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지난 5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 제2회기 준비를 위한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를 교황청에 제출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열린 제1회기 「종합 보고서」(Synthesis Report)에 비춰 ‘어떻게 우리는 사명 안에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응답이다. 주요 국가의 종합 의견서를 살펴본다.
미국 - 믿는 이들의 ‘피난처’ 되면서 열정적 소통하는 교회 제안
미국교회는 2~4월 1000회 이상의 경청 모임을 통해 총 3만5000여 명의 의견을 취합했다. 미국 주교회의 종합 의견서는 시노드의 희망적 표징을 ‘피난처’(safe harbor)와 ‘열렬한 소통’(fiery communion)으로 요약했다. 즉, 교회는 믿는 이들이 서로 ‘포용하고 지지하며 사랑하는’ 안전한 장소가 돼야 한다는 확신이다.
동시에 교회는 시노드 과정을 통해 드러나듯, 수많은 긴장과 갈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강렬하고 열정적인 소통, 친교와 나눔이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통해 이뤄져야 하는 장소다. 분명 교회 안에는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으로 인한 긴장이 존재한다. 어떤 이들은 교회가 올바른 전통을 훼손하고 있다며 더욱 확고하게 교회 가르침을 고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이들은 소외된 이들을 대하는 교회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며 변화를 요청한다. 따라서 교회는 더 많은 대화와 소통을 필요로 한다고 미국교회는 의견서를 통해 전했다.
그 외에도 ‘복음화를 위한 양성’의 노력을 강화할 것, 성령의 활동을 저해하고 하느님 백성에게 영향을 미치는 성직주의에 대한 경고, 성소 부족에 대한 깊은 우려,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한 교회의 노력을 강조했다. 또한 성 추문과 인종 차별 등 교회 안의 악을 소홀히 여기게 만드는 무사안일한 태도를 시노드 교회의 걸림돌로 지적했다.
독일 - 여성 사제·부제 논의 필요성과 지역교회의 더 큰 자율성 요청
독일 주교회의 의견서에는 오늘날 교회가 외면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 반드시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독일 주교회의는 의견서에서 “독일 가톨릭신자 96는 교회가 미래를 기약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변화돼야 한다고 밝혔다”고 단언했다.
독일교회는 세계주교시노드와는 별도로 자체적으로 ‘시노드의 길’(Synodal Way)을 통해 급진적인 개혁 조치를 추진, 교황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시노드의 길’을 통해 독일교회는 평신도와 주교가 똑같은 권리와 투표권을 행사하는 새로운 기구로서 ‘시노드 위원회’를 설립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영적 모임이라기보다는 의회주의에 가까운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표명했다.
독일교회는 그러나 이번 의견서에 대립적인 논조를 누그러뜨리고 성평등과 평신도의 교회 운영 참여 문제를 중심으로 폭넓은 제안을 담고 있다. 의견서에서 독일교회는 “부제직을 여성에게도 개방하려는 열망”을 지니고 있고 나아가 여성사제직에 대한 논의 역시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성평등은 이미 오래전에 실현됐어야 하며 여성이 더 이상 배제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의견서에서는 또한 지역교회의 더 큰 자율성을 요청했다. 즉 모든 의사결정이 보편교회 차원에서 이뤄질 필요는 없으며 “선을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지역교회가 더 활성화되고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 - 시노달리타스의 경험과 이해, 여성의 교구 운영 참여 강조
홍콩교구는 교구민들의 경청 모임 제안들을 취합, 식별 과정을 거친 종합 의견서를 5월 5일 교황청에 제출했다. 모임들을 통해서 시노달리타스의 경험과 이해,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의 여성, 시노달리타스 방식의 양성 등 3가지의 우선적 과제 및 주제들이 선정됐다.
교구는 의견서에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를 위한 시노달리타스의 체험과 이해를 증진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구 운영에 있어서 여성의 참여가 절실하며 교회는 여성들을 최대한 존중하고 존경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이 두 가지 우선적 과제들을 올바르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노달리타스 방식의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콩교구장 초우사오얀 추기경은 5월 14일 홍콩교구가 발행하는 ‘선데이 이그제미너’지와의 인터뷰에서 교회가 오는 10월 시노드 제2회기 후 ‘극적으로 변화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며 아마도 2025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속 문헌이 발표되면 구체적인 쇄신을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초우 추기경은 시노드 여정은 이미 지난 2021년 시작됐기에 훗날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보편교회가 어떤 결정을 하든, 지역교회는 자기 자신의 맥락과 필요에 따라 과업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며 “시노드 교회는 획일화된 교회가 아니므로 우리는 차이와 다원성을 존중하면서 함께 걸어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