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회(分會)는 가톨릭농민회의 기초조직으로, 공소나 마을을 중심으로 구성된 공동체다. 농업·농민 문제를 해결하면서 생명 공동체를 실현하려는 가톨릭농민회의 활동이 분회 공동체를 통해 움직여진다. 계획하고 추진하며 평가하고 다시 반영해가는 모든 과정이 함께 논의되어야 하고, 분회의 변화와 성장을 통해 지역을 건강하게 바꾸는 과정까지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분회에서는 생산계획, 재배하려는 농작물과 수확량을 계획하고 조절하기도 한다.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기술과 정보를 교환하고 다른 분회에 견학을 가기도 한다. 품앗이 형태로 협동작업을 하면서 농자재와 농기계들을 공동구매·관리하는 분회도 있다. 또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해 공동경작을 진행하기도 하고, 45년 넘게 월례회를 거르지 않은 분회도 있다. 나름의 특색도 한계와 과제도 가지고 있지만, 분회 활동을 통해 생명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졌고 불편함은 감수하지 않으려는 시대를 살고 있다. 개인의 구원, 내면의 안정만을 좇는 세태에서 공동체와 지역에 대한 관심은 사라져가고 있다. 농기계들이 보급되고 농업이 규모화되면서 농촌의 공동체적 모습도 변화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함께 의논하며 길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고, 농업은 공동체적 전통문화를 보존해가는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더구나 유기순환 질서를 존중하는 생명농업은 마을 공동체·지역 생태계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이루어질 수 있다.
세상살이가 각박해지고 살아가는 재미가 덜해지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공동체성 상실이 아닐까? 나 자신도 가족과 이웃, 마을 공동체를 통해 자라나고 형성되었음을 잊었기 때문이 아닐까? 많은 것을 누리고 있지만 중요한 것을 상실해버린 이 시대, 공동체적 삶이 더 절실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의 신앙도 교회 공동체를 통해 물려받았고 성숙해짐을 기억해야 한다.
안영배 요한 신부 (안동교구 농민사목 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