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당 대표를 뽑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논쟁이 된 사안, 바로 ‘핵무장론'입니다.
핵을 가져야만 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건데요.
가톨릭교회는 이런 주장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전은지 기자입니다.
[기자] '자체 핵무장론'을 꺼내든 건 당 대표에 출마한 나경원 의원입니다.
나 의원은 지난 1일 세미나를 열고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핵 무장으로 대비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나경원 / 국민의힘 의원>
"국제정세가 매우 어려워지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단순히 미국의 선의에 의존하는 레토릭만을 되풀이해서는 절대 우리 안보를 지킬 수 없다는 생각에 핵무장 3원칙을 천명하게 됐습니다."
핵무장 3원칙은 ‘국제정세를 반영한 핵무장’, ‘평화를 위한 핵무장’, ‘실천적 핵무장’입니다.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며 비영구적으로 핵을 보유해, 북한의 핵폐기를 이끌자는 입장입니다.
세미나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자동 폐기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신인균 /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상대 일방이 핵을 폐기했다는 조항이 없어요.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지키든 안 지키든 우리는 지켜야 되는 아주 황당한 불평등한 조약이에요. 그 부분에 대해서 여야가 힘을 합쳐서 그 조약을 개정을 해야 하는데…"
핵 무장론을 언급한 건 나 의원뿐만이 아닙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열린 세미나에서 “우리가 핵을 갖지 않으면 핵 그림자 효과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 "북핵을 해결하는 해법은 핵균형 정책뿐”이라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여당 인사들이 주장하는 핵 무장론은 교회 가르침에 반하는 주장입니다.
가톨릭교회는 핵무기 개발이 인류에게 미칠 악영향을 크게 경계하고 있습니다.
요한 23세 교황이 반포한 회칙 「지상의 평화」에는 "한 국가가 원자 무기를 생산하면, 다른 국가들과 파괴적 원자 무기를 생산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쓰여 있습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핵실험이 계속되면 인류에게 공포를 준다고도 덧붙입니다.
강주석 신부는 "핵무장론은 전쟁의 위협을 줄어들게 하지 않는다"면서 "여당 인사들의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주석 신부 /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남한에도 전술핵무기가 꽤 있었는데요. 많게는 천 개까지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전쟁위협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군사적 긴장은 항상 있었던 상황이고요. 현재 NPT 체제가 완전히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허용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서 "공포의 균형으로는 평화가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게 교회의 가르침"이라며 정치권의 주장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강주석 신부 /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자체 핵무장에 대한 주장이 나오는 것은 역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또 대결구도를 강화시킨다는 측면에서 많이 우려가 됩니다. 요한 23세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평화는 공포의 균형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그런 말씀도 정말 다시 한번 되새겨야 되지 않을까…"
CPBC 전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