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20주년을 맞은 ‘젊은 교구’ 의정부교구를 이끌 새 목자가 탄생했다. 2일 제3대 의정부교구장 손희송 주교의 착좌식이 열린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은 새 교구장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제와 신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손희송 주교는 이날 “서울대교구에서 9년 가까이 보좌 주교로 일했지만, 하느님의 일을 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면서도 “하느님께서는 부족한 도구로도 당신의 일을 하실 수 있다는 말에 위로를 얻으면서 교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 교구 설정 20주년을 맞은 의정부교구는 새 목자를 따라 더 활기차게 복음화 여정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교구민들은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요한 20,28)이란 손 주교의 사목표어를 함께 새기며, 더욱 복음 말씀에 따라 살아가는 공동체가 되기를 기도했다.
주교님 고향으로 돌아오신 걸 환영합니다
2일 낮 착좌식을 몇 시간 앞두고 일산 킨텍스 주차장에는 버스 수십 대가 물밀듯 들어왔다. 14년 만에 탄생하는 새 교구장을 맞이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신자들을 태운 차량들이다. 신자들은 밝고 활기 찬 표정으로 본당 이름이 적힌 깃발을 따라 줄지어 행사장으로 들어왔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새 교구장 주교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신자들부터, 이 순간을 남기려고 손 주교 얼굴이 인쇄된 현수막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이들까지. 교구민들 얼굴에선 새 교구장을 환영하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4700여 석이 마련된 킨텍스 8전시홀은 순식간에 가득 찼다.
이날 착좌식이 더 특별한 손님들도 있었다. 손 주교가 나고 자란 고향 연천에서 찾아온 연천본당 신자 11명이다. 1956년 연천에 정착한 손 주교 부모가 세운 연천공소(1992년 본당 승격)가 바로 연천본당의 전신이기 때문이다. 초대·2대 회장이 손 주교의 부친 고 손광호(마태오·1970년 선종)씨와 모친 고 양기순(마리아·2014 선종)씨였다. 이날 발걸음 한 연천본당 교우 중에는 손 주교의 어린 시절부터 함께 신앙생활을 해온 신자들도 많았다.
서로 ‘누나'', ''동생’ 하며 함께 컸다는 김부예(루치아)씨는 “아주 착하고 좋은 분이라 늘 존경했는데, 고향에 와서 교구장이 되시니 무척 반갑고 좋다”고 했다. 이어 “교구장 임명 발표 후 지금껏 하루도 안 빠지고 기도했다”며 “항상 건강하고, 열심히 사목하는 목자 되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손 주교 집안과 사돈이라는 김선희(마리아)·정민자(안젤라)씨도 “정말 영광스럽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손 주교 가족들도 기뻐하며 새 교구장으로서 양 떼를 이끄는 착한 목자로 살아갈 것을 함께 기도했다. 큰누나 손희복(엘리사벳, 의정부교구 녹양동본당)씨는 “소속 교구의 ‘주임’으로 가족이 온다니 개인적으로도 더욱 복음 말씀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할 것 같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며 “예수님 따르는 착한 목자가 되시길 더욱 간절히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큰 조카 이수연(체칠리아, 인천교구 김포본당)씨도 “지금처럼 앞으로도 한 마리의 양까지 꼼꼼히 챙기시는 자상하고 마음 깊은 목자가 되시길 기도드리겠다”고 전했다.
손 주교가 1992~1994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목한 서울대교구 용산본당 출신 신자들도 응원을 보냈다. 30년 전 추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는 김재왕(마리아)씨는 “손 주교님은 모든 면에서 덕이 있고, 모든 신자를 평등하게 대해주신 목자”라며 “하시던 대로 계속 교구민과 함께하는 사목을 잘하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젊은 교구, 교구장 ‘삼대’가 한 자리에
초대 의정부교구장 이한택 주교와 제2대이자 전임 교구장인 이기헌 주교, 새 교구장 손희송 주교까지. 이날 착좌식에는 역대 모든 교구장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전임 교구장들은 연신 따뜻한 눈길로 교구를 이끌 후임 주교를 바라보며 격려했다. 이한택 주교는 “손 주교님께서 교구장직을 잘 수행해 우리 교구 형제자매들이 더욱 행복하게 신앙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하느님께 도움을 청한다”고 말했다. 이기헌 주교는 1~3대 교구장이 한데 모인 것을 언급하며 “보통 ‘삼세번’을 이야기하는데, 모두가 3번 타자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며 “고향인 의정부교구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주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으로 교구민들은 신자로서 기본을 만들고, 하느님 일을 차곡차곡 해나가시길 뒤에서 응원하겠다”고 기도했다.
한마음으로 응원한 신앙인들
손 주교를 가까이서 함께하며 지켜본 성직자와 수도자들도 지금처럼 ‘복음의 희망을 전하는 목자’로 살아가길 기도했다. 교구 사제단을 대표해 축사한 류달현(안식년) 신부는 “이곳(의정부교구)은 결코 낯선 곳이 아닌, 주교님의 신앙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 있는 곳이며 30년 전 주교님과 함께 신학생으로 사제직을 준비하던 많은 제자들이 있는 곳”이라며 “전 교구장님들이 잘 닦아놓은 토대를 바탕으로 청년으로 도약하는 교구에 꼭 필요하신 분을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셨다”면서 손 주교의 순례에 함께하는 협력자로서 함께할 것을 다짐했다.
손 주교와 소신학교 동창이자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에서 함께 유학한 방상만(수원교구 보라동본당 주임) 신부는 “본래 성실하고 선하고 유한 분이라 좋은 교구장이 되실 것”이라며 “신자들의 어려움과 아픔을 잘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착한 목자가 되시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여성소위원회에서 함께 일해온 김은진(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사무국장) 수녀는 “주교님께서는 항상 소외된 이들과 낮은 사람, 그 가운데 여성의 존엄성을 강조하며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오신 분”이라며 “의정부교구에서도 지금처럼 가난하고 소외되고 어려운 이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하는 따뜻한 사목자로 살아가시길 바란다”고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