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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강대국 옆 약소국(박태균 가브리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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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가에게는 지정학적 위치에 따라서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숙명이라고 할까? 특히 강대국의 옆에 위치한 국가들에게는 그 영향이 더 크다. 영국 옆에 위치한 아일랜드, 독일과 러시아 사이에 있는 폴란드, 터키와 러시아 사이에 위치한 발칸반도가 그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베트남은 아시아 최강의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양국의 역사적 공통점은 이러한 지정학적 숙명과 무관하지 않다. 조공외교부터 식민지·해방·분단, 그리고 전쟁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베트남은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했다. 중국이라는 강대국 옆에 위치해 있으면서 제국주의와 냉전 체제의 최전선에 있었다.

이러한 지정학적 숙명은 장단점을 갖고 있다. 강대국이 정치·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관계가 좋은 시기에는 안보적, 경제·문화적으로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상호관계가 좋지 않거나 강대국이 불안정할 때엔 안보적 불안을 겪기도 했다.

한국은 지정학적 숙명을 현명하게 잘 이용해왔다. 정치적 종속 논란이 있지만, 조공외교는 한국과 같은 약소국이 강대국 옆에서 독립된 왕조를 유지하기 위한 현명한 외교정책이었다. 1945년 이후 한미동맹 역시 유사한 경우였다. 냉전 상황에서 한미동맹은 안보적인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보장해주었다.

문제는 강대국의 상황이 변화할 때다. 16세기 말 명·청 교체기 조선은 큰 시련을 겪었다. 청이 몰락하고 일본이 부상하던 19세기 말 조선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전쟁터가 되었다. 1960년대 말 미국이 베트남 전쟁의 늪에 빠져 있을 때 한반도는 안보위기를 겪었다. 1970년대 미국 닉슨 정부는 경제적 어려움 극복을 위해 가치외교보다는 데탕트(Détente)를 추진했고, 이는 주한미지상군의 감축으로 이어졌다.

최근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통해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1970년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를 근간으로 하는 동맹 외교를 중심에 놓고 전략적 인내를 통해 북한을 압박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는 가치보다는 미국의 국가이익을 중심에 놓았다.

2008년 평양에서 뉴욕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공연했고, 2018년과 2019년에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트럼프 정부는 해외주둔 미군을 감축하고 동맹국의 안보비용 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올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다시 당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상황에서 일본의 언론들은 기시다 수상의 북한 방문 가능성을 보도하고 있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이유가 없다. 어쩌면 일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을 고려하여 선수를 치고 있을 수도 있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직후 중국과 수교를 먼저 한 것은 미국이 아니라 일본이었다. 미국은 1979년이 되어서야 중국과 수교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트럼프의 측근 중 일부는 북미회담은 물론, 주한미지상군 철수까지도 공공연히 얘기하고 있다. 물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한미동맹이 종료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면에서도 그렇다. 북한이 핵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와 번영을 위한 능동적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박태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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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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