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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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건네는 위로…쉼, 치유 그리고 영성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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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랑하라’는 계명대로 산다지만,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만큼 서로 상처입힌다. 뇌가 구조적으로 형성되는 유년 시절, 불완전한 부모로부터 받은 거부와 폭력의 기억은 개인의 성격·감정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렇듯 어떤 상처는 고의까지는 없었더라도 쉬이 잊히지 않고 그 사람을 부자유하게 한다.
이처럼 모양만 다른 상처를 지닌 많은 내담자가 심리상담사를 찾는다. 하지만 약물 치료 중심이거나 ‘네 욕구를 만족하면 행복하다’는 식의 인간적인 해결책에 한계를 느껴 어느 틈에 발길을 끊는다.
국제가톨릭형제회(Association Fraternelle Internationale, AFI)가 운영하는 전·진·상 영성센터(센터장 신선미 젬마)는 상처를 뛰어넘을 힘을 간구하는 내담자들에게 인간 심층 심리와 그리스도교 영성의 통합된 치유로 진정한 극복을 안겨주고 있다. 그리스도라는 초월적 지평을 통해, 내담자들에게 자아를 초월할 역량이 있음을 인지시켜 주는 센터를 찾았다.



■ 영성이 있다는 특별함


6월 26일 한낮, 늘 관광객과 시민으로 붐비는 서울 명동 상점가. 아무 걱정거리도 아픔도 없다는 듯 까르르 즐거워하는 사람들, 찢어지는 목청과 웃음소리, ‘맛집’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무리 지은 청춘의 생기로 거리는 소란스러웠다.


쉴 새 없는 호객 소리를 뒤로 한 채 군중을 헤집고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센터의 영성심리상담소를 찾아서 왔다”는 말대로, 말 못 할 아픔과 갑갑함을 떠안은 채 틈바구니 골목으로 허위허위 걸어갔다.


길목을 몇 걸음 걷지 않아 한 5층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문 옆에 걸린 명패와 안내판 위 글귀는 ‘전·진·상 영성센터’, ‘쉼·치유·영성’. 그들이 향한 곳이 영성과 심리의 통합된 치유를 안겨주는 ‘도심 속 치유의 샘’임을 실감하게 했다.


“자기를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하느님께서 주실 거예요.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따라가 보세요.”


상담실 문을 열고 나오는 한 내담자의 환해진 분위기가 빈 복도를 충만하게 채웠다. ‘영성’을 몇 번씩 강조한 상담사의 격려를 배웅 삼아 떠나는 그가 웃으며 말했다. “이곳 상담사님들은 제게 하느님을 닮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 주세요.”



영성·심리 통합된 치유로 차별화
다양한 환경에서 겪는 문제 다뤄
본인다움 찾아 사랑하는 게 중요



센터의 영성심리상담소는 몸과 마음, 영의 차원을 가진 인간이 하느님 모상으로서 자신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심리적·영적 도움을 통합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지니거나 임상·상담심리 등 각 분야에서 경력 깊은 전문 상담진을 갖췄다.


내담자들에게 전문적 심리치료를 펼치는 건 여느 상담소와 같다. 우울, 불안, 공황, 강박 등 정서적 문제뿐 아니라 가족, 직장, 대인관계 등 다양한 환경에서 겪는 문제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도록 돕는 개인 상담, 아동·청소년상담, 가족 상담, 성직·수도자들을 위한 영성 심리 상담 등도 진행한다.


영성과 심리의 통합된 치유를 지향한다는 것이 다른 상담소들과 구별된다. 심리치료의 목적과 방향을 영성에 두기 때문이다. 내담자에게 기도, 묵상 등 어떤 영적 노력을 함께해야 하는지 도움말은 필수다.


센터는 심리·영성 통합강의 ‘자아의 통합과 영성’ 과정도 열고 있다. 치유의 자기 인식, 자아 정체감, 공격성의 이해 등 폭넓은 주제로 한 학기 14주차, 1년 두 학기 마련되는 과정은 심리학·뇌과학적 증명과 지식에 영적 해석을 가미한다.


“예컨대 뇌가 거의 완성돼 태어나는 동물과 달리, 인간은 뇌가 30 정도밖에 자라지 않아 태어난다는 과학적 진실만 전달하지 않아요. 하느님은 인간을 서로 사랑하고 타자와의 관계 안에서 성장하도록 만드셨다는 영적 진실을 전해 주죠.”



■ 영성만이 안겨주는 초월


신선미 센터장은 “영성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내담자들에게 ‘상처는 본인 안에 있는 극히 일부분이라는 것, 하느님이 본래 만들어 주신 더 큰 자기가 있다는 것임’을 일깨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성 생활이란 에고(Ego, 자기애를 추구하는 자아)의 욕망으로부터 하느님이 본래 만들어 주신 ‘참 자아’를 찾아가는 파스카 여정”이라고 덧붙였다.


“신학자 카를 라너 신부님도 ‘인간은 누구나 자아를 초월해 하느님을 닮아가고자 하는 갈망이 있다’고 했죠. 그런데 영성에 대한 관점이 없으면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되는 것만이 목표가 될 수 있어요.”


비종교적 심리학에서도 자기 자신을 뛰어넘을 힘이 인간에게 있을 수 있다고 바라보는 건 같다. 하지만 그를 ‘영성’이라는 프레임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내담자를 향한 인본주의 심리치료의 접근법은 조건 없는 긍정, 모든 것에 대한 수용과 공감이다.


개인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다는 믿음은 동일하지만, 자아를 초월할 힘에 대해 ‘하느님’, ‘영성’이라는 실체를 명명하지 않으면 자칫 개인의 욕구 만족이나 행복을 좇는 방법론 제시에서 그칠 수 있다. 인간을 단순히 ‘욕구 충족의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표면적 사고만 하는 메커니즘적 존재로 환원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신 센터장은 “초월적 차원이 있음을 알고 있는 상담자가 내담자를 동반할 때, 내담자에게 ‘나도 그 차원에 닿을 수 있겠구나’ 하는 굳건한 믿음을 심어줄 수 있고, 이것이 치유와 극복의 역동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 텅 빈 나를 채우는 것


“자아를 뛰어넘는 기쁨이 있기도 전에 스스로 어떻게 영적으로 돌보고 사랑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내담자가 많아요.”


심리학에서 공격성(Agression)은 인간이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주어진 생존 기제다. 센터 상담사들은 “이런 내적 움직임을 죄악시하는 잘못된 신앙관으로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빠진 내담자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심리학에서는 순응(Conformity), 즉 자아가 없는 상태를 모든 심리적 병리의 기초로 해석한다.


비어버린 자아를 더 비워야 한다는 강박으로 아파하는 내담자들…. 센터는 그들에게는 영적 위로를 안겨준다. 심리학 및 영적 바탕에서 먼저 자기 자신을 찾고 사랑해야 한다는 하느님의 위로를 전해 그들 신앙생활과 현실의 분열을 줄인다. 그들이 하느님이 본래 빚으셨던 그대로의 자신을 되찾고, 그를 바탕으로 이웃을 사랑할 수 있게 돼 새로운 초월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준다.


내담자 미카엘라(26)씨는 “하느님께서는 나다운 나를 응원하신다는 것, 그런 그분께서 내게 아픔을 극복할 진정한 위로를 주신다는 것을 매 상담마다 실감한다”고 말했다. “약물 처방은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않았다”는 그는 “지금처럼 밝아진 내면은 내 영적 영역을 일깨워 주는 센터 상담사들의 이끎 덕분”이라고 전했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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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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