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 넘쳐 뛸 때 뉘와 함께 나누리, 슬픔이 가득할 때 뉘게 하소연하리~♬”(가톨릭 성가 329번)
슈베르트 작곡 ‘미사 시작’이다. 좋아하는 성가라 개인적으로 특별한 날이나 연중 시기에 종종 성가대에 요청해 입당성가로 함께 부른다. 제의를 입고, 미사 시작종을 치고, 작은 십자가에 경배한 후 행렬을 시작하면서 항상 같은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기쁨과 슬픔 모두 주님의 것이오니, 그들에게 필요한 은총 내려주소서.’ 이 큰 은총이 담긴 미사를 집전하면서 제일 좋아하는 기도 문구는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이다. 아마 모든 신자도 사제의 이 외침이 가장 기쁘게 들릴 것 같다.
미사를 마치고 신자들 한 분 한 분에게 눈인사를 한다. 그리고 그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진심으로 기쁜 삶을 살아가길 기도한다. 한때는 제대 위에서 듬성듬성 비어있는 신자석 빈자리에 조바심도 느끼고, 백발로 가득 찬 공동체를 바라보면서 염려도 했지만, 미사 후 그들이 돌아가는 모습에서 다시 희망을 가져본다.
‘가톨릭시즘’. 어느 자리에서 어딜 바라보고 외치는지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지만, 점점 작아지는 공동체를 바라보면서 슬퍼할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모두를 구원한 것처럼 파견된 그들이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시선과 방법으로 살아가길 믿어본다.
두 달 동안 3년의 삶을 정리하면서,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도 생각해본다. 순교자의 후손으로 눈앞에 보이는 어둠이 아닌, 저 너머의 빛을 향해 걸어가는 모든 그리스도인, 비슷한 처지에 서 있는 동료들, 더 어려운 곳에 서 있는 모든 이들을 사랑으로 기억한다.
‘민심’이라는 단어가 귓가에 자주 들려온다. 어쭙지 않은 짧은 시간의 경험으로 시골 본당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 부끄러움이 많은 글이다. 대안없이 불평만 쏟아 낸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지만 하느님 백성의 마음이 담긴 ‘민심’을 함께 고민하길 청하며 부족한 글에 서품 성구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들지만, 우리 하느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 있으리라.”(이사 40,8)
이선찬 신부 ( 청주교구 학산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