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올해는 6월 7일)이 있는 매년 6월을 예수 성심 성월로 지내고 있다. 6월 한 달 동안 교회는 예수 성심을 특별히 공경하고 인간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드러내신 예수님 마음을 묵상하도록 권한다.
비오 12세 교황은 회칙 「물을 길으리라」(Haurietis Aquas)를 통해 ‘예수 성심 신심이야말로 매우 효과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게 하는 탁월한 방편이며, 현대 사회에 적합한 신심으로 하느님 사랑을 배우는 가장 효험있는 학교’라 불렀다.
■ 예수 성심은
예수 성심은 한마디로 예수님 ‘사랑의 마음’이다. 보통 예수 성심상은 예수님의 심장에 불꽃이 타오르는 형상으로 표현된다. 옛 교부들과 신학자들은 예수 성심을 사랑과 은총으로 생각해 심장에서 흘러내린 물이 영혼을 씻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 세례성사를 상징한다고 봤다. 또 피는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게 하는 영혼의 양식, 성체성사를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신 후 창에 찔리셨을 때 피와 물이 나온 장면(요한 19,34 참조)은 교회 초기부터 중세 신비가들에게 이르기까지 열렬한 묵상의 대상이 됐다. 특별히 교부들은 예수의 성심을 사랑과 모든 초자연적인 은총의 샘으로 생각했다. 예수님 옆구리에서 물과 피가 나온 것을 ‘천상 보화의 창고에서 무수한 은혜가 쏟아져 나온 것’으로도 비유했다.
■ 예수 성심 신심의 역사
예수 성심에 대한 신심은 중세기 이전에는 주관적이고 개인적이었다. 그러다 12세기 무렵 성 안셀모, 성 베르나르도, 성 보나벤투라가 중심이 돼 예수 성심을 공경했고, 이후 13~14세기 신비가들이 예수 성심께 대한 신심을 발전시켜 나갔다.
예수 성심을 교회가 공인하고 적극적으로 보급하게 된 획기적인 계기는 1673년 12월 27일에 일어난 예수님 발현이었다. 당시 프랑스 방문회 수녀였던 마르가리타 마리아 알라코크(Margaret Mary Alacoque, 1647∼1690) 성녀에게 예수님이 발현한 것이다.
1675년까지 2년간 70회나 발현한 예수님은 성녀에게 다음과 같이 전했다. “내 거룩한 마음은 인간 모두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내 성심은 사람들에게 사랑의 홍수를 퍼부어 성덕과 구원 은총으로 그들을 부유하게 하고 멸망의 구렁에서 건져내려 한다.”
예수님은 또 당신 성심을 공경하는 특별한 축일을 제정하고 교회가 공적으로 당신께 영광을 바치라고 요구하며 이렇게 약속했다.
“나는 성체 성혈 대축일 후 금요일을 내 성심을 공경하는 날로 정하기를 원한다. 그날 영성체하는 영혼들은 내 성심에서 사랑의 은총을 홍수처럼 풍부하게 얻게 될 것이다.”
이는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후 금요일에 지내는 예수 성심 대축일의 근거가 됐다.
이후 역대 교황들은 공식 문서를 통해 예수 성심 신심을 승인하고 널리 보급할 것을 권장했다. 클레멘스 13세 교황(1758~1769)은 예수 성심 신심을 인정하고 교령을 반포했다. 교령은 교회가 예수 성심 신심에 대해 처음으로 명확한 견해를 표명했다는 데서 의미를 갖는다.
비오 9세 교황은 1856년 예수 성심 축일을 전 세계 교회 축일로 확산시켰다. 1899년 레오 13세 교황은 모든 인류를 예수 성심에게 봉헌할 것을 선포했고 이후 비오 10세는 해마다 이 봉헌을 갱신토록 했다.
‘예수 성심의 교황’이라고 불리는 비오 12세 교황은 1956년 회칙 「물을 길으리라」를 반포했다. 종전까지의 회칙과는 달리 예수 성심 공경의 교리 근거를 신학적으로 제시했다. 비오 12세는 “예수 성심 신심은 하느님 사랑을 배우는 가장 효험 있는 학교”라며 “인류를 구원의 샘으로 초대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에게 가장 적절한 응답이 된다”고 강조했다.
■ 예수 성심 성월을 맞이하는 신앙인의 자세
예수 성심을 겉으로 공경한다고 해서 이 모든 은혜를 모두 받아 입는 것은 아니다. 교회는 이러한 특별 은혜를 받으려면 성심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공경해야 하며 끊임없이 기도를 바칠 것을 주문한다. 현대사회는 이기주의와 무관심으로 인해 사회 전체에 병폐가 만연하고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예수 성심을 더욱 진심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예수성심 전교 수도회 창립자 쥴 슈발리에(Jules Chevalier, 1824~1907) 신부는 “예수 성심 신심 공경으로만이 이기심과 종교적 무관심에 대응할 수 있다”며 “이 신심이 곧 세상 구원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교회는 예수 성심 대축일에 각 가정과 본당과 교구를 성심께 봉헌하고 있다. 예수 성심을 진심으로 공경하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 모두의 신앙을 쇄신하고 하느님 나라를 보다 넓혀 주님께 영광을 드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한편 한국교회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권고에 따라 1995년부터 매년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을 ‘사제 성화의 날’로 지내고 있다. 이날은 사제들이 대사제인 그리스도를 본받아 복음 선포의 직무를 더욱 훌륭히 수행하는 가운데 완전한 성덕으로 나아가고자 다짐하는 날이다. 또한 교회의 모든 사람이 사제직의 존귀함을 깨닫고 사제들의 성화를 위하여 기도와 희생을 바치는 날이다.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