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4월 19일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3」을 펴냈다. 2023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집계된 통계는 한국교회 신자와 성직자·신학생 현황, 교회 내 성사 활동과 신앙 교육, 사회사업과 해외 파견 현황 등을 파악해 사목 정책 수립에 반영하기 위한 자료다. 통계 주요 지표와 함께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사목적 시사점을 제언한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3 분석 보고서’(이하 분석 보고서) 내용을 종합, 소개한다.
신자 597만675명, 인구 대비 신자 비율 3년째 제자리
저출생 고령화 현상 뚜렷... 65세 이상 신자 비율 26.1
한국교회 신자는 597만675명으로 2022년 대비 2만813명 늘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5267만3955명) 중 신자 비율은 11.3다. 신자 수는 소폭(0.3) 늘었지만 인구 대비 신자 비율은 3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한국 사회의 저출생 고령화 현상은 교회 안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23년 0~4세 신자는 2만4860명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4만9949명)보다 50.2 감소했다. 반면 65~69세 신자는 2019년 37만1792명 보다 40.8 늘어난 52만3305명이었다.
65세 이상 신자 비율은 26.1로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비율 18.2(통계청 ‘2023 한국의 사회지표’, 2024년 3월) 보다 6 포인트 높다. 군종교구를 제외한 모든 교구의 65세 이상 신자 비율이 20를 넘었고 안동교구(33.4)와 춘천교구(31.9)는 30 이상이었다. 유엔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일 경우 초고령 사회로 본다. 교회가 사회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분석 보고서에서 “유아 세례의 중요성에 대한 교리교육과 영유아 교육, 주일학교, 청년·청소년 사목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전반적이고 총체적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재 노인 세대 신자가 많고, 성인 세례 비율이 높다고 젊은 세대가 나이가 들면 교회에 입문할 것이라는 예측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주일 미사 참례율 13.5... 영세자 전년보다 1만 명 늘어
미사 참례, 성사 활동 코로나19 이전의 60~80... 온전한 회복은 과제
주일 미사 참례자는 80만5361명으로 전체 신자 대비 주일 미사 참례율은 13.5였다. 10년 전인 2013년(21.2)보다 7.7 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10.3로 최저점을 찍은 주일 미사 참례자 비율은 점차 높아지고는 있다. 2022년 주일 미사 참례자는 2019년의 64.7, 2023년은 74.5까지 회복됐다. 팬데믹 이전 주일 미사를 참례하던 신자의 25는 여전히 성당에 돌아오지 않은 셈이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엔데믹 선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감염의 우려가 어느 정도 제거된 상황에서 주일 미사 참례자가 (2019년의) 74.5에 그친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교회의 성사 활동은 회복 국면이 분명하지만 팬데믹이 준 충격과 그에 익숙해진 신자들에게는 여전히 다시 교회에 나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감안하면 교회의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영세자 수는 5만1307명으로 전년(4만1384명) 보다 약 1만 명 늘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영세자(8만1039명) 대비 63.3의 회복률이다. 영세자는 안동교구와 군종교구를 제외한 모든 교구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비율이 높았다. 등록 예비신자 수는 3만9249명으로 2022년(3만421명)보다 8800여 명 늘었다. 등록된 성인 예비신자 중 그해 세례를 받은 비율은 87.9로 2013년 이후 가장 높았다.
견진·병자·고해성사, 영성체 등의 성사별 참여 건수는 팬데믹을 지나며 차츰 늘고 있다. 견진성사는 전년 대비 7.1, 병자성사는 22.5, 고해성사는 12.6, 영성체는 6.4 증가했다. 견진성사 건수는 2019년의 68.6, 병자성사는 90.6, 영성체 73.0, 고해성사는 73.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교구 신부 비율 17.5... 원로사목자 등 고령 신부 지속 증가
새 사제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75명... 입학 신학생도 감소세
한국교회 성직자(부제 제외)는 전년보다 18명 증가한 5721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교구 신부는 4715명이다. 신부들의 고령화도 수년 전부터 두드러진 특징이다. 교구 신부 연령별 분포를 보면 65세 이상이 전체의 17.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65세 이상 신부를 제외하면 50~54세 신부가 13.9로 가장 많으며 40~44세 13.8, 45~49세 13.6 순으로 나타났다. 교구 원로사목자 역시 지난 10년간 계속 늘어 2023년에는 전년보다 46명 늘어난 536명(전체 신부의 11.4)으로 500명을 훌쩍 넘었다.
고령 신부와 원로사목자가 늘어난 반면 새 신부와 신학생은 계속 줄고 있다. 교구 소속 새 신부는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75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100명 아래로 떨어진 후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신학생 수는 교구 790명, 수도회 228명 등 총 1018명으로 2013년(1264명) 대비 37.5 감소했다. 2021년까지 130명 이상을 유지하던 교구·수도회 입학 신학생 수는 2023년 96명으로 전년(88명)에 이어 올해도 100명을 넘지 못했다. 교구 입학 신학생은 81명으로 2013년(143명)보다 43.4 감소했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새 신부 수와 고령 신부 비율을 종합적으로 볼 때 수년 내 한국교회도 현재의 중년 신부들이 일선 사목에서 은퇴하면서 사제 부족 현상에 직면할 것이라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좀 더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2023년 현재 한국교회에는 175개 수도회에서 1만1473명이 수도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 수도자는 전년 보다 34명 감소한 1568명, 여자 수도자는 69명 감소한 9905명이었다. 수도회 수련자는 남자 34명, 여자는 166명이었다. 2013년과 비교해 남자 수련자는 65.3, 여자 수련자는 53.8 감소했다. 교구 설립 여자 수도회 수련자 중 한국인은 단 3명에 불과한 반면 외국인은 86명으로 집계됐다. 2013년에 한국인 100명, 외국인 33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0년 사이 외국인 수련자의 비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