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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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남겨진 이들의 삶과 행복

최남주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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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식구가 사는 집에서 한 분이 돌아가시면, 그 가족은 각자가 한 분씩, 세 분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같은 가족 안에서 맺는 관계들도 색깔이 서로 다르다.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한 맏이와 막내의 기억이 서로 다른 것은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고인에 대한 가족의 기억과 가족 밖의 다른 이들의 기억은 더욱 그렇다.

애도를 어디론가 떠났다가 시간이 지나 감정이 가라앉고 생각이 정리되면 일상으로 돌아오는 여행에 비유하는 이들이 있다. 어떤 것도 나를 상실 이전의 나로 돌아가게 만들지 못하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작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애도는 나를 새롭게 만나고 고인과도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더라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며, 세상은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애도는 상실 후에 경험하는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사별 후 죄책감에 사로잡혀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분들을 간혹 만난다. 스스로 벌을 주기라도 하듯 자신을 위해서는 맛있는 것을 먹는 것도, 아름다운 것을 보는 것도,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 분들이 있다.

사망의 원인이 무엇이든 사별의 대상이 누구든 남겨진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영위할 권리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지만 행복할 수 있다. 고인에 관한 기억을 애써 지우려 하지 않고, 그 사람이 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껏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살아도 된다.

이웃이며 친구인 우리는 사별자들이 자신을 돌보고 삶을 사랑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죽음을 인정하고 빈자리를 느끼면서도 삶은 여전히 의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사별자들이 가까이 계신다면 오늘 이렇게 말을 건네 보시면 좋겠다. “날씨 좋은데, 우리 소풍 갈까?”, “저기 예쁜 카페에서 차 한 잔 할까?”


최남주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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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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