가난한 이들, 교회 여정의 주역들, 17조항으로 구성된 부분으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시노달리타스’의 방법에 대해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의 주제에 따라 기술하고자 한다.
2. 시노드와 시노달리타스
‘시노드’란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 나라를 향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걷는 여정’을 뜻하고, ‘시노달리타스’란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 나라를 향해 그리스도와 함께 걷는 여정의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이 삶의 방식은 성령의 이끄심을 알아듣고 따라가며 살아가는 방식이다. 따라서 서로의 의견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기도하고 말하는 가운데 성령의 말씀을 식별하고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행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관계 중심적이고 개방성의 특성을 지니기에 모든 인류와 피조물과의 친교를 통해 함께 참여하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3. 시노달리타스를 향한 가톨릭 사회복지의 방법
1) 친교: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 인간 존엄성을 바탕으로
‘교회가 가난한 이들에 대해 우선적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은 그리스도론적 신앙에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따르면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자비를 가장 먼저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에게 베푸셨다. 하느님의 이 우선적 선택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지니셨던 그 마음’을 기르도록 부름 받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예수님께서는 가난하고 겸손한 분으로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되셨고 가난한 이들과 같이 걸으셨으며 가난한 이들과 함께 식사하시고 가난의 원인을 비난하셨다.’(보고서 제1부 4항 2 참조)
‘가난한 이들은 사랑을 간구한다. 사랑은 존중과 환대와 인정을 뜻한다. 사랑이 없다면 음식과 돈, 또는 사회적 돌봄의 제공이 물론 중요한 도움의 형태를 나타내지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온전한 사명을 실현하지는 못한다. 존중과 인정은 개인의 능력을 실현하는 강력한 도구들로 모든 사람이 다른 이들의 도움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성장을 위한 여정의 주체가 되게 한다.’(보고서 제1부 4항 1 참조)
사회복지를 공부하기 위해 학교 근처의 한 본당에서 기거하며 매일 새벽 미사를 도와주고 있었다. 어느 날 새벽 미사를 마치고 신자들과 인사하기 위해 먼저 내려오면서 남루한 차림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자판기 커피를 드시며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 한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어제 하루 종일 폐지를 주웠고 길 건너 고물상에 폐지를 팔려고 문 열기를 기다린다고 하셨다. 일주일 후부터 100원짜리 동전을 담은 통 하나를 두고 이 돈으로 커피를 드시라고 하면서 인사와 대화를 하며 친교를 쌓아갔다. 그분들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마음의 이야기까지?. 시간이 지날수록 새벽 시간은 모두에게 기쁨의 시간이었다. 그분들이 이곳 고물상을 이용하는 것은 고물상 사장님이 값도 후하게 쳐주고 자신들의 처지를 잘 이해하기 때문이라는 말에 고물상을 방문하였다. 사장님은 이 본당 신자였고 아픔도 많은 분이었다. 도박중독으로 전 재산을 잃고 회복 모임(GA)에 참석하면서 고물상을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렀다며 GA 모임에 초대를 해주었고 지금까지도 함께하고 있다. 본당의 새벽 시간은 사랑방이었고 신자들도 자연스럽게 어울려 친교를 나누었다.
2) 참여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의 만남, 삶의 나눔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그들’과 ‘우리’라는 용어로 ‘그들’을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형제·자매로 받아들여 문제가 있으면 우리 일로 여겨 해결하고자 함께 힘을 모았다. 여기에는 정부, 지자체, 정치인, 학계, 의료계, 복지계, 상인, 시민 사회단체, 지역 종교단체 등 그 범위와 영역이 넓어졌다. 함께 참여한 사람들은 서로에게 더 가깝고 덜 관료적이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곁에 있다는 것은 또한 그들과 함께 공동의 집을 돌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곧 땅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은 같은 것이다.’(보고서 제1부 4항 5 참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큰 물난리와 태풍·추위가 맹위를 떨치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폐지를 모을 수 없어 냉난방은 물론 끼니조차 거를 때가 있다며 환경문제니 자원 재활용 문제를 말씀하셔서 환경개선과 자원 재활용 방법 등을 찾아 실천 운동으로 발전해 나갔다.
‘이처럼 교회가 물질적으로 가난한 이들과 영적으로 가난한 이들과 합심할 때 서로의 필요에 대한 답을 찾아갈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의 전망을 구체화하는 함께 걸어가는 방식이다.’(보고서 제1부 4항 4 참조)
3) 사명
교회는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파견된 그리스도로부터 사명을 받기에 교회 자체가 곧 사명이다. 따라서 시노달리타스는 사명을 지향한다. 시노달리타스가 사명을 지향하기에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분명한 자기 정체성 안에서 모든 이와 형제애를 나눈다. 특히 ‘가난한 이들 안에서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그리스도의 얼굴과 몸을 만난다. 교회는 그들의 고통을 통하여 고통받으시는 그리스도를 직접적으로 알게 된다. 가난한 이들의 삶이 주님의 삶과 닮았기 때문에 그들을 선물로 받은 구원의 선포자가 되고 복음의 기쁨의 증거자가 된다.’(보고서 제1부 4항 8 참조) 성령의 지원과 인도를 받아 교회는 예수님의 사명에 근거하여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면서 복음을 모르거나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에게 복음을 선포하고 증언한다.
그러나 ‘교회의 이름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결코 교회의 신앙을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하느님은 사랑이기 때문에 그들은 순수하고 헌신적인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믿는 하느님, 사랑으로 우리를 이끄시는 하느님에 대한 가장 훌륭한 증언임을 안다. 우리는 침묵하며 묵묵히 사랑을 실천하는 바로 그때에 하느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안다.’(「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 회칙, 31항 다 참조)
그리고 몇 년이 흐른 뒤 그 어르신들 가운데에 몇몇 분은 이미 하느님의 사랑 받는 아들·딸들이 되어 교회 공동체 안에서 기쁘게 봉사하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