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동정녀 마리아의 겉옷에는 3개의 별이 빛난다

[김형부 마오로의 이콘산책] (28)성사실(聖史實) 이콘 해설- 천사의 알림(주님 탄생 예고)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작품1) 천사의 알림: 94.5 x 80.3cm, 템페라, 14세기, 스코플테 박물관, 성 클레멘스, 오흐리드

 

(작품 2) 동정 마리아, 템페라, 16세기.

 


아름답게 빛나는 세 개의 별은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예수님이 오시기 전에도 동정이시고
잉태 중에도 동정이시며
메시아의 탄생 이후에도 동정이심 표시



3. 구성과 상황

하느님의 작은 빈터


두 번째로, 마리아의 불안은 갑자기 나타난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다른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당연하므로 복음서 저자는 그 짧은 내용 안에 기록하지 않습니다. 두려움에 대한 해석은 아주 짧게 기록되어 있지만, 무슨 의미일까 곰곰이 생각하는 동정녀의 신중성(루카 1,29 참조)이라든지, 천사의 말을 듣고 나서 겸손히 주님의 종으로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이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354~430)의 설명에서는 두려움의 이유로 천사의 인사가 있기 전까지 동정을 원했던 것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마리아가 동정을 원치 않았다면 천사의 말에 “이 몸은 처녀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대답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아기를 갖는 두려움에 대해 이미 모든 것을 아시고 계획을 준비해 두셨기에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라고 미리 환기했다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천사와의 대화에서 에제키엘이 환시 중에 보았던 야훼께서 성전을 떠나갔다가 되돌아오시는 그 영광이(에제 43,1-4) 본인에게 주어져 있음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이제 동정녀는 겸손히 ‘당신 말씀대로 이루어지소서’라고 함으로써 떠나갔던 하느님께서 다시 돌아와 계실 참으로 ‘살아 있는 성전’(1코린 3,16-17 참조)이 되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천사의 입을 통해 하느님을 드러내시듯(창세 22,12; 15-18 참조) 교부 테르툴리아누스(155?~220?)는 ‘말씀’인 성자께서(요한 1,14 참조) 천사의 입을 거쳐 마리아의 귀를 통해 들어오셨다고 시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동정녀는 천사를 통해 하느님 말씀을 귀로 들음으로써 ‘하느님의 작은 빈터’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와가 사탄의 말을 듣고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졌던 상황에서 드디어 벗어나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그것은 사탄의 말을 듣고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가 하느님 말씀을 듣고 소생하는 과정을 표현합니다. 시리아의 에프렘(306?~373)은 하와의 귀를 통해 죽음이 들어왔지만, 마리아의 귀를 통해 새로운 삶이 들어왔다고 찬미하고 있습니다.

 

 

청금석


동정녀

맑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노라면 내 영혼을 흰색 날개 위에 올려, 끝없이 피어난 청초한 코스모스 꽃길 위를 날아보고 싶다. 그 밑에는 어릴 때 보았던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시냇가 둑에는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끝없이 퍼져 피었지. 내가 날고 싶은 소망은 아마도 하늘이 파랗기 때문일 거야!

하늘은 어째서 파랗게 보일까?

하늘이 파란 것은 하느님 앞에 펼쳐진 끝없이 드넓고 푸르른 유리 바다(묵시 4,6 참조) 때문일 거라고 상상의 나래를 펴봅니다. 고대에는 하늘에도 바다처럼 물이 채워져 있다고 믿었습니다. 구름이 하늘을 덮고 구름에 물이 쏟아지면 비가 되어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구름은 비를 골고루 떨어지게 만드는 체1)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푸른 하늘은 하느님이 계신 곳이라고 예로부터 믿어왔기에, 이콘에서 푸른색은 하느님의 색깔로 여겨졌습니다. 청색은 생산되는 곳이 적어 무척 귀한 색이었습니다. 청색 안료는 라피스라줄리(청금석)라는 준보석을 갈아 썼기 때문에 매우 비쌌습니다.

이 청금석 안료는 주로 그림이나 화장품, 도자기 생산에 썼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쪽’이라는 남초 식물로 청색이 생산되는데, 이것은 염료이므로 옷감이나 종이를 물들이는 데 사용합니다. 따라서 이콘이나 일반 성화에서 성모님의 푸른색 옷(투니카)은 이 세상의 가치관, 흔히 말하는 부와 명예, 권력과 거리를 두는 것을 나타내고, 성모님의 영혼이 신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상징합니다.

예수님의 경우, 하느님께서 인간으로 오시어 ‘밖으로 드러나신 하느님’이라는 의미로 푸른 겉옷을 둘렀습니다. 동정녀 몸에서 나실 임마누엘이라는 예언에 따라(이사 7,14; 11,1 참조), 동정녀 마리아의 겉옷에는 머리 부분과 양 어깨에 세 개의 별을 표시합니다. 금색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별은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예수님이 오시기 전에도 동정이시고, 잉태 중에도 동정이시며, 메시아의 탄생 이후에도 동정이심을 표시합니다. (작품 2)

자주색과 황금색(金)은 고대 로마에서 황제와 그의 가족에게만 허용되었던 색깔입니다. 페니키아 사람들의 최고 상품은 레바논 백향목과 자주색 물감이었습니다. 페니키아어로 ‘페니크’는 붉은 자주라는 뜻이 있습니다. 구약 성경에 등장하는 색은 자주색과 푸른색, 붉은색입니다. 여기서 자주색과 푸른색은 소라에서 추출됩니다. 소라의 분비물이 산화되는 과정에서 햇빛을 받는 정도와 끓이는 방식에 따라 자주색과 푸른색으로 구분됩니다. 이렇게 만든 물감은 그 무게에 따라 황금으로 계산했다고 합니다.

붉은색은 연지벌레라는 진딧물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실제 성모님께서 실생활에서 자주색 겉옷(마포리온)과 푸른색 속옷을 입지는 못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은 하느님 어머니로서 자색의 마포리온으로 지극히 고귀한 위치를 나타냅니다. 성모님의 자색은 약간의 갈색을 섞어 하느님의 특별한 사랑의 아가를 연상시키며, 또 다른 의미로서 땅(흙)을 나타냅니다.

“그를 보고 아가씨들은 복되다 하고 왕비들과 후궁들은 칭송한다네. 새벽빛처럼 솟아오르고 달처럼 아름다우며 해처럼 빛나고 기를 든 군대처럼 두려움을 자아내는 저 여인은 누구인가?”(아가 6,9-10)

강한 명암의 대조를 피하고 은은한 얼굴의 빛은 자연의 빛이 아니고 하느님에게서 오는 빛이며, 따라서 그림자를 그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태양 빛 또는 물리적인 빛은 시간의 제약을 받는 한계가 있는 빛이며 소멸할 빛인 데 비해, 하느님의 빛은 어떠한 변화도 없이 우리의 마음으로 오기 때문입니다.

‘천사의 알림(주님 탄생 예고)’ 이콘에서 동정녀는 붉은 실로 무엇인가 뜨는 모습으로 표현되는데(내려뜨린 왼손에 들고 있는), 이것은 구세주를 위해 옷을 짜는 상징적 표현으로, 구세주와 생명이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하느님께서 원죄 이후 아담과 하와에게 만들어 입히셨던 가죽옷을(창세 3,21) 벗기고 새 아담(예수님)을 위해, 또한 우리의 영을 위해 새로운 옷을 만드는 모습을 상징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의 가난한 여인답지 않게 성모님이 앉아 계신 훌륭한 의자와 아름다운 대리석으로 장식된 이 대문은 성전의 동쪽 문입니다. 거룩하고 고귀하신 분이 거처하는 집이며, 여왕으로서의 위치를 아울러 상징하고 있습니다. <계속>
------------------------------------------------------------------------------------------
각주
1) 가루나 액체를 거르는 도구. 종류에는 도두미, 중거리. 어레미가 있다.
 


김형부 마오로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07-1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11. 24

1베드 3장 8절
여러분은 모두 생각을 같이하고 서로 동정하고 형제처럼 사랑하고 자비를 베풀며 겸손한 사람이 되십시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