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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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자식 걱정으로 슬픔 가득한 성모님

[김형부 마오로의 이콘산책] (23) 빛을 담은 그릇 - 성모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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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4) 피에타: 템페라, 25 x 30cm, 죽전성당, 용인, 한국. 십자가에서 내린 예수님과 성모, 이콘의 구성으로 그린 십자가의 길 중 13처


이콘에서 성모님은 애틋한 사랑 드리운 모습이거나

자식 생각으로 근심에 잠긴 듯 우울한 표정 많아


2. 사람의 아들과 어머니

어머니는 자식에게 언제부터인지 알게 모르게 그의 심장 소리를 들려준 원천적인 분입니다. 성자께서도 그 소리를 듣고 겸손하게 사람의 아들로 오시어 사랑의 어머니를 선택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가장 대표적인 단어입니다.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가장 절실하고, 가슴 속에 깊이 간직하고 숨기면서 어려울 때나 슬플 때, 또는 기쁠 때 꺼내보고 싶은 보석 같은 말일 것입니다.

이콘에서의 성모님은 애틋한 사랑을 드리운 모습, 그리고 자식 생각으로 근심에 잠긴 듯 우울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많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분이 ‘어머니’이기 때문입니다.

성모 마리아께 가장 많이 바치는 기도는 천사가 인사하는 내용을 반복해 드리는 기도입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성모송의 ‘복되다’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복되다’와 다른 의미인 것 같습니다. 남들이 생각지도 못한 온갖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다 받더라도 하느님과 함께 계신 것을 복이라 일컫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 이미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은’ 주님의 어머니로 선택하셨으니 이로써 최상의 위치에 오르게 되실 것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이콘에서 성모님의 표정이 우울한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그들은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다.”(루카 2,22)

시메온은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하느님께 찬미하며 드디어 구원이 오시는 것을 보고 평화로이 떠날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예언합니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루카 2,34-35)

시메온은 아기 예수님에게 벌어질 일들을 예언하며 그로 인해 당신께도 깊은 슬픔이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작품 1)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직전, 제자인 요한에게 어머니를 부탁하실 때 그 심정은 얼마나 참담하셨을까! 예수님 자신은 어머니를 떠나보내야 하는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본인의 죽음을 어머니에게 보여야 하는 ‘사형수’였습니다. 악인들이 말합니다.
 

(작품 1) 주님 봉헌: 칠보, 13x10cm, 12세기 말, 게오르그 예술박물관, 트빌리시, 구르지아. 아기 예수, 성모 마리아와 요셉, 시메온과 한나가 등장한다.

 

(작품 2) 유다의 입맞춤, 모자이크, 성 마르코 대성전, 베네치아, 이탈리아

 

(작품 3) 십자가 처형 : 템페라, 47.5 x 36.5cm, 이콘 마오로 미술관, 안성, 한국. 그리스 크레타 작품의 모작, 작품의 등장인물은 성모 마리아, 마리아 막달레나,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 요한 사도, 백부장. 예수님의 피는 아담(사람)의 해골로 떨어진다. 이는 파스카의 의미를 보여 준다. IC와 XC 는 예수 그리스도의 약자이다.

 


“의인에게 덫을 놓자. 그자는 우리를 성가시게 하는 자, 우리가 하는 일을 반대하며 율법을 어겨 죄를 지었다고 우리를 나무라고 교육받은 대로 하지 않아 죄를 지었다고 우리를 탓한다. ? 그의 말이 정말인지 두고 보자. 그의 최후가 어찌 될지 지켜보자. 의인이 정녕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하느님께서 그를 도우시어 적대자들의 손에서 그를 구해주실 것이다. 그러니 그를 모욕과 고통으로 시험해 보자. 그러면 그가 정말 온유한지 알 수 있을 것이고 그의 인내력을 시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자기 말로 하느님께서 돌보신다고 하니 그에게 수치스러운 죽음을 내리자.”(지혜 2,12; 17-20)(작품 2)

피를 흘린 채 십자가를 지고 가는 아들의 모습, 힘에 부쳐 넘어진 아들과 만나는 장면. 모든 장면에서 뚝뚝 끊어져 흐르는 영상과 소리 없는 아우성이 눈앞에 보이는 듯합니다. 수많은 군중이 울고 웃는 소란 속에서 예수님은 홀로 견뎌야 할 고통과 고독에 잠겨 계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인간이 아닌 구더기, 사람들의 우셋거리, 백성의 조롱거리. 저를 보는 자마다 저를 비웃고 입술을 비쭉거리며 머리를 흔들어 댑니다. ‘주님께 맡겼으니 그분께서 그자를 구하시겠지. 그분 마음에 드니 그분께서 구해내시겠지’”(시편 22,7-8)라는 시편 내용을 보면 그 상황이 그려집니다. 사건 이후에도 모여서 수군거리는 사람들, 가까이하지 않으려는 이웃들, 생계 유지를 위한 어떠한 일거리도 내주지 않을 사람들로 성모님의 처지가 어려웠을 것으로 연상됩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은 하느님의 자비를 알리고, 의인 때문이 아닌 죄인을 부르러 오셨다고 말씀하십니다.(마태 9,13 참조) 그분께서는 사람의 죄를 짊어지시고, 그분이 흘리신 피는 사람의 해골로 떨어져 우리가 다시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골고타(해골 터)이며 죄인들이 처형당한 곳입니다. 그 장소는 하느님께서 찾으신 터로 가장 적합한 상징을 보여줍니다. 그 크신 하느님의 자비로 그분을 받아들이는 모든 이들의 빛으로 오셨습니다.(작품 3)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선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요한 19,26-27) 이로써 성모님은 실제로 예수님으로부터 요한으로 옮겨져 요한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또 예수님으로부터 모든 사람의 어머니가 되시는 상징성이 주어졌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조롱받고 심한 매질을 당한 뒤 급기야 십자가에 못박히는 모습까지 지켜보는 상황이라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단장(斷腸)’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입니다. 중국 진나라 환온(桓溫)이 촉으로 가다가 장강 중류 삼협(三峽)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한 병사가 새끼 원숭이를 한 마리 잡아왔는데, 그 원숭이 어미가 울면서 강둑 언저리 백여 리를 뒤따라와 배 위로 뛰어오르자마자 죽고 말았습니다. 어미의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더랍니다. 가슴을 저미는 슬픔으로 ‘창자가 끊어져 버리다’라는 뜻을 지닌 단장의 유래가 되었습니다.

우리 속담 ‘부모는 산에다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말도 자식의 죽음이 가슴을 더욱 저미는 슬픔임을 비유할 때 쓰입니다. 모든 것을 가슴에 새기는(루카 2,19 참조) 어머니의 마음에는 고통받는 자식 걱정으로 칼에 꿰찔리는 아픔이 가득할 것임을 보여줍니다.(작품 4)

 

 


김형부 마오로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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