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자녀의 희귀병을 치료할 유일한 약이 있는데도 비싸서 포기할 수밖에 없다면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요?
한 달 분 약값이 2천만 원을 훌쩍 넘다보니 그렇습니다.
어머니가 국회에 보험 적용을 요청하는 국민청원을 냈는데요.
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상임위 회부 요건인 5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김혜영 기자입니다.
[기자] 30대 딸이 희귀병인 폰히펠린다우 증후군, VHL 진단을 받은 지 햇수로 4년째.
정미경 크리스티나 씨는 딸의 건강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습니다.
그러다 접한 희소식.
종양의 성장을 막는 신약이 개발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은 겁니다.
하지만 한 달 분 가격이 2261만원이었습니다.
<정미경 크리스티나>
“집을 팔자. 이 집을 팔면 그래도 몇 달은 먹겠지. 그렇게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이 약이 그런 종류가 아니더라고요. 계속 꾸준히 먹어줘야 되는 약인데…”
그래서 정 씨는 국회 사이트에 신약의 보험 적용을 요청하는 국민동의청원을 올렸습니다.
한 달 안에 5만 명의 동의를 받아야 소관 상임위로 넘어가기에, 지인들에게 부지런히 연락을 돌렸습니다.
20년 전 본당 주임신부로 인연을 맺은 이경환 신부도 정 씨의 문자를 받고 지인들에게 동참을 호소하는 글과 링크를 보냈습니다.
이경환 신부의 글은 신자들의 손에서 손으로 전달되며 전국으로 퍼져 나갔고, 보름 만에 4만 5천 명의 동의를 끌어냈습니다.
<정미경 크리스티나>
“진짜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될 지. 정말 저는 그분들을 제가 한 분 한 분 정말 안아주고 ‘감사합니다’ 이렇게 해드리고 싶어요.”
이런 속도대로라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부는 유력해 보입니다.
<정미경 크리스티나>
“국회의원님들이 좀 보시고 ‘아, 이런 환자가 있구나. 이런 병이 있구나’ 이렇게. 그래서 저희 딸아이가, VHL 환자들이 이걸 먹고 수술의 공포, 부작용의 공포, 이런 것들에서 좀 벗어나서…”
국회 국민청원과는 별도로, 다음 달엔 신약의 보험 급여 여부를 심사할 중증질환심의위원회도 열립니다.
정 씨는 심의위원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냈습니다.
자신의 딸을 비롯해 같은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VHL 환자들이 병에 짓눌리지 않고 신약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길 바라며…
‘억척 엄마’ 정 씨는 오늘도 간절한 마음으로 묵주알을 굴립니다.
CPBC 김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