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년 동안 열려있던 세종보의 수문을 닫는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보를 막아 수심이 확보되면 요트와 수상스키 레저활동이 가능하고 소수력발전으로 전기 생산도 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여기에 반발해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서) 환경단체가 벌써 열흘 넘게 세종보에서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지난해 공주보는 결국 수문이 닫히면서 물이 한 번 들어왔다 나간 고운 모래톱이 펄이 되어버렸다. 겨우 살아나던 존재들도 함께 사그라져 버렸다.
2018년 세종보 수문이 열렸다. 수문이 닫혔을 때는 녹조가 심해서 수상 레저는커녕 인근 주민들이 악취로 고생했다. 2021년 금강과 영산강보 처리방안이 확정된 후 환경부는 세부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발주했지만, 보는 쉽게 해체되지 않았다. 보와 녹조는 무관하고 정치적 탄압이라는 주장이 난무했다. 정권이 바뀌고 지난해 7월 4대강 감사결과가 나오자마자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물관리위원회에 보 처리 방안 취소를 요청했다. 보 처리 방안을 취소하라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지적한 것인데 환경부는 이의신청도 하지 않았다.
환경단체의 극심한 반발 속에서도 환경부 장관은 꿋꿋했다. 그는 국정감사에서 “기후 위기로부터 안전한 물관리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면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수준의 새 치수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 치수정책 중 하나가 열려있던 보 문을 닫는 것이다.
자연의 회복력은 참으로 놀라워서 세종보가 6년간 열려있는 동안 상류에 흙이 쌓이며 흰목물떼새 등 멸종위기종이 돌아왔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발표된 논문에서 “댐과 보의 철거는 하천의 형태를 과거로 복원시키고, 이에 따라 담수어류도 회복된다”면서 금강 지역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우리나라 고유어종인 흰수마자의 서식처가 확대된 것을 보여주었다. 금강을 오가던 우리도 닫혔던 보의 수문이 열린 이후 강의 변화를 시시각각으로 목격하였다. 녹조가 줄어들고, 모래톱이 살아나고, 생명이 돌아오는 것을.
한편에서는 보를 개방하더라도 강물에 오염원이 계속 유입되는 한 강의 어디에선가는 부영양화가 일어나고 녹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강의 오염원을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농약·비료·퇴비·축사 침출수 등은 토사가 빗물과 섞여 쓸려 내려오기 때문에 오염 발생원을 특정하기가 어렵다.
이런 오염원을 줄이기 위해서는 비료를 덜 쓰고 유기농을 확대하고 공장제 축산업을 줄이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오염원을 철저하게 막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보를 막으면 유속이 느려지고 결국 녹조가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오염원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보를 열어 물이 흐르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료를 덜 쓰고 공장제 축산업을 하루아침에 줄이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변화다. 이것은 정권의 문제도 아니고, ‘과학’과 ‘경제성’이라는 말로 덮을 수 있는 주제도 아니다.
세종보에서 천막 농성을 하는 활동가들이 매일 기록을 남기고 있다. 이들은 세종보 상류 하중도에서 흰목물떼새 둥지를 발견했다. 다음날 대청호에서 평소보다 물을 많이 방류해서 수위가 불어나면서 알이 있는 물떼새 둥지도 잠겼다. 수문을 닫았을 때 잠기는 건 물떼새 알 하나가 아니다. 그곳의 모든 존재가 함께 잠기게 된다. 일단 파괴하고, 아파하고, 자연의 회복에 감사하는 것은 한 번으로 족하다. 그곳에 생명이 있고 삶이 있다. 이젠 정말 멈춰야 할 때다.
오현화(안젤라),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