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자비의 희년에 저희 선교회가 만든 ‘자비의 선교사 학교’ 프로그램 주제들은 다양합니다.
△자비와 선교의 관계 △자비에 목말라 하고 있는 세상 △살아 있는 대화를 통한 복음화 :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정기총회 문헌에 있는 선교의 개념 △한국도 선교지일까요? 등입니다. 우리 자비의 선교사 학교에 다니신 한 자매님은 이렇게 소감을 나눠주셨습니다.
“한 달의 한 번 만남을 통해 자비에 목말라하고 있는 세상과 선교의 의미에 대해 배우고 나누고 묵상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껏 이런 주제에 관해 깊이 관심을 갖거나 공부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랬기에 선교사님들의 여러 말씀과 문헌을 통해 자비, 선교, 그리고 아시아와 교회에 관해 알게 돼 참 좋았습니다.”
처음 1년 과정으로 계획했던 ‘자비의 선교사 학교’ 제1기 수료생들은 이듬해 2년 차에 해당하는 심화 과정에도 함께해 주셨습니다. 동시에 새로운 사람들이 1년 차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저희 또한 ‘자비의 선교사 학교’를 3기까지 진행하는 동안 함께하신 형제자매들의 영적 갈망을 점점 더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에 힘입어 프로그램을 보완 및 수정해 새로운 과정도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신자들에게 필요한 양성은 이론이 아니라 마음의 양성이고, 마음으로 하느님을 체험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깨달았습니다. 저희 모두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하느님과의 인격적 만남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선교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러한 만남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저희 선교회의 회칙 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복음의 선포를 통하여 내면에서부터 변화되어 새로 태어나게 됨으로써 이 세상을 변화시킵니다.“(''하느님 자비 복음의 종'' 회칙 3항) 우리는 복음화가 세상을 변화시킬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믿습니다. 복음은 사람을 내면, 즉 마음에서부터 치유해주며 새롭게 만들고, 이로써 세상도 변화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래서 이후 ‘자비의 선교사 학교’에서는 ‘신앙과 삶의 여정’이란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은 성경과 교회 문헌,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복음의 기쁨」을 중심으로 각자의 삶 속에서 구체적 사건으로 체험한 하느님을 나누는 프로그램입니다.
2015년 말부터 시작된 ‘자비의 선교사 학교’는 그저 좋은 강의나 교회의 아름다운 문헌만을 가지고 사람들이 평신도로서 새로운 선교 사명을 찾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형제자매들과 선교사들이 함께 걸어가며 가족적인 분위기 안에서 자신의 깊은 체험을 나눔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둡니다.
또 매년 한 번씩 진행하는 ‘국내 선교체험’은 현지에서의 특별한 친교를 통해 신앙의 기쁨을 체험하도록 합니다. 한 자매님은 “제게 ‘자비의 선교사 학교’는 사랑과 가족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그 선물로 인해 제 삶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라고 고백하셨습니다.
사실 최근 몇 년 전부터 저희 학교에 많은 사람이 모여드는 것은 바로 이 가족적인 분위기 때문입니다. 이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하느님 나라 체험입니다. 함께하는 사람들과 선교사들 간의 친교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아주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체험하는 것입니다.
저희 학교에 다니신 한 신부님께서는 “한국 교회에도 이런 문화가 스며들어 평신도, 선교사, 수도자, 사제 모두가 한 형제자매로 친교를 나누면서 참 하느님 나라를 여기서부터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동안 ‘자비의 선교사 학교’와 함께 걸어오신 형제자매 중 몇 분은 우리 선교회에 대한 소속감을 갖고 지난해 여름과 올 봄에 평신도로서 선교사로 살아가겠다고 서약하셨습니다. 저희에게는 매우 기쁜 선물입니다. 그들은 저희와 함께 ''자비의 종 가족''을 만들고 있습니다. ‘자비의 종 가족’이란 ‘하느님 자비 복음의 종 선교회’의 영성과 사명대로 각자가 삶의 자리에서 기쁘게 살아가고자 하는 형제자매들의 공동체입니다. 자비의 종 가족들은 삶에서 선교를 결심했더라도 크고 작은 어려움에 직면해 힘이 빠질 때 공동체 안에서 신앙과 삶의 체험을 나누면서 선교사로서 부여받은 사명을 살아가는 힘을 얻고 있습니다.
2023년 말, ‘자비의 선교사 학교’는 6기 사람들과 함께 1년 차 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이 형제자매들도 ‘자비의 종 가족’과 함께 2024년 선교회의 지표인 ‘나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저희의 힘이 아니라, 정말 하느님께서 원하시고 이끌어주신 은총의 선물임을 확신합니다.
2006년에 두봉 주교님이 예언하신 대로 우리 선교회는 한국 교회 안에서 ‘작은 자리’를 잡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말씀을 인용하자면, 이 작은 자리는 누군가에게 ‘자비의 향유’가 되어주는 보금자리가 아닐까요? 하느님 자비 복음의 종 선교회의 한국 진출 10주년 기념으로 만든 ‘자비의 향유’라는 곡의 가사가 바로 그것을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오늘의 세상이 간절히 기다리는 건 자비다. 많은 아픔, 고통을 낫게 해달라고 소리가 온 땅에 들리네? 자비로운 우리 아버지, 아버지 나라가 빨리 오게 해주세요. 우리 형제자매들의 상처 만져주소서. 저희도 자비의 향유가 되게 하소서~♬”
우리 모두가 형제자매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밝혀주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으로 편지를 끝맺고자 합니다.
“이제 나아갑시다! 가서, 모든 사람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전합시다. (?) 진정으로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우리의 양심을 괴롭히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수많은 우리 형제자매들이 예수 그리스도와 맺는 친교에서 위로와 빛을 받지 못하고 힘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에게는 그들을 뒷받침해 줄 신앙 공동체도 없고, 삶의 의미와 목적도 없습니다.”(「복음의 기쁨」 49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