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도움이신 마리아 수녀회 소속으로 카메룬에서 선교하고 있는 콩고 민주공화국 출신 수녀입니다. 우리 수녀회는 국제수녀회라서 유럽 , 아시아에서 온 선교사 수녀님들이 현지 수녀들과 함께 선교해왔습니다. 제가 선교하고 있는 카메룬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카메룬 면적은 대한민국의 약 5배이고, 인구는 약 2800만 명입니다. 가톨릭 신자는 인구의 32입니다. 개신교 신자는 약 30이고, 이슬람교인이 20 정도이며 나머지는 토착종교를 가지고 있습니다. 2006년 교황 베네딕토 16세 방문 이후 매년 교세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카메룬은 15세기부터 유럽의 식민지로 노예무역의 원천이었습니다. 포르투갈, 독일, 영국, 프랑스 식민지를 거쳐 1960년에 독립했습니다. 카메룬의 특징은 200여 개 부족이 함께 살고 있어서 서로 말이 안 통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불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합니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편이고, 종교 간 별다른 갈등은 없는 듯합니다.
30년간 여러 주교·신부·수녀 암살 당해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여러 주교님들과 신부님, 수녀님들이 암살당했습니다. 최근에는 2017년 바피아 교구장이던 카메룬 출신 주교님이 암살당했습니다. 정부는 그가 악어들이 많이 서식하는 사나강에서 익사했으며 원인은 자살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카메룬 교회 주교단의 노력으로 3일 후 시나강에서 고문의 흔적이 있는 주교님 시신이 발견되면서 사망 원인은 암살로 밝혀졌습니다. 3년간 공백을 거쳐 2020년 새 주교님이 임명되셨고 여전히 암살의 위험과 긴장 속에서 용감히 사목에 매진하고 계십니다.
현재도 카메룬 곳곳은 이슬람 반군 테러집단인 보코하람의 공격으로 위협받고 있습니다. 또한 옛 영국령 카메룬인과 프랑스령 카메룬 정부군 사이의 긴장 때문에 내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랜 내전… 점점 늘어나는 난민 아동들
지난 수년간 내전으로 카메룬인 6000명 이상이 숨졌고, 마을이 불타고 성당과 수도원 그리고 학교와 병원이 문을 닫았습니다. 이로 인해 발생한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카메룬 교회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도움이신 마리아 수녀회는 교구와 연대하여 난민 공부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같은 수녀회의 한국 출신 수녀님을 통해 한국 천주교회와 연결돼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학용품 부족해 흑판에 분필로 써가며 공부
저는 그동안 난민촌을 방문하며 굶주린 아동들을 돌보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아동들이 학교에 가지 못할 때, 가정방문을 하면서 한국이 지원해준 구호품을 전달했습니다. 지금은 난민 공부방이 문을 열어서 수백 명의 아동이 즐겁게 방과 후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끝나지 않은 내전으로 인해 부모를 잃은 고아들은 봉사자들과 함께 공부방에 거주하면서 학교에 다닙니다. 점점 늘어나는 난민 아동들로 인해 공부방이 꽉 차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일주일에 한번 옥수수가루로 만든 간식을 나눠줍니다. 봉사자들이 만들어준 음식을 소중히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학용품도 부족해 공책과 연필도 없지만 아이들은 작은 흑판에 분필로 써가면서 공부합니다. 전기도 없는 비좁은 집에서 제대로 공부할 수 없던 난민 가정의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 방과 후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수녀원이 위치한 마을에는 물이 부족해 가난한 가정에서는 수돗물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우물도 파지 못 해 주로 빗물이나 시냇물을 식수로 사용합니다. 아침마다 미취학 아동들이 머리에 양동이를 이고 가까운 냇가로 물을 길러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몇 년 전 수녀원 마당에 우물을 파서 물탱크를 설치하고 수도를 만들어서 동네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수녀원 주변에는 이슬람 신자들이 많은데 눈만 빼고 얼굴 전체를 가린 이슬람 여인들이 저녁 식사를 준비하러 수녀원 앞에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청소년 양재학교 설립·장학금 지원도
또한 도움이신 마리아 수녀회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진학하지 못하고 집에서 지내는 청소년들에게 배움과 자립의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양재학교를 설립했고, 장학금 제도를 통해 이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직 남존여비 사상이 강해 여자 아이들은 초등학교까지만 다니고 집안일이나 동생들을 돌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한국 출신 수녀와 연대하여 가난한 가정의 학생들이 더 많은 배움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장학금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수년 전부터 미용반을 개설해서 많은 학생이 미용사의 꿈을 안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 신부님과 신자분들의 도움으로 작년에는 새 재봉틀을 구입했고, 고장 난 재봉틀을 수리해 올해는 더 많은 학생이 즐겁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 꿈은 한국에서 선교하는 것입니다. 우리 수녀회의 한국 출신 수녀님이 카메룬에서 선교했듯이 다음에는 콩고 출신 수녀가 한국에서 선교하는 기회가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의 나눔이 머나먼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대륙의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과 기쁨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