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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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라 이야기 같던 ‘분단’ 코앞에…철책에 ‘평화’ 염원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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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민족화해센터(센터장 남덕희 베드로 신부)는 6월 29일~30일 1박 2일간 ‘청년 DMZ 평화의 길’ 도보 순례를 가졌다. DMZ 평화의 길은 2018년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해 조성된 뒤로 많은 이가 방문하고 있다. 개발이 안 돼 다양한 생태가 어우러진 자연이 매력을 더하기도 한다. 동시에 생사를 넘나들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평화와 전쟁의 흔적을 모두 간직한 남북 접경지역. 민족화해를 이끌어 갈 현재이자 미래인 청년들과 동행했다.


 

분단의 긴장감과 접경지역의 자연을 느끼며

 

 

이번 순례는 첫날 군남댐(군남홍수조절지)에서 임진강 주상절리 코스 약 14km, 둘째 날 임진강 생태 탐방로 코스와 덕진 산성 코스를 합쳐 13km로 총 27km를 걷는 여정이었다. 순례 중 태풍전망대, 유엔군 화장장과 북한군 묘역, 마지막으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JSA성당을 방문해 한반도 분단 현장을 몸소 체험했다. 코스의 전반적인 안내를 맡은 박평수(프란치스코) 환경활동가가 평화와 생태 강의를 곁들여 풍성함을 더했다.

 

 

여러 순례지 중 태풍전망대는 개발의 손의 닿지 않은 DMZ의 이국적인 자연 풍경으로 시선을 끌었다.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는 DMZ는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최대의 지뢰 매설지다. 전망대보다 좀 더 앞서 배치된 GP 초소는 묘한 긴장감을 줬다. 태풍전망대는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800m 떨어져 있다. 세계 유일한 분단의 현장이자 자연 생태계의 보고라는 말이 체감됐다.

 

 

순례단은 전망대 브리핑 병사의 설명을 들은 뒤 지형도와 풍경을 비교하며 말로만 듣던 코앞의 북한 지역을 바라봤다. “참 멀게 느껴졌는데 이렇게 가까울 줄은 몰랐다”는 탄성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더위와 장맛비 뚫고… 평화 염원하며 한걸음

 

 

남한 측 임진강 최전방 댐인 군남댐 ~ 임진강 주상절리 코스는 이번 순례에서 가장 긴 14km의 코스다. 임진강은 한탄강과 더불어 남북의 ‘자연경계선’이라고도 불린다. 크게는 임진강 언저리를 걷는 코스 속에 도로, 풀숲, 숲길이 연이어 펼쳐졌다. 길을 걸으며 그새 친해진 청년들은 함께 간식을 먹거나 담소를 나누며 섭씨 30도가 넘는 날씨를 이겨 냈다.


 

 

치열한 전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유엔군 전사자 화장장과 북한군 묘소에서 청년들은 두 곳 모두에 국화꽃을 봉헌했다. 두 곳에 묻힌 이들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또 꽃다운 나이에 아무것도 모른 채 국가 간 이념 갈등에 휘말려 서로 총부리를 겨눴다. 순례 안내를 맡은 박평수 활동가는 “19~20살 남짓한 이들 중 과연 몇 명이나 각 진영의 이념을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참전했을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며 화두를 던졌다. 순례단 모두가 숙연해졌다.

 

 

이튿날은 전날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장맛비를 맞으며 임진강 생태 탐방로를 걸었다. 임진강 생태 탐방로는 과거 민간인을 통제하던 순찰로로 활용되던 곳이라 철책이 남아있다. 시범 개방 기간이다 보니 절차를 거쳐야 출입할 수 있고, 전방 군 작전 등에 따라 출입이 제한되기도 하는 곳이다. 청년들은 이곳에서 평화 메시지를 직접 적어 만든 ‘평화 리본’을 철책에 달았다. 한때 단절을 상징하던 철책은 그동안 방문객들이 달아놓은 다양한 리본들 덕에 이제는 평화에 대한 염원을 드러내는 도구가 됐다.

 

 

온몸이 비에 젖어 찝찝하고 바닥은 질퍽거렸지만, 청년들은 꿋꿋이 걸었다. 남북 무장병력이 가장 가까이서 마주 보는 공동경비구역(JSA)과 JSA성당 방문까지 마지막 일정을 무사히 소화했다.

 

 

여정에 참가한 다양한 배경의 청년들

 

 

이번 순례는 처음으로 청년들만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 중에는 함께 참가한 세 자매도 있었다. 둘째 김보경(데레사·행신1동·31)씨는 “순례에 함께 참여하고 싶어 제안했더니 언니와 동생이 흔쾌히 수락했다”면서 “평소에 남북관계에 대한 생각은 갖고 있었지만, 통일전망대·JSA 등을 직접 본 건 처음이라 더 새롭고 한반도의 현 상황이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회가 되면 평화의 길에 또 참여할 계획이다.

 

 

평소 둘레길 조성사업에 참여하는 청년도 함께했다. 사단법인 ‘한국의 길과 문화’에서 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남상준(프란치스코·31)씨는 “요즘 연구 중인 ‘코리아 둘레길’과 DMZ 평화의 길이 겹치기도 하고, 평소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아 참가했다”며 “작은 바람이 있다면 남북이 통일돼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북한에도 둘레길을 조성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순례 스태프를 맡은 청년 봉사자 중에는 고등학생도 있었다. 김희서(라파엘라·참회와속죄의본당·16)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평화순례에 참여했는데, 걸으며 사진 찍는 게 재미있어 지금은 사진 스태프로 봉사하고 있다”며 “또래 친구들도 평화의 길을 함께 걸으면 더 재밌고 의미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반도 분단 현실. 이젠 청년들도 관심을

 

 

사회적으로 MZ세대라고도 분류되는 청년층은 사실 남북 분단 상황이 오히려 익숙하다. 전쟁은 물론이고 이후 남북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던 시절도 겪지 않은 게 한몫한다. 분단 현실이 위협적이기는커녕 오히려 편하다. 

 

 

‘청년 평화의 길’ 참가자 중에도 평소 남북평화에 대해 그저 두루뭉술하게 필요성을 인식했던 경우가 많았다. 직접적인 체험이 부족했던 이들에게 도보순례 프로그램은 먼 나라 이야기 같았던 분단의 아픔을 평소보다 가까이서 볼 좋은 기회였다.

 

 

청년들이 한반도 분단 현실을 헤치고 나아가야 할 현재이자 미래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도 멀리 내다보면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인식이 필요해 보인다.

 

 

평화의 길 도보순례에 7년간 봉사하고 있는 함해성(대건 안드레아·40)씨는 “우리는 평소 개인의 평화를 무엇보다도 우선시하지만 조금만 넓게 보면 지구 전체의 평화가 결국 개인의 평화로 되돌아온다고 본다”며 “남북평화를 염원하는 것도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엔 ‘나’를 위해서 해야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며 한반도 평화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을 요청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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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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