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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고맙다, 미안하다’ 아낌없이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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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 사진을 빼곡히 둘러싼 수많은 꽃송이를 보면서 사진 속 주인공은 살아있는 동안 진심이 담긴 꽃 한 송이 받아보기는 했을까 생각할 때가 있다. 졸업식이나 입학식 때 받은 흔한 꽃다발 말고, 고맙고 사랑스러운 마음을 담아 건네는 소박한 꽃다발이나 꽃 한 송이 말이다. 어디 꽃뿐일까.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고 나면 다정한 말 한마디 따뜻한 손길 한 번 더 건네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하고 아쉽다.

사별 상실을 경험한 이들에게서 늘 듣는 말 중 하나가 “언젠가 떠날 것을 알았지만, 그날이 바로 오늘일 줄은 몰랐다”는 말이다. 오랜 투병 끝에 떠난 분들에게조차 그랬다. 떠나보낼 준비를 한다고 했어도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은 못 하고, 듣고 싶은 말은 듣지 못한 채 이별을 하고 만다. 돌아가시고 나서야 오래된 오해를 풀고 진심을 이해하게 되기도 하고, 상처받고 힘들었던 마음을 한 번도 표현하지 못해 원망하는 마음만 커지기도 한다. 용서를 빌지 못한 채 떠나보낸 다음 후회하는 이들도 있다.

사별자들이 고인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말을 모아보면 이렇게 쉬운 말들을 왜 못하고 살았나 싶다. 남들에게는 쉽게 할 수 있었던 말을 왜 그리 아끼며 살았나 싶다. 고맙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아끼다 보면 뒤늦게 후회하게 된다.

우리는 누군가를 먼저 떠나보내기도 하고 또 누군가 남겨두고 떠나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 후회나 원망이 남지 않도록 살아있는 동안 가까운 이들을 마음껏 사랑해야 한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칭찬을 아끼지도 말자. 고마운 마음이 들면 얼른 표현하고, 함께 있어서 행복하다는 말도 묵혀두지 말자. 힘이 닿는 대로 도움이 되어주고, 기회가 되는대로 자주 만나자. 그리하여 하느님이 주신 생명의 힘과 아름다움을 살아있는 동안에 마음껏 누리자.

최남주 수녀 /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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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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