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은 한국교회가 시복 시성을 추진하는 가경자 최양업 신부(토마스·1821~1861년)의 선종 163주년 기념일이다.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올해 3월 열린 춘계 정기총회에서 최양업 신부의 선종일을 신부님의 시복 시성을 기원하는 ‘전구 기도의 날’로 지내기로 했다. 그동안 시복 시성을 꾸준히 추진해 왔으나 가경자의 신앙과 영성을 오롯이 따르며 살지 못했다는 반성 그리고 시복을 위한 전구 기도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성찰에 따른 것이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종강(시몬) 주교는 전구 기도의 날을 맞아 발표한 담화를 통해, “전구 기도를 바치는 오늘이, 이 땅에 복음을 전하고자 온 힘과 마음으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온 삶을 길 위에 쏟아부으신 최양업 신부님의 숭고한 신앙을 깊이 생각하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양업 신부 선종 163주년 기념 담화 바로가기)
주교회의가 발행한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시복 시성을 위한 전구 기도 안내서」를 바탕으로 ‘길 위의 목자’이자 ‘땀의 순교자’였던 최양업 신부의 생애와 시복 절차, 전구 기도 방법, 최양업 신부 관련 성지를 소개한다.
■ 최양업 신부의 생애
최양업 신부는 1821년 3월 충남 청양 다락골의 새터 교우촌에서 최경환(프란치스코) 성인과 이성례(마리아) 복자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5세 때인 1836년 김대건(안드레아), 최방제(프란치스코 하비에르)와 함께 조선 교회 첫 신학생으로 선발돼 그해 12월 마카오로 유학을 떠났고, 1844년 12월 김대건 신학생과 함께 페레올 주교로부터 부제품을 받았다.
먼저 사제품을 받은 김대건 신부가 조선에 입국한 지 1년 만인 1846년 병오박해로 순교하자, 최양업 부제는 김대건 신부를 포함한 ‘조선 순교자들의 행적’을 라틴어로 번역했다. 이후 최양업 부제도 1849년 4월 15일 중국 상해 성당에서 사제품을 받고 같은 해 12월 고국 땅을 밟았다.
최양업 신부는 귀국하자마자 흩어지고 길 잃은 양들을 찾아 전국 120여 개의 교우촌 순방을 시작했다. 12년 동안 해마다 7천 리(2,800km)가 넘는 길을 쉼 없이 걸으며 사목했고, 휴식 기간에는 한문 교리서와 기도서를 한글로 옮기고 순교자들에 대한 기록을 수집했다.
최양업 신부는 1861년 여느 때처럼 사목 방문을 다 마친 다음 서울에 있는 베르뇌 주교에게 성무 집행 결과를 보고하고자 길을 나섰다. 그러나 계속된 과로에 장티푸스까지 겹쳐 1861년 6월 15일 40세의 나이로 선종했고, 그해 11월 제천 배론에 안장됐다.
■ 최양업 신부의 시복 절차는 지금 어느 단계인가
최양업 신부의 시복 안건은 2001년 시작돼 2016년 교황청 시성부의 성덕 심사를 마쳤다. 2016년 4월 26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양업 신부를 가경자(可敬者, Venerable, 복자 전 단계)로 선포했다. 현재는 기적 심사 단계에 있다. 순교자의 경우에는 성덕 심사를 통과하면 복자로 선포되지만, 최양업 신부처럼 증거자인 경우에는 성덕 심사 이후에 기적 심사를 거쳐야 한다.
■ 기적 심사는 어떻게 이뤄지나
최양업 신부에게 전구(轉求, Intercession)를 청해 얻은 다양한 은총 체험 중 특히 기적적으로 치유된 사례를 수집하고 입증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적 치유라는 사실의 입증을 위해서는 질병의 심각성과 치료 이력에 대한 의학 자료가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초자연적인 치유라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 전구 기도가 필요한 이유는
‘전구 기도’는 그리스도의 기도에 참여하는 행위이며 ‘모든 성인의 통공’을 표현하는 탁월한 기도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635항 참조). 우리가 바라는 바를 성모님과 성인, 복자 등을 통해 하느님께 전달하는 전구 기도는 ‘중재 기도’라고도 한다. 교회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구 기도는 성모님께 청하는 기도(“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다. 전구 기도는 우리가 사도신경으로 고백하는 ‘모든 성인의 통공’이라는 믿음에 기초한 교회의 가장 아름다운 전승이며 선물이다.
전구 기도를 통해 지상의 순례자인 우리, 죄의 용서와 정화가 필요한 죽은 이들, 하늘에 있는 복된 분들이 모두 그리스도 안에서 결합돼 하나의 교회를 이루면서 자신의 선행과 공로를 나누고 기도 안에서 영적 도움을 주고 받게 된다.
교회를 ‘친교와 일치의 공동체’로 이해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회는 공동체의 기도로 전구 기도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교회와 교회의 모든 구성원은 전구 기도를 바치고 다른 이를 위해 청원할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하셨다(2020년 12월 16일, 수요 일반 알현 말씀 참조).
■ 최양업 신부에게 청하는 전구 기도는 어떻게 바치나
특별히 위중한 질병을 앓고 있는 본인, 가족, 친구, 지인 등의 기적적 치유를 위해 기도해 주시도록 최양업 신부께 전구를 청하면 된다. 간절한 마음으로 바치는 항구한 기도라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도 가능하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신부님 관련 성지에서, 구체적인 사람의 치유를 지향으로 주모경, 묵주기도 등과 함께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 시복 시성 기도문’을 바치는 것이 좋다.(▷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 시복 시성 기도문’ 바로가기)
■ 최양업 신부의 전구로 인한 치유의 은총 체험이 있다면
관련 성지 담당 신부나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02-460-7665·7669)로 연락하면 된다.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