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 이콘은
고통·놀람·슬픔·극기·절제 등
내적·영적 아름다움에 집중
무표정은 ‘침묵의 상태’ 나타내
고요함 속에 계신 하느님과 함께하며
우리를 위해
사랑하는 아기 예수 언제라도 내주시는 마음 표현
3. 마리아
니사의 그레고리우스(335~395)는 ‘마리아’라는 이름의 의미를 ‘하느님에 의해 보존되어온 선물, 또는 하사품’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히브리어로 ‘마리아’는 ‘미리암’으로, ‘저항’이란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이는 인류의 시작(창세 3,15 참조)부터, 즉 뱀의 후손과 여인의 후손이 발꿈치를 물리고 밟는 사이가 되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고백자 막시무스는 이 미리암을 ‘빛나는’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시리아에서는 ‘여주인’(여왕)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수많은 신학자와 수도자들이 ‘마리아’의 의미에 대해 언급해 왔습니다. 그중에 단연 돋보이는 것은 크레타의 안드레아1)의 해석입니다. 그는 ‘하느님에 의해 불린 이름’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아름다우므로 굳이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고 했는데, 그 말에 수긍이 갑니다.
요한 복음서 저자는 예수님을 우리에게 오신 말씀이시며, 그분 안에는 생명이 있고,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고 복음서 서두를 시작합니다. 복음 끝에는 본인이 예수님이 하신 일을 증언하고 기록한 사람이라고 알리고 있습니다. 그분의 말씀이 참되다는 것을 믿고 보았던 제자들의 증언을 우리는 읽고 들으면서 말씀하신 의도를 깨달아 삶의 가치를 높여 나갑니다.
그 거룩하신 분의 어머니 마리아는 성인 중 가장 극존칭으로 칭송받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늦게 교회 전례에 등장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성모님의 탄생과 죽음이 외경이나 성전(聖傳)에서 전하는 것 외에는 기록으로 남아있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외경(外經) 중 야고보 원복음서에 따르면, 성모님께서는 하느님 은총으로 잉태되었고, 그 이름이 선택되었다고 전합니다. 모든 생명체의 탄생은 기적의 연속이지만, 마리아의 모친 안나의 불임은 하느님께서 의도하신 특별한 섭리라고 다마스쿠스의 요한네스는 해석했습니다.(작품 1)
예수님의 탄생은 마태오와 루카 복음서에 나오며, 처음으로 등장하는 주님의 어머니 마리아에 대한 존재 위치가 부족해 보입니다.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듯 저자는 자신을 예수님의 형제인 ‘야고보’라고 소개합니다. 여기서 예수님 탄생 이전에 성모 마리아의 탄생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였기에 ‘원복음’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야고보 원복음서에는 마리아의 탄생 이야기와 요아킴과 안나라는 부모 이름이 등장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부유하지만 자식이 없어 괴로워하는 부부를 보시고, 구약의 사무엘의 태어남을 들어 하소연하는 안나의 기도를 들어주십니다. 천사가 등장하여 말하기를 “안나, 안나, 하느님께서 너의 기도를 들어주셨다. 너는 아이를 가질 것이고, 너의 후손은 온 세상에 알려질 것이다”(아고보 원복음 4,1)라고 하였다.
사무엘 부모가 사무엘을 성전에 바치는 전례대로 요아킴과 안나는 마리아가 3살이 되자 성전에 봉헌합니다. 그 후 마리아가 12세가 되었을 때 성전을 떠날 시기가 됩니다. 하느님의 계획을 묻기 위해 사제인 즈카르야는 12개의 금방울이 달린 의복을 갖추어 입고(탈출 28,33-35. 지성소에 들어가는 것을 알리는 방울) 지성소에서 천사의 계시 말을 듣습니다.
천사의 말에 따라 약혼자로 뽑힌 사람이 홀아비인 요셉입니다. 마리아는 처녀인 자신이 장성한 아들들이 있는 홀아비와 약혼해 이스라엘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기 싫다고 거절합니다. 그러나 사제는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것이므로 받아들이라고 권합니다. 약혼 후 요셉은 집을 짓기 위해 먼 곳으로 떠납니다.(작품 2)
시간이 흐른 뒤 대사제는 주님의 집에 쓸 천을 마련하기 위해 다윗 후손 중에 순결한 일곱 처녀를 뽑습니다. 마리아는 다윗 후손 일곱 처녀 중 한 사람으로 뽑힙니다. 마리아는 자색과 주홍색 천을 짜고 있다가 가브리엘 대천사의 방문을 받게 됩니다. 그 과정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말씀이 잉태할 ‘보시기 좋은’ 거룩한 성전을 주선하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야고보 원복음서는 후일 외경이 되었지만, 마리아에 관한 많은 내용이 있고 그분 부모의 이름도 담겨 있습니다. 외경 문헌이라고 해서 그 가치를 과소평가해선 안 됩니다. 후대의 교회 전례와 신심, 예술 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또한, 마리아론과 관련된 교의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성전(聖傳)에 의하면 예수님 수난 이후 요한 사도가 에페소에서 성모님을 모시게 되었으며, 후일 영면 시기가 되어 각 사도에게 연락하여 예루살렘에 모여 성모님의 영면을 지켰다고 전합니다. 당시 멀리 있던 토마스 사도가 늦게 도착하여 영면하신 성모님 뵙기를 고집하였다고 합니다.
무덤을 열고 관을 들여다보니 시신은 간 데 없고 수의는 잘 개어져 머리맡에 있고 장미 향만이 진동하였다고 전합니다. 325년 교회 문헌에 처음으로 ‘하느님의 어머니(테오토코스)’라는 존칭이 등장하며 이 존칭은 431년 제3차 에페소 공의회에서 공식적으로 채택되었습니다. 바오로의 전교 지방이었던 에페소는 당시 숭배 대상이었던 여신 아르테미스(사도 19,24-28 참조)를 성모님으로 대체하면서 순례지 면모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성모님의 어떠한 모습도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전통적 황실의 인물 표현을 기준으로 그리게 되었습니다. 서방 교회의 교부 아우구스티누스(354~430) 시대에도 성모님에 대한 기도나 찬송, 축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당시에는 성모님에 대한 공경이 일반적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성모님에 대한 이콘 표현은 약 400종류가 있는데, 그중 성사실(聖史實)2)을 제외하면 대략 5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표현은 성경에 언급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성경에 쓰인 성모님에 관한 내용과 그분의 삶을 유추해서 표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성모님의 아름다움
이콘 작가는 성모님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려고 고민하게 됩니다. 성당 성물방에 가면 라파엘로의 성모상이라든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조각상, 그 외에 성모님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표현한 수많은 그림 상본을 보게 됩니다. 우리는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이미 서방 세계의 젊고 어여쁘신 성모의 표현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것와 비교하면 이콘의 성모는 미인이라기보다는 얼굴이 어둡고 우울하고 무표정하게 표현한 것이 더 많습니다. 그 이유는 사실적 아름다움보다는 심미적 아름다움, 즉 영적인 미를 더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기교로도 담아낼 수 없는 성모님의 내적, 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시도입니다.
성모님께서 받으신 고통·놀람·슬픔·극기·절제 등을 표현하고 있으며, 무표정은 침묵의 상태를 나타냅니다. 따라서 고요함 속에 계신 하느님과 함께하며, 그토록 사랑하시는 아기 예수를 언제라도 우리를 위해 내주시는 마음을 표현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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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시리아 다마스쿠스 출생. 예루살렘 성 사바 수도원 수도자. 692년 크레타 고르티나 대주교로 임명.
2) 성사실은 성경이나 성전에 전하는 역사적인 사실로서 성전 봉헌·천사의 알림·예수 성탄·세례·예수님의 변모·십자가 처형 등으로 표현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