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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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발의 새내기 본당 신부 “도전! 사랑의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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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우면동본당 주임 백운철(스테파노) 신부는 늦깎이 본당 주임 신부다. 지난 2월 13일 사제 생활 39년 만에 처음으로 본당 주임 신부 발령을 받았다. 1985년 사제품 후 서울 대방동본당 보좌를 지낸 백 신부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9년을 보냈고, 귀국해서는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27년 동안 신약성경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수 신부’로 살아왔다. 우면동본당은 이제 나이 많은 새내기 본당 신부로 신자들과 맞부딪히는 사목 현장이다. 사제로 사는 삶에 새로운 계기가 아닐 수 없다. 6월 7일 사제성화의 날을 맞아 늦깎이 첫 본당 주임 백운철 신부의 일상을 담아본다.



■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본당 주임


얼마 전 초등학생들이 성당에서 다 죽어가는 새 한 마리를 발견하고는 ‘아기 새가 죽어가고 있어요’라며 백 신부를 찾아와 도움을 청하고 살려보려 애를 썼다. 다음날 그 새는 결국 다시 날지 못했는데, 백 신부는 ‘장례식을 해줘야 한다’며 죽은 새를 묻으러 가는 꼬맹이들 곁을 따라가며 그 시간을 함께해 줬다. “아이들하고 친해졌어요. ‘신부님’ 부르면서 스스럼없이 쫓아와 인사하고 가깝게 대해주는 모습이 참 좋아요.”


우면동본당은 다자녀 가정이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어린이들과 중고등부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고, 40대 부모들 숫자도 그만큼 많은 편이다. 어르신 계층 비율도 적당해서 연령별 신자가 적절하게 구성돼 있다. 조부모와 자녀, 손자녀 세대가 공존하는 대가족의 모습이다.



27년 간 교수 신부로 사제 양성에 헌신
사제 서품 39년 만에 첫 본당 주임 발령
신자들과의 만남은 기쁨이자 도전



신학대학을 비롯한 강단에서 대부분 강의로 신학생이나 신자들을 만나왔던 백 신부에게는 다소 생경할 수 있는 상황. 처음 본당 주임 임명 소식을 들었을 때 ‘어색하고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는 백 신부는 “이런 다양한 신자들과의 만남이 기쁨이고 도전”이라고 했다.


“본당 신부의 매력이나 행복은 신자들과 함께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교의 본질이 하느님의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신자들의 사랑이 필요하고 신자들은 사제의 헌신적인 직무를 필요로 합니다. 본당은 사제가 신자들을 사목적으로 만나는 데 가장 적합한 공간입니다. 본당 주임 경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텐데, 이 소중한 기회를 누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여느 본당 주임 신부처럼 백 신부는 주일 미사와 평일 미사 봉헌, 각종 단체 모임 훈화와 축복, 월 1회 봉성체와 환자 방문, 장례미사 봉헌, 유아 세례, 미사 전 고해성사 등 여러 사목 활동을 한다. 매주 화요일에는 본당 사제, 수도자, 직원이 참여하는 주간 회의를 열고 본당 행정 업무를 점검한다. 주일이 되면 미사 참례를 마친 신자와 인사하고 안부와 근황을 나누는 백 신부 모습을 볼 수 있다.


“여러 연령대의 신자분들과 짧게나마 이야기하며 그들 처지를 이해하고 기도할 때 보람을 느낀다”는 백 신부는 “성체성사와 고해성사를 집전하면서 구원에 목말라하는 이들에게 성사적 은총을 드리고 특히 성가대와 함께 교중미사를 봉헌할 때 주님 안에서 공동체적 일치를 느낀다”고 말했다. 봉성체를 하면서 환자들과 어르신들을 만나는 자리도 특별하다. 백 신부는 “그들만의 특별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공감과 위로를 나누는 기쁨이 있다”고 했다.


■ 항상 예수님만 따르는 사제 돼야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1테살 5,16-18)는 백 신부의 사제 서품 성구이면서 사제로서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사제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요한 20,15-17 참조)라는 예수님 물음에 늘 실존적인 답을 드리며 예수님이 맡기신 일을 열심히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백 신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 소개로 가톨릭 학생회 셀에 가입하고 그해 여름 제1차 고등학생 창세기 연수 받은 것을 계기로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성경 연수를 받으며 영적으로 충만해져서 사제가 되려는 꿈을 키웠다. “사도 바오로의 표현을 빌리면, 태중 교우 출신들은 참 올리브 나뭇가지이고 저는 야생 올리브 나뭇가지라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야생 올리브 나뭇가지가 참 올리브 나무에 접붙여진 것이 바로 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제가 되는 데에 불쏘시개가 됐던 ‘말씀’은 파리가톨릭대학교에서 성서신학 박사 학위를 받고 평생 하느님의 진리를 탐구하는 사제로 살게 했다. 30년 가까이 사제 양성자이자 교수로 살았던 백 신부는 지금도 ‘신학과 사상학회’ 회장으로 학술지 「가톨릭 신학과 사상」을 펴내고 있다. ‘죽는 날까지 진리를 추구하고 사랑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사제’로 기억되는 것이 바람이다.


우면동본당 주임 신부로서의 기대도 있다.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은 하느님의 대가족 공동체를 만드는 데 헌신한 착한 목자로 신자들 뇌리에 남았으면’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시기에 위축된 신앙을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절감한다”는 백 신부는 “평일 미사나 주일 미사 참례율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서 7~10 정도 하락했다”고 우려했다.


내적으로 성숙한 소통과 친교의 공동체 조성은 백 신부가 본당에 부임하는 날 밝힌 일성(一聲)이기도 하다. 지난 4월 각 신자 가정에 ‘부임 인사 편지’를 보내 ‘냉담 교우들을 성당에 다시 나오게 하는 것’과 ‘영적 쇄신’, ‘시노달리타스 정신 구현’ 등 3가지 사목적 목표를 제시했던 것도 그런 배경이다. 교회에서 멀어진 신자들을 다시금 하느님께 돌아오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주임 신부로서 짊어진 과제다. 경청과 참여를 통해 주요 현안들을 논의하는 노력은 본당 사목이 사제와 신자들이 함께 가는 공동의 여정이라는 면에서 의미가 부각된다.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께 순명하는 지극한 효성을 보여주셨습니다. 저는 본당 신자들이 효를 바탕으로 하느님께 순종하고 어른들에게 예의를 지키고, 어른들은 자녀들을 돌보는 상호 배려 속에서 사랑의 대가족 공동체가 형성되기를 바랍니다.”


백 신부는 사제 성화의 날을 맞는 소감에 대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을 따르는 데에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반성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동료이자 후배 사제들에게는 이렇게 당부했다. “우리가 죽기까지 따라야 할 분은 오직 예수님밖에 없습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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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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