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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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청년 삶의 나침반, 그분과의 대화로 영적 갈증 채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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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청년 신자들은 기도보다 생활성가 찬양과 같은 활동만을 선호할 것이라는 시선이 있다. 하지만 영성보다 활동 중심적인 본당 청년 활동, 표면적으로만 접하는 신앙생활에 염증을 느끼는 청년도 많다. “기도하고 싶어도 기도하는 방법을 모르겠다”거나 “삶에서 예수님을 어떻게 만나는지 배운 적이 없다”며 교회에서 멀어지는 청년도 있다.


예수회가 전 세계에서 펼치는 평신도 영성 활동인 교황님 기도 네트워크(한국 책임자 손우배 요셉 신부, 이하 기도의 사도직)는 개인별 기도 교육, 영신 상담 등을 통해 청년들의 영적 갈증을 채워주고 있다. 예수회원들 도움으로 예수와의 인격적 만남으로 나아가는 기도의 사도직 청년 회원들은 그들이 방황하지 않도록 나침반처럼 안내하시는 주님을 비로소 체험하고 있었다.



■ ‘그분과의 진지한 만남 추구’


4월 5일 저녁 7시30분, 서울 예수회센터에서 장엄한 미사가 봉헌됐다. 오르간 성가가 울려 펴지는 가운데 십자고상, 예수성심 상본, 성경을 치켜들고 입당한 건 다름 아닌 청년 복사단원들. 전례 중 제대와 복음서, 신자들을 향해 분향하는 것도 빠지지 않았다.


기도의 사도직은 매달 첫 금요일 바치는 예수 성심 신심 미사를 장엄미사로 봉헌한다. ‘전통 전례는 고리타분해서 싫어할 것’이라는 흔한 예상과 달리 청년 회원들의 호응이 높다. 전통 전례를 경험하기 힘든 청년 회원들은 “가톨릭교회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가치로 주님께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고 늘 말한다.


“피어오르는 향을 보면 주님에게서 오는 크나큰 위로가 느껴져요. 한 달간 삶 속 힘들었던 것들이 주님께 봉헌돼 올라가는 기분이거든요.”


미사에 참례한 60명가량의 회원 중 청년은 무려 20여 명. 한창인 봄 날씨에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즐기러 가기보다 성당으로 발걸음한 이유는 주님과의 진지한 만남을 추구해서다. 미사에 앞서 5시30분 시작된 기도 묵상과 성시간 전례 때부터 한 명 한 명 모여들었다.


신앙과 괴리되기 쉬운 분주한 삶…. 청년들은 성체 조배와 강복을 통해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예수님을 느끼고 그분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복사기를 돌리거나 상자를 옮기는 등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작업에서도 주님께서 자신에게 바라시는 뜻을 찾고, 일상을 예수성심에 봉헌하는 기도의 사도직 영성을 실천하면서 그분과의 인격적 만남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관상기도에서 마주한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답답함 가운데 예수님이 함께 계시니 어느 순간 괜찮아졌던 체험처럼 청년들은 예수님을 만나며 그간 느껴본 적 없던 근본적 안정감을 맛본다. 2016년부터 예수 성심 신심 미사에 참례해 온 이원준(유스티노·37·서울 도곡동본당)씨는 “예수님을 내 삶에서 인격적으로 만난다는 게 어떤 것인지, 내 삶에서 구체적으로 그분 뜻에 따라 살아간다는 게 어떤 것인지 조금씩 느끼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격적으로 오신 그분을 찾기 전의 삶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평화”라고 덧붙였다.



■ 기도하는 방법


“염경기도 외에 별다른 기도를 해본 적이 없었어요.”


청년 회원들은 레지오, 성서모임, 이런저런 봉사에 몸담았던 사람이 대다수다. “아무리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신앙 지식을 쌓아도 채워지지 않던 목마름은 바로 기도에 대한 갈구였다”는 말은 그들의 공통된 고백이다.


신앙인에게 기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청년들도 알고 있지만 정작 어떻게 기도하는지는 잘 모른다. 기도의 사도직은 이렇듯 깊이 있는 기도와 친숙하지 않은 청년들을 위해 ‘기도 학교’ 등을 열고 있다. 기도 순서가 복잡하고 일반 청년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신수련을 가르쳐 주고 묵상과 성찰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주는 장이다.


청년들은 예수회원들에게서 가장 기초적인 것들부터 체계적으로 가르침을 받는다. 본질적으로 예수님과의 대화인 기도를 위해 자신의 내면을 비우는 침묵, 영으로 깊이 침잠하게 하는 호흡법, 자세를 배운다. 그러다 보면 양심 및 자아 성찰, 향심기도, 렉시오 디비나 등 깊이 있는 기도법으로 어느새 자연스럽게 나아가게 된다.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식이 아니라 청년 개개인에게 영적 동반자로 함께하는 여정이다. 청년들은 예수회원들이 매번 내주는 기도 숙제를 받아 각자 수행하게 된다. 청년들을 위한 개인 면담도 이뤄진다. 면담에서는 막연한 체험을 듣기보다 청년들에게 기도 느낌이 어땠는지, 관상에 자신의 모습이 투영됐다면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도록 이끈다.


기도의 사도직 한국 부책임자 최준열(다미아노) 신부는 “늘 내면에 무언가 갈망이 있음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그 실체가 예수님임을 알려주는 것이 기도 교육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돈, 지위 등 저마다 좇는 목적을 이뤄도 허전한 마음은 예수님과의 밀접한 대화로 비로소 채워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 나눌 수 있는 분위기


“‘펠릭스 쿨파’(Felix Culpa, 복된 죄)라고 하잖아. 어쩌면 우리가 죄인이기에 구원의 은총을 누릴 수 있는 건 아닐까 싶어.”


학업, 취업, 직장생활…. 인생에서 유독 캄캄한 시련만 몰아치는 시기를 보내는 청년들은 언제나 마음속으로 “하느님, 함께 있어 주세요”하고 되뇐다. 하지만 그를 다른 청년들과 나누기는 쉽지 않다. 본당 청년 모임 뒤풀이 자리에서만 해도 신앙 이야기를 꺼내려다가도 “오글거리니 그만두자”하고 단념한다.


하지만 기도의 사도직 청년 회원들은 함께 자연스럽게 신앙 이야기를 나눈다. 먼저 청년들에게 본인의 기도 체험을 나누는 예수회원들이 조성한 나눔의 문화다. 반응하는 삶과 응답하는 삶은 어떻게 다른지, 각자 어떻게 자기 삶에 응답하고 있는지 식사 자리, 술자리에서도 물꼬를 트는 예수회원들을 따라 청년들도 자유롭게 털어놓을 용기를 얻는다.


3년째 회원으로 함께하는 양은혜(그라시아·36·의정부교구 일산본당)씨는 “‘우리가 이렇게 서로 도와주라고 하느님이 만나도록 엮어주셨나 보다’라는 등 소소한 일상에서도 청년들이 하느님 현존을 함께 찾아내고 나눌 수 있어 큰 위로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 교황님 기도 네트워크는

1844년 ‘기도의 사도직’(Apostleship of Pray)으로 출발한 교황님 기도 네트워크는 이냐시오 영신수련을 일상에서 살아가며 예수성심과 일치하는 삶을 실천한다. 회원들은 ▲성체성사와 매일 봉헌기도 및 성찰기도 봉헌 ▲예수성심과 성모성심에 대한 믿음 ▲교황 매달 기도지향 동참 등 노력으로 평범한 일상을 예수에게 봉헌하고 신앙과 일상을 통합하는 평신도 영성을 살아내고 있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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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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