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시작되기가 무섭게 폭염을 체감하게 된다. 한낮 온도는 30도를 넘나들고, 햇볕 또한 따갑게 느껴진다. 언론에서는 예년보다도 덥고 습한 이번 여름 날씨를 경고하듯 알려주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을 오랜 시간 쌓아온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의 결과로 받아들인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환경오염으로 인한 자연생태계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기서 더 나아가 기후변화로 야기된 여러 문제들은 결국 인권의 문제로 이어진다. 왜냐하면 오늘날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야기되는 현상들로 기본권·건강권·주거권 등 자신의 존엄성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인권이란 관점에서의 기후위기 접근을 강조하신다. 기후위기로 야기되는 현상들은 결국 “침해할 수 없는 존엄에 맞갖은 생명권”(「찬미받으소서」 30항)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위기를 실체적 권리와 연결 시킨 최초의 관점은 1972년 UN에서 채택한 스톡홀롬 선언이었다. 이 선언은 인권의 범주에 환경권을 추가하여, 환경과 인권의 상호관계와 관련한 기초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구체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단계까지 이르지 못하였다.
이후 1992년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환경과 개발을 조화시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실현하기 위하여 “인류는 지속 가능한 개발에 대한 관심의 중심에 서 있다. 인간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는 스톡홀름의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히게 된다.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 선언은 스톡홀롬에서 인간환경선언이 발표된 지 20년 후에 전 세계 국민들이 따라야 할 구체적인 행동강령으로서 150여 개국 대표가 서명하여 채택됐다. 이 선언의 내용은 이미 인간 생존을 넘어 삶의 질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주제로 삼고 있다.
파리협정(2015)은 획일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했던 교토 의정서(1997)와는 달리, 국가별로 스스로 감축량을 설정하는 등 보다 유연한 입장을 취하게 된다. 또한 선진국은 절대량의 감축 목표 방식을 유지하지만, 개도국은 경제 전반을 포괄하는 목표를 채택하여 국가 간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줌으로써 보다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협력을 강조하였다.
국내에서도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기후위기와 인권 문제를 연결시켜 심각성을 제기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현상으로 매년 반복되는 폭염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생활하는 이웃들뿐만이 아니라, 근로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또한 어려움을 겪게 한다.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 등으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면 가난한 이들은 더욱더 생계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파로 노숙인들의 목숨은 위협 받고 있다. 2019년 발간된 유럽의 ‘환경 건강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위기로 야기된 현상들로 생명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소득 하위 계층이 상위 계층보다 5배나 사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었다. 이 무더위를 어떻게 이겨낼지 걱정이다. 나를 향한 걱정도 걱정이겠지만, 존엄한 삶을 살아갈 권리를 스스로 지켜내기에 너무나 버거운 우리들의 이웃들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소외된 이들의 문제가 가장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게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찬미받으소서」 49항)에 더욱 귀기울이는 여름이 되었으면 한다.
김성우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