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에 무엇이 담겼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3년 10월 4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1회기 개막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OSV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는 제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1회기의 결실인 ‘종합 보고서’가 바탕이 됐다. “어떻게 우리는 사명 안에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될 수 있을까?”라는 교황청 주교대의원회 사무처가 제시한 질문에 따라 시노달리타스 실현에 관해 숙고한 한국 교구들의 의견을 종합하고 성찰한 것이다.
이 질문을 통한 성찰의 목적은 복음을 선포하는 사명 안에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에 알맞은 일치와 다양성 사이의 역동성을 표현하는 데 있다. 이 여정 안에서 지역 교회는 ‘종합 보고서’ 내용을 각 교회가 처한 상황과 경험에 비추어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성찰했다.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해 한국적 상황에서 숙고하고 제안한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 내용을 살펴본다.
Ⅰ. 시노드 여정에서 한국 교회의 경험과 이해
한국 교회는 시노드 과정에서 기쁨과 희망, 어려움과 장애를 동시에 경험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시작한 시노드는 코로나19로 급격히 침체된 교회가 본연의 정체성과 사명을 재확인하고 이를 살아내기 위한 변곡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시노드 여정에서 경험한 기쁨과 희망은 서로 경청하고 대화하려는 노력과 열망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평신도들의 적극적인 발언과 참여는 평신도들과 함께하는 사목의 풍요로움을 발견하게 했다.
시노드의 방법론인 ‘성령 안에서의 대화’에 참여한 이들은 긍정적 체험을 경험했다. 영적 체험의 중요성과 성령의 이끄심을 알아차리는 침묵의 의미를 깨달으며, 개인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는 교회 의미와 하느님께서 교회에 바라시는 바를 함께 찾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체험했다. 한국 교회가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확산하려면 대화와 식별을 돕는 모임의 촉진자 양성이 필요함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한국 교회는 2년 넘게 시노드 여정이 진행되면서 초기 교구 단계에 열심히 참여한 교구조차 동력이 많이 상실되었음을 목격했다. 제2회기를 준비하는 여정에서 교구 의견서 작성에 적절한 시노드 방식을 거친 교구는 소수였고, 대부분 담당 부서나 담당자 중심으로 의견서가 작성됐다. 또 시노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시노달리타스 용어의 개념이 주는 낯섦’이 많이 언급됐다. 시노드 단계에서 한국 교회 주교들과 사제들이 참여하는 기회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성찰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1회기 폐막 미사에서 기도하고 있는 모습. OSV
Ⅱ. 지역 교회 차원 : 복음 선포 사명 안에서 시노드 교회
두 번째 장에서는 △신앙 공동체 안에 들어가기 : 그리스도교 입문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 교회 여정의 주역들 △교회는 사명이다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의 여성 △축성 생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의 사제와 주교 △시노달리타스 방식의 양성 △참여 조직 : 교구 사목 평의회와 본당 사목 평의회 등 9가지 핵심 주제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이 중 교구 의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주제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내용이다. 교회가 가난한 이들을 중심으로 삼는 것은 교회 본질과 연관돼 있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는 가난한 이들이 접근할 수 없는 환경과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는 반성이 나왔다. ‘가난한 이들을 교회의 중심으로 삼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란 질문에 인격적 만남에 기반을 둔 지원과 동반이란 응답이 많았다.
더불어 교회가 가난한 이들을 사목의 특수한 수혜자로 대상화한 것은 아닌지, 현행 사목 구조에 대한 성찰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교회가 가난한 이들의 삶 안으로 깊이 들어가는 변화와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회가 더 가까이해야 할 이들은 기존의 사회적 약자뿐만 아니라, 경제적·심리적·영적 가난을 겪는 이들이다. 나아가 혼인 장애가 있는 신자들, 쉬는 신자, 정신·육체적으로 아픈 사제들과 초기 부르심을 잊고 매너리즘에 빠져 사는 수도자, 복음을 살지 못하는 평신도를 교회 내 동반이 요구되는 가난한 이들로 보기도 했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의정부교구 경청모임이 2022년 5월 28일 한마음청소년수련원 본관에서 열리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한국 교회 안에서 여전히 논의되고 있는 ‘성직주의’는 다양한 교구 의견서에서 다뤄졌다. 의사 결정 과정이 성직자 중심적이고, 교회 운영 방식이 관료적이며, 성직자에 대한 책임 면제가 관행이 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성직주의는 사제 공동체 안에서도 일방적인 상명하복의 위계를 강조해 소통과 만남을 방해하고 세대 간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교구들은 봉사 직분을 권력으로 여기고 교회를 자기 과시의 장으로 변질시키는 과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제들의 직무 수행 방식과 결과에 대한 투명하고 객관적인 점검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성직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한국 교회의 사제 양성 과정이 권위적이고 형식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는 목소리들도 있었다. 섬김과 돌봄, 용서와 화해의 정신을 양성 과정에서부터 경험해나가고 대화의 문화를 충분히 익혀 신학교 울타리 안에서만의 양성에 고립되기보다 하느님 백성 공동체의 일상과 연관된 양성교육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례성사를 준비하는 과정에도 시노달리타스를 경험하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는 제안이 담겼다. 교리교육에도 ‘성령 안에서의 대화’ 방식을 도입해 경청·대화·식별하는 체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시노달리타스에 기초한 전례 준비와 거행에 대한 고민의 필요성도 제기, 현재의 전례 형식으로는 모든 신자의 능동적 참여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교회의 삶과 선교 사명 안에서 많은 역할을 수행하는 여성들에게 리더십과 전례 참여가 매우 제한된 현실도 지적됐다. 본당 사목 평의회 회장·단체장은 대부분 남성이 맡고 있으며, 많은 신자가 여성들이 본당 사목 평의회 회장을 맡거나 성체 분배 직무를 수행하는 것에 어색함과 거부감,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 이를 위해 여성들이 리더십을 맡는 경험과 문화를 늘리고 전반적인 영역에서 여성들의 참여 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선교를 위한 교회가 되도록 제도·구조적 변화의 요청 △가정 성화와 쇄신을 위한 다양한 사목적 노력 △디지털 환경과 아날로그형 선교의 유기적인 균형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한 나눔의 장을 확대하는 제도적 노력 △평신도 양성과 활용을 위한 교구 차원의 양성위원회 설립 등이 요청됐다.
이번 시노드 과정에서 남녀 수도회와 수도자들이 참여하는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각 교구에서 보내온 의견서에도 축성 생활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었지만, 소수 의견으로 성직자와 수도자 모두 소통 부재의 아쉬움, 여성 수도자에 대한 불평등과 존중 부족의 증언이 있었다.
한국 교회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2회기(10월 2~27일) 준비를 위해 작성한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를 5월 15일 교황청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에 제출했다. 사진은 정기총회 제1회기 소그룹 토론 모습. OSV
Ⅲ. 교회들의 연합체 차원 : 주교회의·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주교회의 차원에서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한 노력으로 기존 총회의 의견 수렴 구조를 시노달리타스에 기초해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주교회의 총회에서 논의되는 의안은 대부분 각 교구 국장회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수렴된다. 이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폭넓게 경청해 모든 하느님 백성이 참여하는 구조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 교회는 위계적이고 수직적인 교회 문화를 좀더 수평적 차원, 곧 경청과 대화, 섬김과 봉사, 환대의 문화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함을 인지했다. 주교회의 차원에서 교회 내 시노달리타스 실현에 장애가 되는 환경과 문화를 성찰하고, 제2회기(10월 2~27일) 이후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한 교구 내 상설 기구 설치의 필요성도 제시됐다. 이와 함께 한국과 일본 주교회의가 함께하고 있는 한일주교교류모임과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에 참여하는 한국 주교단의 활동상도 수록됐다.
정리=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