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29일은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기념일이다. 2014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한 시복식을 통해 124명의 복자가 탄생했다. 박해 시기 천주교 신자들을 체포하고 고문하고 형을 집행하던 관청이 밀집해 있던 광화문에서 시복식이 거행됐다는 것도 의미가 크지만, 교황청이 아닌 지역교회에서 거행된 시복식을 교황이 직접 주례했다는 사실 또한 이례적인 일이었다.
124위 복자 시복 예식서(Ritus beatificationis)를 보면, 당시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안명옥(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주교가 교황에게 “한국주교회의 시복시성특별위원회 위원장 주교는 가경자 하느님의 종들,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순교자들을 복자 반열에 올려 주시기를 겸손되이 청원합니다”라고 요청하자 교황이 “본인의 사도 권위로, 가경자 하느님의 종들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순교자들을 앞으로 복자라 부르고, 법으로 정한 장소와 방식에 따라 해마다 5월 29일에 그분의 축일을 거행할 수 있도록 허락합니다”라고 답한다. 시복식을 통해 복자 124위 기념일이 5월 29일로 공식 선포되는 순간이다.
순교자 기념일은 보통 순교일로 지정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124위 복자 중 대표 순교자인 윤지충(1759~1791)이 전주에서 참수형으로 순교한 12월 8일이 124위 복자 기념일로 논의됐다. 하지만 12월 8일은 한국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인 점을 감안해 한국 주교단은 다른 날을 선택했다.
한국 주교단은 대표 순교자인 윤지충이 전주교구 순교자인 점을 고려해 전주 숲정이성지(전라북도 기념물 제71호)에서 이일언(욥), 신태보(베드로), 이태권(베드로), 정태봉(바오로), 김대권(베드로) 등 5위가 1839년 기해박해 중 순교한 날짜인 5월 29일을 124위 복자 기념일로 정해 교황청의 허락을 받았다.
2015년 5월 29일 안명옥 주교는 담화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첫 기념일을 맞이하여’를 발표하고 124위 복자들에게 전구해 구체적인 기적 한 건이 증명되면 시성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그분들의 시성을 위해 열심히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안 주교는 한국교회가 124위 복자 기념일을 지키는 이유는 시복은 시성으로 가는 전 단계이지 종착점은 아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1984년 5월 6일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시성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은 9월 20일이다. 본래 103위 성인 시성 이전에는 9월 26일을 ‘한국 순교 복자 대축일’로 지내고 있었지만, 한국 주교단은 1984년 103위 성인이 탄생함에 따라 ‘한국 순교 복자 대축일’을 없애고 9월 20일을 103위 성인 대축일로 지내기로 결정했다. 9월 복자 성월은 순교자 성월로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