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 교회는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을 기념한다. 서기 37년에 예루살렘에서 보름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14년 후인 51년에 예루살렘 공의회에서 다시 만났던 두 성인. 열두 사도의 으뜸인 베드로와, 이방인들의 사도 바오로의 축일을 함께 기념하는 이유와 축일 전반에 대해 알아본다.
두 사도의 순교일 혹은 유해 이전일
6월 29일은 두 성인의 순교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로마의 네로 황제(37~68)가 교회를 박해하던 기간에 순교했다.
베드로 사도는 64년(추정)에 로마 바티칸에서 열린 ‘칼리굴라 혹은 네로의 서커스’에서 거꾸로 십자가에 못 박혀 순교했다. 베드로 사도는 네로의 박해 소식을 듣고 도망가던 중 자신을 대신해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러 가는 예수님을 만난 뒤 회개하고는 예수님과 같은 죽음을 당할 자격이 없다며 거꾸로 십자가에 못 박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베드로의 무덤 위에 성 베드로 대성당이 세워졌다. 성당 내부 베르니니가 제작한 발다키노 아래로 베드로의 무덤이 있다.
‘교회의 반석’과 ‘이방인의 사도’
두 성인 모두 네로 황제 박해로 순교
6월 29일은 유해 이전일일 가능성 커
“사도들 피로 거룩하게 된 날 기념”
바오로 사도는 로마 시민이었기 때문에 64년 혹은 67년(추정)에 십자가형보다 비교적 관대한 참수형을 당했다. 전승에 따르면 잘린 바오로 사도의 머리는 바닥에서 세 번 튀었는데 부딪힌 바닥마다 물이 샘솟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지역을 트레 폰타네라고 부르며 그곳에 바오로 사도의 순교를 기념하는 성 바오로 순교 성당이 있다. 바오로 사도의 무덤은 로마 외곽 성 바오로 대성당에 있다.
또 이날은 두 성인의 유해가 옮겨진 날일 가능성이 높다. 학자들은 신자들이 258년 6월 29일에 발레리아누스 황제(190?~260?)의 박해를 피해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의 유해를 성 세바스티아노 카타콤베로 임시 보관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베드로와 바오로를 함께 기리는 이유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는 교회의 초석을 놓은 두 기둥이다. 두 성인은 서로 다른 만큼 상호보완적 관계이다.
베드로는 신앙고백의 시초이며 이스라엘 신앙의 중심지에서 교회를 세웠다. 바오로는 교회의 박해자였다가 회심 후 이방인들에게 열성적으로 선교한 설교자요 교사였다. 이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리스도의 한 가족을 모았다.
성 바오로 대성당 정문에는 두 성인의 생애와 순교 장면이 함께 묘사돼 있다. 이처럼 교회는 전통적으로 베드로와 바오로를 복음으로 묶인 하나의 존재로 여겼다.
히포의 성 아우구스티노(354~430)는 395년 한 강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두 사도는 축일을 같이 지냅니다. 왜냐하면 이 둘은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비록 서로 다른 날 고난을 받았지만 그들은 하나였습니다. 베드로가 먼저 가고 바오로가 뒤를 따랐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를 위해 사도들의 피로 거룩하게 된 이날을 기념합니다.”
아울러 로마에서 순교한 두 성인은 로마의 수호성인이다. 로마는 기원전 753년, 늑대에게 키워진 쌍둥이 형제 로물루스와 레무스에 의해 건국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6월 29일은 로물루스와 레무스와 관련한 고대 기념일이었다. 이 기념일은 3세기에 베드로와 바오로 축일로 대체되기 시작해 4세기엔 두 사도의 축일로 보편적으로 전파됐으며, 교회 박해가 지나간 5세기 중반엔 거의 대체 됐다.
축일을 기념하는 방법
4세기에는 이날 세 번의 미사가 거행됐다. 한 번은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다른 한 번은 성벽 밖에 있는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성 세바스티아노 카타콤베에서 봉헌됐다.
하지만 성 바오로 대성당이 하루 안에 이동하기에는 너무 먼 거리에 있었기에 다음날인 6월 30일에 바오로 사도 기념일을 지내게 된다. 바오로 사도 기념일에도 베드로와 바오로는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는 교회 전통에 따라 베드로도 함께 기념했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미사 중 교황은 지난 1년 동안 새로 임명된 대주교들에게 양털로 만든 띠의 일종인 팔리움을 수여한다. 팔리움은 바오로가 순교한 트레 폰타네에 있는 트라피스트 수도원 수도자들이 키우는 양의 털로 만들어진다. 이 중 새끼 양 두 마리를 ‘어린양’이라는 의미의 ‘아뉴스’로도 묘사되는 성 아녜스 대성당에서 교황이 축복하고, 이 양들의 털을 트라스테베레의 산타 체칠리아 수도원 수녀들이 팔리움으로 만든다.
이날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있는 베드로 청동상은 붉은색과 금색의 망토로 덮고 교황 삼층관을 씌운다. 또 저녁에는 성대한 불꽃놀이를 열어 특별한 날을 축하한다. 한국교회는 해마다 이 대축일 혹은 이날과 가까운 주일을 교황 주일로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