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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시골 본당의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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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산본당은 공소로 시작했다. 공소에서 본당으로 승격되기까지 많은 분의 수고가 있었지만, 이곳 신자들의 머리와 가슴 속에는 한 분의 이름이 깊게 새겨져 있다. ‘이광재 헨리코’.

1936년생으로 충북대 약학과 재학 시절, 메리놀외방전교회 주은로 신부님을 만나고 약사이자 선교사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1967년 당시 청주교구 영동본당 주 신부의 부탁으로 연고 없는 이곳 학산으로 온 가족이 이사를 했다.

학산 삼거리에 약국 천호당을 개업했고 이곳은 아픈 사람들이 유일하게 의지할 곳이 됐다. 또 마을의 대소사를 책임져주고, 하느님의 말씀이 시작되는 곳이었다. 이렇게 헨리코 회장은 신자·비신자 가리지 않고 정성껏 그들을 보살폈다. 공소 회장이 되고는 한 영혼이라도 더 구하고자 백방으로 뛰었고, 예비신자 교리부터 공소 예절까지 하느님의 종으로 충실히 살아가셨다. 회장님의 헌신은 이곳 공동체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마침내 1995년 당시 청주교구장 정진석 주교님 주례로 본당 봉헌식을 가졌다.

이제 학산본당 역사도 30년이 됐다. 학산공소 시절부터라 치면 50년, 용화공소부터 시작한다면 100년이 넘었다. 시골 본당은 한국 근대사와 비슷한 흐름을 가졌다. 어려웠던 시기 중심이 되어준 지도자. 그 지도자 아래 힘을 모아준 많은 사람들. 그렇게 교회는 약자를 외면하지 않고 어려움을 자처하면서 함께 자라왔다. 한 사람에게서 죄악이 나왔다면, 한 사람이 모두를 구원해줄 빛도 가진 종교가 그리스도교다.

작은 시골 본당에서 한 사람의 상처는 모두의 아픔이 되기도 하고, 한 사람의 희생이 모두의 희망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공동체는 항상 이렇게 되뇐다. 내가 건강하고 내가 기뻐야지 네가 건강해지고 네가 기쁠 수 있다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왜 주일에 성당 나가?”

“응. 너를 더 사랑하려고.”

나약함을 알고 하느님께 그 힘을 청할 때, 나약한 하나는 하느님과 함께 더 큰 하나가 되기도 한다.




이선찬 신부 / 청주교구 학산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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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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